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학부모에 고발, 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해야”…한국교총, 교권 지킬 ‘5대 정책·30대 과제’ 촉구

한국교총,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 개최 정성국 교총 회장, 정부·국회에 ‘교권보호 현장요구’ 전달 교권침해 사례 1만 1627건 중 악성민원 사례만 6720건(57.8%) 달해

2023-08-03     김한울 기자
한국교총이 3일 시청역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교권 5대 정책-30대 과제’를 제시, 이를 교육 당국과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전국의 현직 초·중·고등 교사를 비롯해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들이 한목소리로 공교육 정상화와 교사 권리 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폭염이 이어지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지난달 22일과 29일 연이어 광화문 인근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육 당국의 즉각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29일 열린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참석했을 정도로 교권 회복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가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현장 요구 전달을 위해 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교사들의 외침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사진=김한울 기자)

■ 한국교총, 교권 지킬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 촉구 = 기자회견에서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전제돼야 할 과제는 ‘교권 회복을 통한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이다”며 “더 이상 교사들이 폭염 속 뜨거운 광장에 모여 외치지 않도록 해달라.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정성국 회장은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수업 방해, 교권 침해 등 문제행동 학생 대책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권 보호대책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교권보호 여건 및 학교환경 마련 등 5대 정책을 비롯한 30대 과제를 교육 당국에 건의했다.

정 회장은 폭언, 폭행, 협박을 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해도 교권보호위원회가 학부모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사과 권고뿐인 현실을 비판하며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 고발, 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지위법의 악성 민원, 교권침해를 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도 언급했다. 그는 “형사사건 수준의 교권침해는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이행력을 담보하고, 교사가 직접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민원창구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은 “아동학대 조사‧수사 시 관할청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 억울한 교원이 없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며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되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도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파에 따라 교권 보호 대책이 갈리는 것은 우려된다며 국회를 향해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교총이 제안한 ‘교권 5대 정책 및 30대 과제’. (사진=한국교총 제공)

■ “교사가 교사답게, 학교가 학교다운 곳으로 거듭나길” = 정 회장의 발표 후에는 여난실 한국교총 부회장(서울 영동중 교장),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경인교대 교수), 주훈지 경기교총 회장(경기물류고 교장)이 차례로 현장 연대 발언에 나섰다.

여난실 부회장은 교육 당국과 국회가 이제라도 추락한 교권을 회복시키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에는 우려를 표했다. 여 부회장은 “현재 나오는 정책들로는 실질적인 교권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라며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교육 당국에 제안했다.

이대형 회장은 현재의 교권추락 문제가 학생인권조례의 지나친 옹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학생인권조례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갑, 교사는 을인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들을 제지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시대다. 학교가 학교다운 곳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권 회복과 함께 현장 학교에게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호 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훈지 회장은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그릇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은 고통 속에서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도대체 교사들에게 뭘 어쩌라는 건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총이 발표한 교권 침해 유형 및 통계 자료. (표=한국교총 제공)

■ 교권침해 여부 조사결과, 하루 만에 1만 건 넘는 사례 접수돼 = 이어 한국교총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교권침해 접수 실태를 손덕제 한국교총 부회장(울산 외솔중 교사)가 발표했다.

한국교총은 총 1만 1627건에 이르는 교권침해 사례를 학부모와 학생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 △업무 방해 △폭언과 욕설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로 나눴으며 학생에 의한 사례는 △수업 방해 △폭언과 욕설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로 구분했다.

조사결과 교권 침해 사례 중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8344건으로 학생에 의한 사례 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침해 유형으로는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 민원 사례가 6720건으로 57.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덕제 부회장은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내용이 들어가 소개하지 못한 교권 침해사례가 적지 않다”며 “교사를 향한 성희롱, 욕설, 폭행과 학부모의 협박,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등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손덕제 한국교총 부회장이 교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한울 기자)

■ 쏟아지는 교권 보호 대책…“즉흥적·일회성 대책은 지양해야” = 현장 취재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정성국 회장은 교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준비되는 것은 좋지만 즉흥적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놓은 ‘교사 면담 사전예약시스템’ 도입과 학교별 민원인 대기실 시범 운영 등 교권 보호 대책에 대해 “교사들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직접 연락하며 불만사항을 얘기하는 상황을 바꿔달라는 것”이라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이다”고 분석했다.

학부모의 민원을 담당할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도 학교 내에는 충분히 많은 법정위원회가 존재하고 있어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위원회 설치는 교원 부담을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교권보호위원회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해 공신력을 담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교육청의 역할 확대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마다 있는 교육청에서 학교 민원 문제를 전담한다면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악성 민원도 줄어들 것”이라며 교권 확립을 위해 교육청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