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찾아가는 '홍보전쟁' 눈길
버스15대 래핑광고, 150여 고교 LCD전광판에도...
2009-09-28 김기중

#1. 서울과 수원지역에 최근 ‘수시모집 100%’ 문구가 적힌 회색 버스 15대가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이 5개월째 집행 중인 버스 래핑(버스 전체를 감싸는 기법) 광고물이다. 버스는 수시모집이 마무리되는 9월 말까지 운행된다.
#2. 동아방송예술대학은 다음 달부터 전국 150여 개 고교에 CF를 방영한다. 복도, 식당, 도서관 등에 설치된 LCD 게시판에 대학 이미지 홍보물이 나간다. 오는 11월부터는 수험생이 많이 보는 ‘엠넷’ 등 케이블TV 광고도 시작한다.
#3. 서일대학은 얼마 전 새로 시작한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드라마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바 형태로 대학 로고와 명칭이 하단에 노출된다. 서일대학은 지난해 MBC 드라마 '이산' 이후 드라마 제작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홍보열기가 뜨겁다. 기존 신문과 방송, 인터넷 배너광고를 넘어 고교 전광판은 물론, 옥외 차량을 통한 홍보전이 한창이다. 드라마 제작 지원, 장소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선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를 두고 “쓸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활용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홍보전의 이면에는 전문대학의 치열한 경쟁이 숨어 있다. 조만간 학생 수가 급감하게 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이 홍보전에 돌입한 것.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전략이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은 새로운 입학전형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버스 래핑을 택했다. 여기에는 대학의 위치가 경기도 의왕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과 수도권 통학에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광고에 대한 대학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홍보를 담당하는 최혜석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니 버스 래핑의 경우 50% 이상의 노출도를 보였다. 옥외광고가 가격 대비 효과가 높다는 판단하에 3년째 광고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일대학은 드라마를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해 방영한 MBC 드라마 '이산'이 시청률 33.3%를 기록하면서 효과를 본 후 올해 '바람의 나라'와 '공포의 외인구단'에도 지원했으며, '그대 웃어요'에서는 장소 지원도 하고 있다.
매체의 다변화와 함께 타깃이 좁아진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한민 동아방송예술대학 홍보팀장은 “어느 전문대학이나 공중파로 홍보하고 싶지만, 사정상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예산이 적다면 타깃을 좁히고 수험생과의 접점을 높이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도 일반 신문 지면보다는 고교생들이 주로 보는 디자인 잡지 등에 홍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홍보 활동은 효과측정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입학생들이 어떤 매체를 통해 광고를 접하고 얼마나 효과를 봤는지 알고 싶지만,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학생 설문조사가 고작이다. 전통적인 광고 매체인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경우 효과측정이 그나마 용이한 편이지만, 새로운 매체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새로운 매체를 통한 홍보 활동에는 변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산'에서 큰 효과를 봤던 서일대학은 연이어 '바람의 나라'와 '공포의 외인구단'을 제작 지원했지만, '바람의 나라'는 동 시간대 MBC 드라마인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에 밀렸고, '공포의 외인구단'은 조기 종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눈여겨볼 만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우선은 전문대학의 홍보팀부터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간한 <전문대학의 호의적 이미지 형성을 위한 홍보전략>에 따르면 전문대학 홍보 직원의 경우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직원이 고작 6%에 불과했으며, 홍보 직원의 경력 역시 5년 미만인 경우가 80%에 달했다.
자료를 집필했던 윤민영 인덕대학 방송연예과 교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고 등은 분명 발전적인 측면이지만 너무 치중해서도 안 된다”면서 “대부분 전문대학이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홍보팀을 꾸릴 때 부서배치 정도로 인사배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소극적인 관행에서 탈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우선 조직을 정비하고, 기업과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조직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