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UNIST의 ‘연구행정 지식잔치’와 ‘조직시민행동’

유신열 고려대 부장

2024-08-05     한국대학신문
유신열 고려대 부장

지난 6월 18~19일 UNIST에서 ‘제1회 연구행정 지식잔치’가 열렸다. 이 잔치에는 UNIST뿐만 아니라 KAIST,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력의학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25개 기관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연구행정’을 주제로 이틀 동안 18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필자는 발표자로 초청받은 덕분에 이 잔치를 통해 연구행정에 대한 세계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UNIST 연구행정인 다섯 팀이 발표자로 직접 참여해 소통하는 열정적인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잔치에 가장 돋보인 순간은 첫째 날 연구행정의 밤 행사에서 연구행정가 선배들에게 깜짝 시상하는 장면이었다. 그 상의 주인공은 41년간 연구관리를 담당한 KAIST 이광숙 님, 그리고 30년 넘게 학과연구관리를 담당한 포항공대의 강경애 님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UNIST는 자기 대학 소속의 직원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이들을 애써 찾아내서 이 무대 위로 초대한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동료 연구행정인 모두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격려의 박수이기도 하고, 행사를 주관한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했다.

같은 목적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을 통해 우리는 서로 스승이 돼주기도 하고, 자신의 길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만남의 장은 스스로 이뤄지지 않는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사임에도 모두를 위해 스스로 고민하면서 열정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그 누군가의 숨은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 학교 차원의 사업계획을 작성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보고서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 6월 14일까지 누군가는 불철주야 노력했을 것이다. 보고서의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은 단순히 시간 외 수당 등과 같은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 노력을 하게끔 만드는 동기는 무엇일까? 그러한 고민 중에, 쿠날(KU Knowledge) 유튜브를 소개하는 교내 메일을 받았다. 쿠날은 필자가 연구처에 근무할 당시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라서 무척 반가웠다. 이 프로젝트는 책자 형태의 연구자 프로파일을 뛰어넘어 교수(연구자)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배우는 학생들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교수는 이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식을 화두로 자신을 소개한다. 이 방식은 제작비 절감은 물론 교수를 카메라에 담는 과정 자체가 스승과 학문을 알아가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이기도 하다.

이 쿠날 영상 중에서 심동철 행정학과 교수의 ‘조직시민행동(Citizenship Behavior)’에 연구소개 영상이 눈에 띄었다. 심 교수는 ‘일을 시키게 되면 후배들이나 직원들이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하는 ‘3요’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직장 세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구 분야인 조직시민행동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조직시민행동을 ‘조직생활을 할 때 이 일을 하면 조직에 좋다는 건 알지만, 딱 내 일은 아니고, 그 일을 하려면 내가 좀 희생해야 하며, 나는 그 일에 의해서 평가를 잘 받거나 이득을 볼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자발적이면서 남을 돕는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뜻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수많은 독립적 변수를 체계적으로 연결된 보고서로 만들어내고, 교수(연구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요자와 연결하고자 하는 이들을 ‘조직시민행동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 독립적인 점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의 장(Agencement, 아장스망)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