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경영원]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 “녹색소비자가 ESG시대 선도…녹색소비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녹색소비 사회’로의 전환 위해 녹색소비자연대 창립…녹색 소비 실천과 확산에 기여 ESG 활동 일환으로 ‘3無 캠페인’ 전개…‘No plastic, No car, No beef’ 경험 공유 녹색소비 관점에서 기업의 ESG경영 바라봐야…인센티브는 조건 없이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역할 못지않게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어떤 가치관과 관점에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기업을 바라보는지가 시장경제의 패러다임을 좌우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와 ESG 시대에 소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녹색소비다. 즉 녹색소비의 관점에서 제품 구매와 기업 ESG경영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을 만나 녹색소비의 의의와 실천 방법, ESG 시대 녹색소비자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녹색소비자연대의 창립 배경이 궁금한데.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환경회의가 개최됐다. 당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개념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1997년 ‘녹색소비로 전환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녹색소비 사회로 가기 위한 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 녹색소비자연대가 창립됐다.”
- 녹색소비란 무엇을 의미하나.
“일반소비를 전통소비로 본다면 전통소비로는 사회를 유지할 수가 없다. 일반소비는 지금까지의 소비방식으로 합리적 소비, 알뜰한 소비를 의미한다. 즉 소비자의 만족을 기준으로 합리성을 갖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소비였다. 녹색소비는 합리소비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녹색’의 가치를 먼저 실현하는 것이다.”
- 녹색소비가 필요한 이유는.
“누구나 지금이 기후위기 시대라고 인정한다. 기존 일반소비의 경우 소비자가 시장경제주의에서 합리소비를 함으로써 기업이 과잉 이윤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서는 합리소비만으로 되지 않는다. 기업에 ‘우리가 녹색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 판매하라’고 녹색의 가치를 요구해야 한다. 소비자가 어떤 요구를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유형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녹색소비자의 목소리가 나와야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순환사회로 갈 수 있다.”
- 현재 우리 사회의 녹색소비 수준을 평가한다면.
“일단 MZ세대가 녹색소비, 친환경 생활에 관심이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 뒷받침하지 못할 뿐이지 MZ세대는 녹색소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또한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생활 습관으로 녹색소비가 몸에 베어 있다. 이런 부분들에서 희망적이라고 본다.”
- 녹색소비를 위해 사회 분위기도 중요할 것 같은데.
“코로나 상황으로 본의 아니게 과잉 소비가 발생, 쓰레기가 과다 배출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플라스틱을 비롯해 쓰레기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구매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녹색소비를 희망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변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물건을 선별, 구매하지만 아직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녹색소비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대안 생활을 하고 싶은지 잘 읽을 필요가 있다.”
- 해결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동네마다 나들가게가 있고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대형 유통업체가 있다. 대부분 소비자를 보면 대형 유통업체를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런데 대형 유통업체를 가려면 자동차를 이용한다. 만일 동네의 나들가게가 대형 유통업체만큼 역할을 한다면 소비자가 굳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15분 내에 녹색소비할 수 있는 거점이 생긴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다회용 용기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다면, 우리 동네 업소에서 물건을 배달시킬 때 다회용 용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 지자체의 쓰레기도 감소된다.”
- 녹색소비를 실천하는 소비자를 위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녹색소비자한테 인센티브를 반드시 제공해야 된다. 왜냐하면 녹색소비자는 탄소 저감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핵심 정책이 탄소 중립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탄소 저감을 위해 기술 개발처럼 대형 프로젝트만 생각하는데, 소비자가 탄소를 저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소비자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다. 따라서 녹색소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보상 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
- 인센티브라면 어떤 것이 있겠나.
“예를 들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감량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 일회용 컵 보증금으로 300원을 예치하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주고 일회용 컵을 회수한 뒤 재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감량이 아니라 처리 이후 재이용이다. 이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보다 텀블러 인센티브 제도가 우선이다. 텀블러 사용 소비자에게 6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일회용 컵 재료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발생량도 줄고, 쓰레기 처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텀블러 사용으로 600원의 포인트를 받을지, 일회용 컵 사용으로 300원 보증금을 낸 뒤 다시 회수할지 선택권을 준다면 소비자가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 이처럼 소비자를 유인하는 정책이 우선이라고 본다.”
-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ESG가 확산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ESG 활동의 일환으로 ‘3無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3無는 ‘No plastic, No car, No beef’를 의미하며 ‘3無 캠페인’은 한 달에 한 번 ‘No plastic, No car, No beef’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즉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자는 의미다. ‘3無 캠페인’은 지난해부터 시작, 점차 확대됐다. 특히 ‘3無 캠페인’ 과정에서 어린이집 친환경 바닥재 교체라는 성과가 있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3無 캠페인’ MOU를 체결했는데, 어린이집 플라스틱 감축 방안을 고민하다 어린이집 1400평을 친환경 바닥재로 교체했다. 일반 바닥재는 환경 호르몬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위험하다. 친환경 바닥재로 바꾼 다음 아이들의 소변을 검사하니 환경 호르몬이 30%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너무나도 소중한 성과다. 앞으로 바닥재만 교체하지 말고 어린이집을 녹색어린이집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 환경교육도 실시하고 있나.
“환경교육의 패턴을 체험형으로 바꿔가고 있다. 사람들이 지금이 기후위기 시대이고, 기후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지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생활이 얼마나 친환경적이지는 모른다. 그래서 저희는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에코팀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팀은 1개 팀당 5~6명으로 구성된다. 실생활에서 쓰레기 줄이기, 온수 사용 줄이기 등을 실천한 뒤 경험담을 공유한다.”
- 결국 ESG 시대는 녹색소비자의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소비자가 ESG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ESG 시대의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시대를 살아가는지, 시대에 대한 인식이 정확해야 된다고 본다. ESG 시대의 근본 배경은 기후위기이기 때문에 기업이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녹색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녹색소비자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결국 부담이 우리한테 와서 나의 생활이 힘들어진다. 기후위기 시대의 녹색소비라는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기업의 경영을 바라보고, 시장을 바라보면서 의견을 모아 공론화해야 한다. 또한 나의 생활을 지금보다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꾸거나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하는지 바라볼 수 있겠나.
“일단 환경단체들의 이슈에 같이 참여하고, 공부도 필요할 것 같다. 기업이 우리보다 굉장히 빠르고 앞서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바다의 플라스틱이 문제라고 하니 어떤 기업은 ‘바다 플라스틱을 건져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광고한다. 언뜻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좋다. 그러나 정말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 것인지, 그것을 이용해 광고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인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정보가 모두 오픈됐다. 바다의 플라스틱이 사회 문제가 됐을 때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해당 분야의 뉴스나 정보를 통해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기, 수도, 가스 사용량이 줄면 탄소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이런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녹색소비생활을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단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 그린 카드라고 있다. 에코포스가 설치된 곳에서 환경 표지 제품을 구매해야 그린카드를 사용할 때 에코 머니가 적립된다. 그린카드를 보유하지 않고 환경 제품을 사면 에코머니가 적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 생활, 탄소 저감 생활을 실천하는 녹색소비자에게 인센티브가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동네의 나들 가게도 녹색제품을 더 많이 팔고 싶어진다. 녹색소비와 녹색제품 판매가 언제, 누구나, 어디서나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센티브다.”
■ 유미화 상임위원장은…
2004년 안산녹색소비자연대를 창립했으며 현재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녹색소비운동 활동가로서 기후위기 시대 사람들의 소비행동과 생활양식에 녹색의 가치가 최우선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에너지, 물, 자원, 제품 등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