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기획처장들 “계속되는 재정난, 고등교육 황폐화…‘상생’ 통해 힘 합쳐 위기 극복해야”
4~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서 전문대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연찬회 실시 성오현 회장 등 전국 전문대학 기획실·처장과 관계자 150여 명 참석 전문대기획실처장협의회 신임 회장에 변창우 인하공전 기획처장 선출 라이즈(RISE) 속 전문대학 소외와 재정 배분 문제 등 논의 이어져
[대구=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16년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지방소멸 등으로 고등교육이 황폐해지는 가운데 특히 평생직업교육을 책임지는 전문대학에 피해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전문대의 위기 극복을 위해 개별 대학만의 역량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문대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성오현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대경대 부총장 겸 기획조정실장)은 4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2024년도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 연찬회’ 개회를 선언하면서 “모든 전문대학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일부에서 현재 전문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개별 대학마다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전문대 현장에서 한 대학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재해 있어, 모든 전문대학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대 기획실·처장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한다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좀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고등직업교육의 미래 발전과 전문대 동반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로 이번 연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도 축사를 통해 “우리 전문대는, 혁신을 추진할 때 혼자가 아닌 힘을 모아서 함께 헤쳐가야 한다”며 “현재 여건에서 이러이러한 규제가 완화·혁파된다면 좋겠다고 교육부에 함께 건의하고, 그러면 교육부는 이를 풀어주는 모습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전문대에 반드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 회장은 이어 “어떠한 일이든 위험을 무릅쓰고 하지 않으면 쟁취할 것이 하나도 없다”며 “대구보건대는 글로컬대학30에 지원해 현재 예비 선정이 됐다. 최종 선정(본 지정)이 안 되더라도 이러한 혁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대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질러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전문대교협 회장이었던 제게 여러 정보를 공유해 준 전문대 기획실·처장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언제든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한국대학경쟁력 연구원 원장) 역시 기조연설에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는 중앙정부, 지자체, 대학, 지역 산업체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한다는 점에서 지역 교육을 혁신하고 지역 경제 발전 기반을 다지는 획기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 편집인은 “지역사회에서 대학과 관련한 협력이 일반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자체를 상대로 전문대학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유와 협력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전문대 기획실·처장 여러분들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연찬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각 대학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전문대학들이 라이즈와 함께 지역 교육 혁신 중심에 서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찬회에는 전국 130개교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을 포함해 교육부·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한국사학진흥재단·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등 관계자 150여 명이 자리했다.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는 전국 130개교 전문대 기획실·처장들이 속한 협의체로, 대학의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유현진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 사무관의 인사말 △김성근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추진단 단장의 ‘대학 규제개혁 성과와 향후 방향’ △송지숙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재정지원부 부장의 ‘한국사학진흥재단 신규사업 현황과 의견 수렴’ △김병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의 ‘전문대학 관련 주요 현안 추진 현황’ △최준영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원장의 ‘4주기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 개관과 평가인증 기준’ △한상신 경상북도 교육개혁지원관의 ‘경북(시범지역) RISE체계와 글로컬대학 추진 현황’ △신경석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실장의 ‘RISE체계에 대응하는 대학평생교육의 역할’ 등 발표·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함께 열린 총회에서는 성오현 현 회장의 후임을 정하는 신임 회장 선출이 이뤄졌다. 변창우 인하공업전문대학 기획처장이 추천을 받아, 단독 입후보됐고 동의·재청을 거쳐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변창우 신임 회장은 취임 수락 연설에서 “대학 보직자로서 지금 이 순간이 더 힘든 이유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라며 “고등교육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전문대 관련 전 범위에 적용되고 있고, 이 같은 내용들이 안 가본 길을 가는 데에 두려움도 생기겠지만, 행여 실패·위기가 오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기회를 담대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신임 회장은 당면한 현안 과제로 “3주기 혁신지원사업비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사업비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과 라이즈(RISE)에서 전문대학의 입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 같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전문대 기획실·처장협의회 홀로 외로이 하기보다는 전문대 내 교무·입학·학생·취업·사무·산학협력·국제 등 모든 협의회와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야 전문대의 힘(power)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의회 간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창우 신임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일부터 시작된다.
성오현 회장은 퇴임을 앞두고 “많이 부족하지만 2022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했다”며 “전문대 기획실처장협의회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대 대표 보직자 협의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부담감도 있었지만 여러분이 많이 도와줘 잘 마칠 수 있게 된 것 같다. 늘 전문대엔 발전과 건승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