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대학 MT, ‘술’ 대신 ‘정(情)’이 오고 가는 선후배 만남으로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 방문해 체험 학습 진행 호남대 물리치료학과와 뷰티미용학과, 전공 지식 활용해 지역 사회에 봉사활동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바람직한 대학교 MT 문화 정립되길 바라며 사회봉사 춘해보건대 치위생과, 신입생 대학생활 길라잡이로 ‘후배사랑 세치(齒)식’ 9년째

2023-03-29     정은아 기자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는 지난 16일 신입생, 재학생이 함께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로 체험학습 MT를 다녀왔다. (사진=대구보건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정은아 기자] 주요 대학들이 대학교 MT를 현장학습이나 봉사활동으로 대신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음주문화로 얼룩졌던 대학교 MT가 선후배가 함께하는 전공 관련 학습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공 관련 지식을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후배 간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분위기다.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는 지난 16일 신입생 41명과 재학생 65명이 함께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로 MT를 다녀왔다.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는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안전체험관이다. 학생들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영상을 시청하고 중앙로 역사의 화재현장을 복원한 장소를 견학했다. 전동차 화재 시 수동으로 문을 개방하는 방법, 지하철 승강장으로부터 농연을 피해 탈출하는 방법 등을 체험하면서 소방 안전 전공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 교육을 현직 소방관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었다. 체험 교육을 실시하던 소방안전관 중에는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졸업생도 있어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이번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의 MT는 기존의 대학교 MT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소방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체험학습 과정에서 소방안전공무원이 된 선배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게 돼 선후배 간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향한 애착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반응이다.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학회장인 성진용 학생(2학년)은 “이번 MT가 소방 안전을 전공으로 하는 학과로서 다소 진부한 활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소방 관련 전공생들이라면 꼭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지난 대구지하철 화재 당시 실제 영상과 복원된 현장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위급상황을 직접 탈출해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재미도 있었고 유익했다. 실제 재직 중인 선배를 보며 우리 전공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생겼다”고 MT에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봉사활동으로 대학교 MT를 대신한 대학도 있다. 호남대는 지난 2008년부터 기존 MT 방식에서 벗어나 전공체험과 지역봉사를 함께하는 ‘건전 MT’를 시작했다. 호남대 물리치료학과는 지난 13일 1박 2일 동안 MT를 다녀오며 전공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봉사활동을 했다. 학생들은 졸업한 선배가 재직하고 있는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 내의 근골격계물리치료센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재직 중인 학과 선배를 통해 시설을 견학하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광주시 서구 장애인 복지관과 광산구 더불어락(樂) 노인복지관에서 척추질환 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척추에 좋은 운동을 지도하는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호남대 뷰티미용학과 학생들은 지난 14일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현대 노인 요양원에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장수사진을 촬영해드리는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 촬영에 앞서 각 인물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방법을 교육받고, 어르신들께 직접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해드렸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전공 실무 경험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동우 호남대 교수는 이번 MT 활동에 대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전공 역량을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쓰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학과’ 이미지를 다져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호남대 물리치료학과는 지난 13일 1박 2일 동안 MT를 다녀오며 광산구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사진=호남대 제공)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는 지난해 2학기 학과 MT로 한국효문화진흥원과 뿌리공원을 방문해 우리나라의 효의 역사와 문화, 노인인권 등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 한국효문화진흥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효를 주제로 만들어진 테마공원이다. 학생들은 이번 MT에서 뿌리공원 주변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 자원봉사 활동도 진행했다.

당시 MT를 기획한 보건의료복지학과 학생 신권희 씨는 “바람직한 대학교 MT 문화를 만들고 전공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현장 견학과 사회봉사 활동을 더했다”며 “강압적인 장기자랑, 음주문화 등 바람직하지 못한 대학교 MT 문화들이 있다. 우리 전공처럼 MT를 다녀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 긍정적인 대학 MT 문화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학교·전공 특색 보여주는 선후배 친목 행사, 결속력과 자부심 동시에 올려 = 대학교 MT뿐만 아니라 선후배 간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학교 행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선후배가 만나는 행사에 학교나 전공을 상징할 수 있는 요소를 더함으로써 신입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대 법학부는 지난 9일 ‘2023학년도 법대인의 봄’ 행사를 열어 동문 출신 변호사 3명의 릴레이 테마 특강을 열고, 동문들이 모은 기금으로 신입생들에게 법전을 증정했다. 인천대 법학부는 지난 1993년부터 동문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매년 신입생들에게 법전을 선물하며 예비 법조인으로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오고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 11일과 12일에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2023 신방례(新榜禮)’를 개최했다. 신방례는 조선시대에 과거에 합격한 유생들을 위한 환영식이자, 선배들이 신입 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렀던 일종의 통과의례다. 전통의상을 입고 선후배 간 인사를 나누며 학교 문화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춘해보건대 치위생과에서는 지난 15일 ‘후배사랑 세치(齒)식’을 열었다. 이는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洗足式)에서 착안해 선배들이 후배 신입생들의 구강 상태를 확인하고, 치아를 닦아주는 행사로 진행된다. 올해로 9번째 맞이했으며 선후배가 서로 멘토·멘티로 만남으로써, 신입생들은 전공 지식을 탐색함과 동시에 학과 소속감을 갖게되는 학과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황수현 춘해보건대 치위생과 학과장은 “세치식은 일종의 신입생 전공 길라잡이 프로그램”이라며 “치위생과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선배들의 모습을 직접 보며 치위생사로서의 꿈도 확고히 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