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N 리포트] 강의·학과 개설부터 대학리그까지…e스포츠 산업 키우는 대학가

이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스포츠로…거대한 신산업 시장 관심 집중 어렸을 때부터 즐겨온 MZ세대가 주도하는 대학 내 e스포츠 활성화 전문가들, “더 이상 MZ세대가 가진 ‘그들만의 여가’로 치부해선 안돼” “시대가 바뀌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e스포츠 대학리그 “아마추어 e스포츠 리그가 탄탄해져야 장기적인 e스포츠 발전에 도움돼”

2022-06-26     김한울 기자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집중을 방해하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여가생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자주 나왔던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세대별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서는 흔하게 즐기는 여가 중 하나였지만 기성세대들은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플레이를 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해마다 발전해가고 더불어 게임을 스포츠의 관점에서 바라본 e스포츠가 기존 스포츠 종목이었던 축구나 농구 등을 밀어내고 새로운 인기 종목으로 위세를 떨칠 정도로 유명해지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급변했다. 현재 e스포츠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미국 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에 근접할 정도로 많은 시청자 수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 CNB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LA에서 열린 슈퍼볼의 총 시청자 수는 약 1억 1200만 명에 달하는데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아이슬란드에서 열렸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21 월드 챔피언십’의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약 7386만 명에 이를 정도다. 심지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게임으로만 봤던 e스포츠가 대중들에게 스포츠로서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했다.

■ 게임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전 세계가 뛰어든다 =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전 세계의 프로 리그만 메이저 4개, 마이너 8개로 총 12개 리그가 존재하고 특히 메이저리그에 속한 국내 리그인 ‘LCK’는 ‘T1’, ‘담원 기아’, ‘젠지 e스포츠’ 등 팀들이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명문 리그로 자리 잡았다.

게임 산업의 발전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발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 약 8조8000억 원의 규모였던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8조8000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 성장률이 –1%대였음을 고려한다면 게임 산업은 2019년 대비 21.3% 증가했을 정도로 산업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또한 게임 산업 사업체 수는 2020년 기준 △게임 제작 및 배급 1046개 △PC방 9970개 △아케이드 게임장 525개로 총 1만 1541개, 관련 산업 종사자는 약 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전체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71.3%로 2019년 3037명을 상대로 조사한 이용률 결과 65.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세계 게임 시장의 규모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1876억2500만 달러에서 2020년 2096억5800만 달러로 성장한 게임 산업은 이제 투자가치가 충분한 신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e스포츠를 비롯한 게임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2000년대부터 자체 개발 게임 콘텐츠 위주 산업으로의 이행을 위해 관리 감독 체계와 중장기 계획을 곁들인 게임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 게임 즐겨온 MZ세대, e스포츠 발전에 앞장서다 = 대학생을 포함한 MZ세대는 e스포츠를 즐기고 저변을 확장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는 게임 이용자 수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세계 속 새로운 ‘랜선 친구’를 만들어 소통하거나 더 다양한 게임을 찾아나서고 있다. 유소년기부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MZ세대들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에 접근하기 쉬웠고 이를 통해 e스포츠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MZ세대들에게 게임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해롭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하나의 여가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 모 씨의 경우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연히 마주쳤던 조이스틱 게임기가 게임에 대한 첫 기억”이라며 “게임을 시작한 계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게임은 현재 재미있게 즐기고 있고 앞으로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여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보거나 직접 하는 게임에서 벗어나 생계의 수단으로 게임을 활용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최 모 씨는 “경기장을 직접 가서 e스포츠를 보지는 않지만 온라인 중계나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 e스포츠 경기들을 챙겨보는 편이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즐기고 있어 즐기기에 편한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며 e스포츠가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 e스포츠에 주목하는 대학가 = 게임 산업의 놀라운 성장세와 대학생들의 높은 관심도로 대학들도 e스포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세대에서는 e스포츠 교양강의를 처음으로 개설해 운영했고 호남대는 4년제 대학 최초로 ‘e스포츠산업학과’를 신설하고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아마추어 팀인 ‘Eagle Owls’를 창단하기도 했다. 특히 호남대는 e스포츠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 △아마추어 선수 △게임단 운영자 △게임 옵저버 △캐스터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e스포츠 관련 산업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2022 e스포츠 대학리그’ 로고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e스포츠 대학리그가 해마다 열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e스포츠 대학리그는 2020년부터 시행된 대학 내 e스포츠 리그로 △수도권 △충청강원권 △영남권 △호남제주권 등 4권역으로 나눠 우승 대학을 가리고 있다. 특히 우승팀에게는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인 표창장이 수여된다. 지난해 대학리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두 종목을 정했지만 올해는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와 더불어 ‘피파온라인 4’와 ‘하스스톤’이 추가돼 총 3개 종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리그 신청 팀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만큼 앞으로 리그의 e스포츠 종목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며 “e스포츠가 점점 발전하고 있으니 대학리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해 리그에 참여했던 오재현 수성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과 학생이 브라질 e스포츠 1부 리그로 진출한 사실을 예시로 들며 “대학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실제로 외국 프로리그에 진출하는 것처럼 앞으로 대학 내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대학리그의 원활한 운영과 참가 대학에 대한 관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가 ‘e스포츠 방송중계를 위한 게임화면 옵저빙 연출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호남대 제공)

■ “양적 성장과 발맞춘 인프라·선수 처우 개선 등 질적성장 이뤄내야” = 이런 여러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지만 대학 내 e스포츠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도 나온다. 영남권 소재 대학의 e스포츠팀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e스포츠 대학리그 운영이나 학생들을 포함한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으로 대학 내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주목받고 있지만 40대 이상 연령대만 높아져도 e스포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히려 게임이라며 싫어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 e스포츠 관계자는 “분명 게임 산업과 함께 e스포츠는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할 질적인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NACE(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iate Esports)라는 대학 e스포츠 기관을 둬 대학 e스포츠 개발 프로그램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e스포츠 관련 시설 확충에 투자하면서 대학 내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계자는 “e스포츠는 더 이상 게임으로만 봐선 안된다. 미래 먹거리 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대학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금 양적 성장과 함께 인프라 개선, 리그 참여 선수 처우 개선 등 질적인 성장도 같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