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수시 합격자 이탈 늘고, 전공대학·폴리텍에 관심 높아져…동일한 입시 제도로 학생 모집해야

고등교육법 준용 등 입시전형에서의 통일 필요성 강조 수도권 전문대학에서 전공대학으로 이탈하는 경우 많아 3개교 별 차이점 명확히 알려야 수험생·학부모 혼란↓

2024-08-12     임연서 기자
‘2024학년도 수도권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에서 일대일 상담을 받기 위해 수험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문대학, 전공대학, 한국폴리텍대학이 같은 입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시모집에서 전문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정시·추가모집 시 전공대학과 폴리텍에도 지원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한 수도권 전문대학에서는 최근 3년간 평균 10명 이상의 학생이 전공대학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다른 수도권 전문대학에서도 2024학년도 입시 결과 3개 학과에서 약 7~8명이 전공대학으로 이탈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곧 신입생 충원율이 재정 지원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현 상황에서 전문대학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등록금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전문대학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탈한 학생 수만큼의 등록금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임시총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권민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연성대 총장)은 지난 6월 27일 부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수시모집을 통해 합격한 학생들은 정시·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으나, 전공대학에는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민희 수석부회장은 당시 세미나·임시총회에서 전문대학은 수시모집에 합격한 경우, 고등교육법과 동법시행령에 의해 정시·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으나 전공대학은 이러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권귀석 연성대 입학홍보처장은 “4년제와 서울에 위치한 전문대학들은 상대적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덜 겪는 것 같다. 그러나 서울에 위치한 전문대학 중 여대, 서울과 거리가 먼 경기 남부권 전문대학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귀석 입학홍보처장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지하철역과 가까운 전문대학을 가자는 것인데 이곳이 전문대학인지, 평생교육기관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전공대학으로 가는, 드러나지 않은 큰 폐해들이 있다”며 “처음부터 학생들이 전공대학을 전문대학으로 알고, 전공대학이 서울에 있는 전문대학으로 착각해 다른 대학보다 낫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전문대학인 A대 입학처장은 “원래 수시 합격자는 이탈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원이 모두 채워진 상태에서 전공대학으로 빠져나가면 미달이 돼버린다”며 “학생이 이탈하면 대학은 재정 지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의 경우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은 정시·추가모집에 복수지원할 수 없으나, 전공대학과 폴리텍은 수시·정시모집에서의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 전문대학, “전공대학·폴리텍이 동일한 법령 내에서 입시전형 운영하고, 교육기관 간 대학 명칭 표기 구분·제한 필요” = 전문대학들은 전공대학과 폴리텍도 입시에서 같은 고등교육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서 전공대학은 전문대학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해 주는 기관이기 때문에 전문대학과 전공대학은 같은 입시전형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공대학은 전문대학 졸업자와 똑같은 학력·학위가 인정되기 때문에, 전문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전공대학을 전문대학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기갑 구미대 입학처 팀장은 “주로 수도권 전문대학에서 전공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주무부처, 관리부서가 다르다고 해서 대학별로 규정을 다르게 해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호남권 전문대학인 B대학 입학처장도 입시전형 운영에 대한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지방의 전문대학에 합격한 경우에도 서울에 위치한 전공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전문대학의 경우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지만 전공대학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인원 조정, 수시 합격 후 전공대학으로 빠져나가는 부분 등 전문대학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자유로워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부울경권 전문대학인 C대학 입학처장은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수도권 제외하고는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고, 한 명이라도 학생을 더 받고 싶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전문대학 합격생이 전공대학 또는 폴리텍으로 지원하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만한 방안으로 대학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권 유한대 입학학생처장은 교육기관 간에 명칭 표기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용권 입학학생처장은 “전공대학의 교명 표기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폴리텍의 경우 ‘○○○폴리텍대학’으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명만 보더라도 전문대학과 구별된다. 반면 전공대학은 ‘백석예술대학교’ ‘정화예술대학교’ ‘국제예술대학교’ 등 세 기관 모두 전문대학과 같은 형태로 교명을 표기해 일반 전문대학인지 전공대학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입학학생처장은 이어 “교육기관 간에 대학 명칭 표기를 구분·제한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과 수험생, 학부모에게도 잘못된 대학 정보를 심어줄 양상이 매우 높다”며 “평생교육법과 동법시행령 등 관계법령을 정비해 전공대학으로 인가받은 대학은 ‘○○○전공대학(교)’으로 표기하도록 제한을 둬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백석예대’ ‘정화예대’ ‘국제예대’ 등 현재 학교명이 동일한 현실에서 추가모집을 통해 전공대학과 폴리텍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 전공대학, “입시제도는 전문대학과 다른 법령 적용” 폴리텍, “학생에게 자유로운 선택권 제공” = 반면 전공대학은 학사 운영 등 전문대학 법령에 준용하도록 하지만 입시는 법령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대학과 입시 제도에 있어서 다를 수밖에 없고, 폴리텍은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학생에게 학교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입장이다.

서울권 전공대학인 D대 부총장은 “지난 2008년에 평생교육법을 토대로 전문대학과 동일한 학위를 줄 수 있도록 전환시켰다. 각각의 법이 다르고 학사 운영에 대한 부분은 전문대학에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그것도 각각 개별법으로 제시가 돼 있고 입시의 경우 그 범주에 포함이 안 돼있다”며 “특수법인에 의해 설립된 대학들이 그 범주에 예외적 부분으로 논의가 돼 있고, 수시모집에 대한 규제 등에 포함하지 않는 대학은 명시화돼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을 통해 문제의 현상적 부분만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수요자들(수험생)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전문대학의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전공대학은 전문대학과 다르게 정책 지원, 라이즈 사업 등을 진행하는 부분이 없어 전공대학은 스스로 경쟁해서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경인권 폴리텍 관계자 E씨는 “폴리텍은 기능대학이고 학생이 학문을 배울지, 기술을 배울지 고민하다가 전문대학, 폴리텍 모두 지원해서 합격한 뒤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전공대학=전문기관’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학교별 정확한 차이 전달 필요” = 학습 수요자들의 인식은 어떨까. 실제로 전문대학, 전공대학, 폴리텍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원대 컴퓨터소프트웨어과 2학년 학생 F씨는 “전공대학은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고, 폴리텍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차이점을 모르겠다”며 “전문대학이든 일반대학이든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석예대 교회실용음악과 건반전공 2학년 학생 G씨는 전문대학과 전공대학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공대학이 전공특화 대학 아니냐”며 “학생들이 편입도 많이 하고 음악학부 등 예술 계통의 경우는 전공을 살려서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용인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H씨는 “전문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을 지원하고 모두 불합격했을 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공대학의 경우 본인이 꼭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 전공대학을 목표로 해서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고, 폴리텍은 기술적인 지식을 필요로 할 때 폴리텍에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vs 전공대학 vs 폴리텍] 전문대학은 교육부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전문대학과정의 교육을 제공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전공대학은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전문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과 학위를 인정하는 평생교육시설이다. 폴리텍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을 바탕으로 설립된 기능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