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N 리포트] ‘바늘구멍’ 취업난에 대학 입학하자마자 ‘취업 전쟁’…창업 선택도 늘어

‘좁아진 취업문’, 대부분의 청년 구직자 1년 이상 장기간 취업 준비 대학 입학과 동시에 바로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들, ‘스펙 채우기’로는 부족해 현장 경험 쌓길 원하는 학생들, 대학 내 진로·취업 프로그램으로 몰려 취업 대신 창업 선택하는 학생도 많아져…청년 창업자들, “창업이 도피가 돼선 안돼”

2022-11-20     김한울 기자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요즘 대학생들은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다. 각종 대학 커뮤니티와 온라인 고민 상담 게시판을 보더라도 이 같은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 다니면서 졸업 전에 어떤 자격증을 따야 취업에 유리한 지, 어떤 스펙과 조건을 갖춰야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내용을 묻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학점, 어학, 실무능력 외에도 인턴 경력이라도 갖추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취업 전쟁’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취업 준비 기간 장기화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24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취업체감도 부분에서 대학생 29.6%가 올해 대졸 신규채용 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응답했다. 반대 응답인 ‘지난해보다 좋다’(5.6%)의 5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66.3%가 취업 준비기간으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이 중 ‘1년 이상’으로 내다본다는 응답 비중은 36.4%에 달했다.

더불어 4학년 또는 졸업 예정이거나 졸업한 대학생 10명 중 7명(65.8%)이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부족이 49.5%, 일자리 부족이 3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취업준비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학생들은 경력직 선호에 따른 신입채용 기회 감소를 가장 많은 이유로 들었다. 경기도 소재 대학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 모 학생은 “취업을 위해 여러 준비를 해도 원하는 기업이 채용하는 빈도와 수가 너무 적고 막상 하더라도 경력을 갖춘 이를 원해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기분”이라며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크다. 결국 내가 원했던 곳에서 눈을 낮춰 취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함에 따라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기간이 늘어나고 구직을 포기한 학생들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은 겨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물에 올라온 대학생의 고민. (사진=에브리타임 캡처)

■ 대학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까지 동시에 =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는 70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5만 4000명이 줄어든 수치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수가 감소했다. 취업 의지도 꺾여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 후 직장이 없는 미취업자 133만 명 중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한 청년이 34만 2000명으로 전체 25.7%를 차지할 정도였다.

취업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학생들은 졸업 이후 취업 준비 기간을 줄이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신입생 이 모 씨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취업을 빠르기 하기 위해 내가 어떤 길을 가야겠다는 목표를 정해 대학과 학과를 골랐고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틈틈이 필요한 자격증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며 “이제 웬만한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은 대부분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자격 요건을 갖추기도 쉬워졌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장점을 찾고 강조하기 위해 정부 정책이나 학교 프로그램 등을 수시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 스펙만으로는 부족해! “취업 전 경험 쌓을 수 있으면 대학 길게 다닐래요” = 어려운 취업 시장을 감안해 대학들은 학생들의  ‘현장경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진로 ·취업 프로그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학교 내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활용해 △창업 동아리 △취업 서포터즈 △진로세미나 △현장 실습교육 참가자 모집 프로그램 △현장 전문가 초빙 설명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의 한 관계자는 “5년 전만해도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진로·취업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큰 관심이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갖춰진 스펙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많은 학생들이 현재 센터를 찾아 현장 경험을 쌓고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의 경우 지난해보다 3~4배의 인원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대학에 다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스펙과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분주하다. 실제로 빠르게 졸업해 취직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졸업 후 취직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는 게 취업 준비생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를 반증하듯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년 3개월 21일인데 2007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긴 기간으로 4년제 대학 졸업의 경우 5년 1개월 21일로 전 대학 평균보다 훨씬 길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 한편으로는 취업 준비를 위해 취업 준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회사를 자신이 직접 차리겠다는 의지를 가진 학생도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9월 조사한 ‘MZ세대 미취업 청년의 창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로는 복수응답을 적용해 ‘보다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50.5%, ‘더 많은 경제적 수입을 위해’가 46.2%, ‘정년없이 오래 일하기 위해’가 36.3%였다. 특히 가장 많이 뽑았던 응답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템을 통해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는 누구의 제한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이 책임을 지고 일하고 싶다는 청년 세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임영대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조사를 통해 MZ세대 청년들이 창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체계적인 창업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 창업 대표들, “취업 회피에 창업 선택해선 안된다” = 취업 대신 창업에 눈을 돌리는 학생도 느는 분위기다. 실제 대학 생활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청년 창업에 대한 응원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2022 산학협력 EXPO’의 학생창업유망팀 제품 전시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려대 ‘R2C 컴퍼니’의 김동호 대표는 “창업을 생각하고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후배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크다”며 “최근 청년 창업팀이 많아졌는데 취업 준비가 어렵다는 이유로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창업이 목적이 돼선 안된다. 창업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창업을 고려하기 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사업 아이템의 유무와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대를 다니면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김강 ‘곡물원’ 대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창업으로, 특히 청년 창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창업 유망팀에 선정된 팀이어도 실제 창업을 통해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창업이 취업 준비를 회피하는 도피처로 사용돼선 안된다. 심사숙고해서 창업을 선택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