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SG의 핵심은 탄소감축…지구 온도 상승 막지 못하면 6차 대멸종 올 것”

지구 평균 온도 2도 올라가면 지구의 자기 조절 기능 상실, 6도까지 자연 상승 기후위기는 특정 지역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분야까지 영향 대학, 미래 지도자 양성 산실로서 ESG 인재 양성 필요…어린 시절부터 환경교육도 중요

2022-06-18     정성민 기자(한국ESG경영원)

지구가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 재앙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원인은 탄소(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인류는 지난 200년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했다. 덕분에 경제는 발전하고 삶은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따라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며 지구 온도가 상승,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기후 재앙으로 이어지며 인류와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6차 대멸종 시나리오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과 정부, 나아가 전 사회가 ESG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해야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보장된다. 따라서 이 대표는 “ESG의 핵심은 탄소감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만나 기후위기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ESG 확산 배경과 대학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미경 대표는…
2002년 환경재단 창립 준비부터 활동했다. 상임이사를 맡아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리더십과정’ 등 환경재단의 주요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기업이 기후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기여했고 ‘그린수소포럼’과 ‘ESG 리더십과정’ 등도 기획했다. 2021년 4월 환경재단 대표에 취임했다.

- <한국대학신문> 독자들에게 환경재단 소개를 부탁드린다.
“환경재단은 우리나라 최초 환경 전문 공익재단으로서 2002년 설립됐다. 문화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지자체·기업 등과 함께 실천공동체로서 환경을 보호하며 환경 교육과 연구, 환경분야 NGO를 지원하면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지향하고 국제 환경교류를 촉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울환경영화제, 뉴욕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ESG포럼과 ESG리더십과정, 그린수소포럼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기업들과 함께 Green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구쓰담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시아 지역의 환경NGO 지원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한 어린이환경교육도 늘려나가고 있다.”

- 환경전문가로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한다면.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올라가면 가속도가 붙어 저절로 6도까지 상승한다. 지구가 자기 조절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처음에 파리협약도 상승 억제 온도가 2도였다. 그러나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1.5도로 낮춰야 된다고 합의됐다. 만일 지구 평균 온도가 2도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6도까지 상승, 6차 대멸종 시나리오 간다. 공룡도 장기간 지구상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흔적밖에 남지 않았다. 멸종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대멸종은 자연 질서에 의한 물갈이였고, 6차 대멸종은 인간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이다.”

- 지금도 기후위기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러시아가 가뭄으로 밀수출을 하지 못하니 전 세계의 밀 가격이 오른다. 이집트의 저소득층은 러시아의 밀에 식량을 의존하는데, 밀 가격 폭등으로 빵 가격이 오르면 이전처럼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면 결국 거리에 나오게 되고 그것이 쟈스민 혁명의 방아쇠가 됐다. 세계적으로 난민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특정 지역의 기후, 날씨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E’, 즉 환경을 중심으로 ESG가 강조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로서 소회가 어떤가.
“기업의 ESG 열풍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환경재단을 비롯해 수많은 환경단체가 1970년대 반공해운동부터 시작, 1990년대 환경운동을 이끌면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외쳤다. 환경단체의 함성을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수용하고, 기후환경 문제를 인류의 최대 과제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본다.”

- 기업의 ESG 열풍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코로나 팬데믹과 캘리포니아 산불, 폭염, 홍수 등 자연재난이다. UN에서 2006년부터 사회책임투자를 권고했어도 기업들이 꿈쩍도 안 했다. 당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지구를 더 이상 남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자발성에 기초,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사업할 것을 권고했는데 꿈쩍도 안 했다. 그러다 전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블랙록이 2020년 ‘기후위기는 금융의 위기다. 앞으로 기후위기를 촉발시키는 화석연료를 통해 이익의 30% 이상을 버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니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어 블랙록은 ‘탄소를 배출할 경우 CEO들이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SG 경영은 착한기업이라기보다 지속가능하게 돈을 벌기 위한 경영활동이다. 그중 ESG의 핵심은 ‘E’이며 탄소감축이다. 앞으로 ESG 용어는 유행으로 그칠 수 있어도 탄소감축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우리는 탄소감축 요구로부터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환경재단은 ESG교육에도 주력하고 있지 않나. 
“매일경제와 공동으로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주요 조직의 최고경영자 대상이다. 대학 총장도 참여한다. ESG의 핵심은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다. 플라스틱에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에너지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ESG는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폐기물 없는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하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아래 사람이 기안을 올려 결재받을 사안이 아니다. 사업의 틀 자체를 바꿔야 가능하다. 즉 리더의 몫이다. 그래서 최고 의사 결정자 교육을 먼저 시작했다.”  

- 대학도 ESG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사실 학교는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기 낭비가 심한 편이다. 청소하는 분도 따로 계시니 쓰레기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2025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려면 대학도 특정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 그렇다면 대학이 ESG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 UN의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각 국가의 대통령과 환경부장관 등이 참여한다. 희의에서 앞으로 탄소를 얼마나 감축할지 협약한다. 그러니까 기후문제가 대통령의 아젠다, 국가 지도자의 아젠다가 된 것이다. 대학은 미래의 지도자를 기르는 곳이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자신이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공동체적 사고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수익원이 생기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을 앞둔 경쟁자로서 경쟁의 사다리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탐구하고, 사회를 배울 나이에 너무 갇혀서 고단한 것 같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런 틀을 깨줘야 한다.”

- 대학이 미래지도자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대학의 ESG 교육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지적하신 대로 현실의 한계도 있다. 대학의 ESG 교육 활성화를 위해 조언한다면.
“자신이 지구공동체의 일원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돼야 한다. 현재 교육은 산업시대 역군을 기르는 교육이다. 기후재난이 도사리고 있는 미래세대가 살아가며 부딪치는 문제에 적절하지 않다. 일종의 창조 역량이 필요하다. 융복합 교육을 통해 한 쪽의 머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에너지의 역량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학의 학과들이 너무 분절돼 융합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융합학과를 별도로 만든다. 얼마 전 보헤미안 지수에 대해 칼럼을 썼다. 보헤미안 지수란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가 있는가에 비례, 신기술이 발전한다’는 가설이다. 예술가가 많은 도시는 개방적, 포용적이라 그 문화 안에서 창의성이 자랄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방성은 머리 속에 제약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제약이 많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창의 영역으로 온전히 가려면 제약이 깨져야 한다.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기후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탄소를 줄일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아보고, 공부하고, 창업도 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반으로 현재 직업의 70%가 사라진다고 한다. 스스로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기후재난이 심각해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런 때에 대학이야말로 관성을 깨고 신산업군을 창조하는 전위부대가 돼야 한다.”

- 환경재단의 모토가 ‘그린리더가 세상을 바꾼다’이다. 그린리더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라고 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후재난 위기 앞에서 도전정신을 갖고 개선하기 위해 도전하며, 전파하는 사람을 총체적으로 그린리더라고 일컫는다. 즉 특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기보다 삶에서 환경도, 자신도 이로워질 수 있도록 주변 사람을 동참시키면서 함께 노력하는 사람이다. 정부나 기업이나 대학이나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똑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10% 정도만 그린리더십을 가지면 기후문제도 해결하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비전을 품고 유치원생부터 CEO까지 그린리더를 육성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자연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래가 바다에서 솟구치는 모습, 원시적인 바위 평원, 압도적인 폭포 같은 풍광은 말이 필요 없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TV나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떤 어린이들은 쌀은 마트에서 나오고, 전기는 벽에서 나온다고 해서 어른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대학생은 자기 인생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는 나이다.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스스로 어떤 터전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이 터전을 어떻게 함께 지속가능하게 지킬지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신이 우주와 자연의 일원임을 체감하는 순간을 가져본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것 같다. 이를 위해 환경교육 활성화가 중요하다. 기후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이제 다루기 시작했다. 기업에서도 ESG 때문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선언은 했지만, 실제로 탄소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2025 탄소 감축’ 약속만 했다. 탄소 감축을 실행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히는 환경교육이 중요하다. 외국어를 어렸을 때부터 배우면 어려움 없이 배우듯이 환경 언어도 어린 시절부터 배우며 실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