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덕의 미래 유망직업은] ④인류의 즐거움이었던 ‘놀이’를 이제는 ‘미래 산업’으로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의 회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 기업은 제조업이 아닌 모바일·PC 게임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혹시 ‘게임’이란 단어를 듣고 코웃음을 치고 있는가? 이 기업들은 2022년 기준으로 각각 1조 8000억 원, 2조 6000억 원, 2조 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게임산업 총 매출액은 2021년에 비해 5.8% 성장한 22조 2149억 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총 8만 4347명으로 2021년 대비 3.0% 상승했으며,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13조 720억 원으로 전체 게임산업 매출액의 58.9%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89억 8175만 달러(한화 약 11조 6039억 원)이며, 우리나라의 세계 게임시장 점유율은 미국(22.8%), 중국(22.4%), 일본(9.6%)에 이어 4위(7.8%)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게임의 위상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데뷔했다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피파 온라인4, 스트리트 파이터Ⅴ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대회 최고 인기를 누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또한 ‘e스포츠 올림픽 대회’를 치르는 것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서 열리는 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하니, 이래도 ‘게임’이란 단어가 가볍게 느껴지는가?
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있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통계청 생활시간조사(2019)에 따르면 개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시간 31분이었고,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553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며, 2022년 기준 게임 콘텐츠를 위해 핸드폰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무려 76.6%로 상당히 높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또한 거의 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10명 중 7~8명은 게임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게임산업은 이처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위상과 발전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게임산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게임기획자가 있다. PC 게임,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 등 게임용 소프트웨어 제작에 관련된 일을 하며, 게임의 장르와 이용 연령층, 게임의 난이도, 게임 내 각종 캐릭터 역할과 특징, 기본적인 스토리 흐름을 설정하는 작업을 한다. 예전에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그래픽 등의 기술들을 학원 등을 활용해 개인적으로 익혀야만 했다면 요즘에는 게임의 기획부터, 디자인, 프로그래밍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 가르치는 게임콘텐츠과, 게임제작과, VR게임콘텐츠과 등이 있다. 국가자격증인 게임기획전문가와 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를 취득해 자신의 실무적인 실력을 인증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게임시나리오 작가다. 앞서 소개한 게임기획자는 소프트웨어 제작에 관한 기술적인 측면에 방점을 둔다면, 게임시나리오 작가는 게임의 기본 뼈대가 되는 스토리 전개를 구성하며, 게임의 주제나 장르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 게임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게임의 난이도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에 매료돼 게임에 빠져든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관련 학과로는 게임콘텐츠과, 문예창작과, 미디어스토리텔링과 등이 있다.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게임은 ‘놀이’라는 이름으로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민속놀이를 통해 삶에 즐거움을 찾았고, 주변 동료들과의 우애도 다졌다. 누구나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놀이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기술은 현실을 바꾸고, 놀이는 더 이상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놀이, 즉 게임을 만드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보람차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