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대교협 공동기획 下] 이주호 표(表) ‘교육개혁’, 생사기로 놓인 대학재정 숨통 트일까
15년간 동결된 등록금과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적 압박 받는 대학 ‘증가’ 교육부, 대학재정 확보 위해 각종 규제 완화…여전히 부족한 재정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일몰 조항 폐지 및 항구적 지원 기반 필요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은 대학 재정 위축을 불러왔고, 빠르게 감소하는 학령인구는 대학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격차를 만들어 지방 중소대학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가체제 변화부터 규제 완화, 법령 정비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공동기획을 통해 ‘대학 위기 해소를 위한 고등교육 대전환’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현재 대학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와 새로운 평가체제
② 대학 생태계와 구조조정의 전망과 과제
③ 대학재정 운용의 자율성 확보와 수입구조 다각화
지난해 11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국내 교육계는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교육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10대 교육개혁 핵심정책을 발표한 후 지난 4월 이를 다시 3대 정책으로 압축했다. 압축된 3대 정책은 △대학개혁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교육 혁신 등이다.
윤 대통령도 교육부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6월 15일 이 부총리의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교육의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의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기업·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정부·기업·대학의 협업체계를 공고히 해 지역과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지방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대학재정 운용의 자율성 확보와 수입구조 다각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늘었지만…턱없이 부족한 재원 =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 성과 중 하나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이 꼽힌다. 특별회계법에 따라 올해 유·초·중등교육의 국세분 교육세 1조 7000억 원이 고등·평생교육에 지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15년간 동결된 등록금 등으로 인해 망가진 대학 생태계 회복은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2년 뒤 사립대 운영 손실이 1685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교협이 지난 15일 발표한 ‘학생 미충원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손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개교 가운데 53개교가 운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사립대 신입생 미충원 규모가 증가하리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업료, 국가장학금 등 학생 직접 수입이 줄어 운영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이 기정 사실화 되면서 대학들은 안정적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재정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장제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은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역대 정부의 국가주의적 고등교육정책이 가지고 온 대학재정의 피폐를 하루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특별회계 신설만으로는) 피폐해진 대학을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 차츰 풀리는 대학 재정 규제…“대학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재정 지원 사업은 교육 혁신과 더불어 대학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경직된 대학재정 운용과 제한된 수입구조로 인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교육개혁이 시작되면서 대학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이 차츰 해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지침)를 개정해 사립대학이 ‘교육용’으로 지정된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변경 할 때 재산가액만큼 교비회계 보전 대신 아무런 조건 없이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기준액을 초과하는 수익용 재산의 경우에도 대학과 법인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처분 금액을 교비회계로 보전하거나 세금납부만 가능하도록 제한해왔다.
이 밖에 교지 위에는 ‘교육용’ 건물만 설치가 가능했지만 교지 확보율 기준만 충족하면 ‘수익용’ 건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사시설에 입주 가능한 업종도 교육과 연구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제한을 없앴다.
또 지난 5일에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립대학이 통·폐합이나 학교 이전을 하지 않아도 현재 쓰이지 않는 교육용 재산을 처분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사립대학은 학교 재산인 땅(교지(이나 건물(교사) 가운데 학교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현재 쓰이지 않는 학교 재산을 팔거나, 담보 제공 등으로 처분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원칙적으로 교육 목적으로 쓰이는 교비회계에 넣어야 하지만 학교가 원할 경우에는 법인회계로 용도를 변경해 수익용으로도 쓸 수 있다.
■ 재정의 안정적·단계적 확충 필요…“대학의 자율성도 확보 돼야” =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은 지난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으로 2023년 0.69%로 증가했지만 OECD 평균 수준인 1.0%와는 차이가 크다. 향후 5년 내, 고등교육 재정 규모를 OECD 평균 수준 이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년 ‘2조 1979억 원’의 추가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교협에서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의 3년 일몰 조항의 폐지 및 항구적 지원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예산을 증액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학령 인구 감소 및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 여건을 고려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사업)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며 “2023년 1.1조 원인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2024년에는 2조 원 수준으로 증액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대학자율경비 비율 35%(인건비 25%, 경상성 경비 10%)를 2024년도에는 총 50% 규모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숙명여대 총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등교육의 혁신은 대학의 자율성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학 재정 운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교육 혁신을 추진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