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년 총선 수도권이 결정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전당대회’였다. 3월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한 후보들은 모두 탈락하고 친(親)윤석열계 후보 전원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명실상부한 ‘윤석열 직할체제’로 거듭난 것이다.
1987년 민주화이후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통령당(黨)’을 만들었다. ‘노태우의 민주자유당, 김영삼의 신한국당,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 그리고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집권 후 직접 창당한 경우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대통령 당선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2012년 총선이 대선보다 8개월 앞서 치러지면서 나온 유일한 집권 전(前) 창당사례에 해당된다.
창당 아닌 방식을 택한 경우도 있다.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문재인의 민주당은 총선공천을 통한 대통령당으로의 변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의 대통령들과 다른 사례다. 총선을 1년 여 앞둔 전당대회부터 대통령당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모든 대통령들은 ‘당연히’ 여당의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했다. 다른 게 있다면 과거의 대통령들이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면 윤 대통령은 ‘보이는 주먹’을 휘둘렀다는 평이다. 언론은 김기현 의원을 새 대표로 일찌감치 점지하고, 경쟁자들을 한명씩 차례차례 제거했다고 분석한다.
출발은 대통령의 “전당대회 규칙을 변경할 거면 당원투표 비중을 (70%에서) 100%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냐”는 언급이었고, 마지막은 안철수 후보가 앞서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직격탄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장에서 나온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됩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언급은 집권여당을 보는 대통령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효율성과 일사분란의 조직적 뒷받침이 집권여당의 역할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당의 생명은 효율성이 아니라 다양성과 확장성 그리고 국민적 요구와 필요의 민감성이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우리의 경험이다. 안타깝지만 상명하복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관계는 임기 말 권력실패의 출발점이 된 것 또한 한국정치의 아픈 손가락이다.
대통령은 전당대회 축사 마지막 부분에 원고에 없던 두 문장을 추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총선을 향한 출발 선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전진’은 2024년 4월 10일 총선에서 유권자의 성적표를 받는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집권 2년에 대한 국민적 평가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모습은 물론이고 어떤 총선 공천인가도 유권자의 판단과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총선의 승부처는 어딜까? 수도권이다. 2020년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253개 지역구는 122개의 수도권과 131개의 비수도권으로 나눌 수 있다. 131개의 비수도권 지역 중 절반에 가까운 64곳이 영남이다. 따라서 253개 국회의원선거 지역구는 수도권(122)과 영남(64) 그리고 비영남(67)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영남석권과 수도권 선전이 총선승리의 필요조건이다. 2008년과 2012년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던 때, 한나당은 영남 67석 중 63석을 획득했거나 수도권 111석 중 81석을 얻었다. 보수정당이 대패했던 2004년과 2020년 총선을 보면 영남에서 선전했더라도 수도권에서 각각 33석과 17석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열린우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던 2004년과 2020년 총선을 보면 수도권 압승이 결정적이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109석 중 76석, 2020년 민주당은 122석 중 100석을 획득한다. 2000년 이후 6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인 것은 단 한번 2008년 총선으로 당시 민주당은 역대급 패배를 기록한다. 2024년 4월 10일 총선, 수도권이 결정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