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어려움 많았다”…생전 ‘연필 사건’ 스트레스, 동료 교사에게 토로하기도
교육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서울시교육청과의 합동조사 결과 4일 발표 서이초 입장문 및 언론 의혹의 사실관계, 학교 구성원 설문조사 내용도 공개해 장상윤 차관, “재발 방지와 무너진 교권 회복 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하겠다”
[한국대학신문 백두산·김한울 기자] 교육부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언급한 지 2주 만이다.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4일까지 서이초에서 발표한 입장문 내용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 “학급 내 학부모 중 정치인 가족 없다”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0일 발표된 서이초의 입장문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설명했다. 장 차관은 “조사 결과 고인의 학급에서 담임교사 교체 사실은 없었다”며 “또한 고인의 담당업무는 알려진대로 학교폭력이 아닌 NEIS 업무다”고 언급했다. NEIS 업무의 경우 본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이지만 시스템 관리, 인증서 관련, NEIS 관련 연수 등을 함께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의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도 없었음이 드러났다. SNS에서 거론됐던 학급 내 정치인의 가족이 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과 대조해 실제 정치인 가족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학생 간 ‘연필 사건’은 사실, 동료교사에게 불안감 토로해 = 이외에도 언론보도 등에서 제기된 주요 사항 관련 사실관계가 밝혀졌다. 고인이 생전 맡았던 1학년 담임 배정도 본인의 1순위 희망에 따라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로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인이 수업공간 부족에 따른 비선호교실을 사용한 것은 맞았다.
앞서 학교폭력 사건은 없다고 언급했지만 ‘연필 사건’으로 불리는 학생 간 다툼은 사실로 드러났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B학생의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서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해당 사건 이후 학부모에게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되고 담임 자격 시비 폭언 등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료 교원의 진술을 통해 연필 사건 당일에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전화했고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번호를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토로했음이 확인됐다.
장 차관은 “학부모가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폭언이 있었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연필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사망교사 어려움 많았다…업무 과중 인정한 교육부 = ‘학급 내 부적응학생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제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음이 드러났다.
다만 앞서 ‘연필 사건’ 내용이 학부모 요구로 누락되는 등 고의로 부정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당시에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어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재검토 요청에 따라 학교 측이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차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학교 구성원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참여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진행됐지만 합동조사가 방학 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서이초 교사 70%,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 경험해봐” = 조사단은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28일 이틀간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은 △업무 과중 △학부모 민원 △학교 부적응학생 정도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으며 서이초 교원 65명 중 63%인 41명이 응답했다.
조사에 참가한 교사들은 대부분 담임 외 업무 병행, 과밀학급,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서불안,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학부모 민원의 경우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 및 항의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월 7회 이상 경험하였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명으로 나타났다. 장 차관은 응답자의 약 49%가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해달라 = 이에 교육부는 서이초 구성원이 교권 강화를 위해 제안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들은 과중한 업무 경감을 위해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을 도입하고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 보호를 위해서는 민원처리반 도입을 비롯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인이 생전 어려워했던 부적응 학생에 대한 지도도 언급했다. 서이초 구성원들은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하고 상담·치료 적극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를 교육 당국에 호소했다,
발표를 마친 장상윤 차관은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