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근의 대한민국 미래 교육 이슈] ③직업계고 교육과정에 사회적 관심·지원이 필요하다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2024-04-23     한국대학신문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교육과정 개정은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교육과정이 공교육의 기본 얼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사회 흐름과 시대적 필요를 반영해 정기적으로 개정되고, 궁극적으로 보다 좋은 교육을 지향하는 속성을 지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뒤를 이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2년 12월에 확정 고시됐다. 이 교육과정은 고등학교 기준으로, 2025년에 1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적용되고 2027년에는 고등학교 전 학년에 적용된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면 항상 많은 이슈가 동반된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수능에 반영되는 과목들은 물론, 학교 현장의 평가 방식과 수업 시수·편성 등이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性)·정치·이념 등은 교육과정에 편입되거나 개정되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놓인다. 교육과정 개정에는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또 개정에 반영돼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파악이 어려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과정 개정 시기에 국민 여론을 듣는 공청회장은 매번 소란과 갈등으로 얼룩지곤 했다. 교육과정 개정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들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삭제되는 것은 교육적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시대적 흐름에 뒤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정에 특정한 교육 내용·요소·이론·이념이 들어가고 빠지고 융합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은 △학습자의 교육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 개정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자질의 함양 △학습자를 지원하는 분권화와 자율화 △디지털·AI 교육환경에 맞춘 교실 수업과 평가의 개선 등이 있다. 교육과정 개정 이후에 으레 등장하는 이슈는 바로 ‘입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교육과정의 변화가 입시에 끼칠 영향에 집중한다. 대한민국의 ‘대입 시험’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슈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는 일반계고 교육과정과 같이 직업계고 교육과정 또한 개정된다. 다만 직업계고 교육과정 개정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직업계고 교육과정이 일반계고 교육과정보다 생소한 면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직업계고 교육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직업계고 교육과정은 〈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성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산업적 변화와 시대적 수요와 흐름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까지는 알 수 없더라도,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인들과 공교육에 관심 있는 국민도 전체적인 특징 정도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2022 개정 직업계고 교육과정 편성·운영 안내서(연구자료 2023-42)’를 토대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직업계고 교육과정 변경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학생의 교과 선택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자율 이수 학점을 확대하고(22학점 → 30학점), 직업기초 능력 함양을 위한 보통교과 내 진로 선택 과목(직무 의사소통, 직무 수학, 직무 영어)가 신설됐다.

2. 전문교과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력양성유형, 신산업 수요 등을 고려해 교과(군)을 개편했다. 둘째, 미래 직무 변화를 반영하고 전공과목 간 연계성을 강화했다. 셋째, 직업생활에 필요한 기본 소양 함양을 위한 전문 공통 과목을 세분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통합) 음식 조리, 식품 가공 → 식품·조리 등
     (분리) 미용·관광·레저 → 미용, 관광·레저 등
     (신설) 융복합·지식 재산
② (학과 신설 및 과목 개편) 소프트웨어, 바이오, 에너지, 소방, 스마트공장, 발명 특허 등 기준학과·전문교과 88종 신설·개선
③ (기본 소양 강화를 위한 전문 공통 과목 확대) ‘노동 인권과 산업 안전 보건’ ‘디지털과 직업생활’ 신설

직업계고 교육과정은 특수 교육 대상자 교육과정과 같이 대한민국 공교육이 성숙해지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이를 대한민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지만, 교육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무게감은 충분히 전달되는 듯하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 현장에서 직업인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삶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인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직업 현장에 빠르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적 연구 지원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