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배지 도입 3년차’ 국내 192개 대학서 사용, 사용자 수 2만 명 넘어…확산 속도 가속화

평생학습 시대 도래, 역량 중심의 인재 영입 선호 분위기 등으로 오픈배지에 관심 높아져 오픈배지, 종이 인증서 대체제로 등장…내 학습 이력, 오픈배지로 발급받아 전자지갑에 수집·관리 1EdTech 인증 받은 플랫폼서 발행…일반 디지털배지와 차이 보여, 투명성·신뢰성·호환성 뛰어난 장점 대학과 협력 토대로 학생들이 수업·교외 활동으로 습득한 성과·기술을 인증 받는 영역에서 점차 확대 기업에선 직원의 리스킬링·업스킬링 등 교육 프로그램 분야에서 활용도 높아…채용 시 가산점 부여도

2024-08-19     김소현 기자
동강대 디지털학위 오픈배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국내에 오픈배지가 보급된 지 3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오픈배지는 우리 사회에서 자격과 인증을 획득하고 검증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기존의 종이 기반 인증서와 달리 성과를 보여주는 보다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오픈배지의 지난 성과를 돌아보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상편, 하편으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미래 교육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거론되는 오픈배지(국제표준 디지털배지)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3년이 지났다. 대학을 선두로 직업계고 시범사업, 각 협·단체와 기관들은 교육과 연수에서 오픈배지를 폭넓게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형 오픈배지의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년간 국제표준 기반의 디지털배지는 교육 시장 안에서 다양한 성과를 이루며 많은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들도 적지 않다. 사용자 인식 부족, 인증 기준과 발급 방식 다양화로 인한 표준화된 시스템의 부재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오픈배지의 활용이 교육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을 앞당기는 데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도입 이후의 성과와 장점, 주요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보관·공유 어려운 종이 인증서…IMS GLOBAL, 오픈배지 표준 발표 = 오픈배지는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한 사회의 요구에 따라 처음 등장했다. 이전에 사용되던 기존의 자격증과 인증서는 종이 형태로 발급돼 보관과 관리가 어려웠다. 공유에도 불편함이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자격 증명 방식이 필요했고, 2008년 미국의 모질라 재단이 맥아더 재단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배지에 대한 연구와 시범사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MIT, 하버드 대학,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해 디지털배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가운데 디지털배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과 요구 조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제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6년 교육 기술 분야의 표준 기관인 IMS GLOBAL은 그간의 성과물을 모두 이양받아 2018년 국제표준 규격의 디지털배지인 ‘오픈배지’ 표준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오픈배지는 표준화된 규격과 기술을 통한 디지털 서명에 따라 인증서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강화하게 됐다. 다양한 국제표준 플랫폼에서 쉽게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평생학습 시대가 도래하고 역량 중심의 인재 영입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오픈배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속적인 학습과 자기 계발이 중요해지면서 어떤 학습을 해왔는지 설명해주는 학습 이력이 더욱 가치 있어진 것이다.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평생교육학과 교수는 “기업이 능력에 따라 자격을 갖춘 사람을 발굴하고 보상하는 방향이 바로 MZ 세대가 바라는 것”이라며 “기업이 오픈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조직원 개개인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프로젝트에 인재로 투입시키는 등의 보상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했다.

1EdTech 오픈배지 플랫폼 현황. (사진=레코스)

일반 디지털배지와 달라…오픈배지, 신뢰성·호환성·투명성 등에서 뛰어나 = 오픈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디지털배지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용자 또한 늘고 있다. 일반 디지털배지와 달리 오픈배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을 따른다. 1EdTech의 인증을 받은 플랫폼에서만 발행할 수 있으므로 오픈배지는 발급 기관의 신뢰성과 배지의 공신력을 보장한다. 반면 일반 디지털배지는 발급 기관마다 표준이 다르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외에도 오픈배지는 다양한 플랫폼과 호환 가능해 사용자가 쉽게 배지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디지털 포트폴리오에 통합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일반 디지털배지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존재해 활용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노원석 레코스 대표는 “오픈배지란 메타데이터를 포함해 발급 기관, 수여된 기술 및 자격, 발급 날짜 등을 명확히 기록하는 배지다. 이를 토대로 배지의 진위 여부를 쉽게 검증할 수 있다”면서 “오픈배지를 받은 사용자는 고용주나 다른 교육 기관에 배지의 출처와 자격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지만, 일반 디지털배지는 이러한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배지, 교육 분야 중심으로 확산…“국내 사용자 수 2만 명 돌파” = 오픈배지는 지난 3년간 교육 기관, 기업, 정부 기관 등을 통해 활용 범위가 확산돼 왔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과의 협력을 토대로 학생들이 수업 및 교외 활동으로 습득한 기술을 인증 받는 영역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오픈배지는 한양대의 반도체 전문가 과정에서 발급됐다. 이후 49개 대학이 공통으로 운영하는 e러닝 학점인정 컨소시엄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성균관대는 학생성공센터를 중심으로 비교과 활동을 인증해 취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배지를 전면 도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화여대, 연세대, 경희대, 가톨릭대, 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배화여대 등이 학생 역량 강화와 인증에 오픈배지를 활용했다.

최근에는 태재대, 전남대, 한양사이버대, 서울사이버대 등이 오픈배지를 도입하며 확산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64개 전문대학이 공통으로 ‘메타버시티 플랫폼’ 사업과 연계해 오픈배지를 발급 중이며, IC-PBL 컨소시엄, 글로컬 대학연합, 첨단산업 5대 분야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전문성과 우수성을 인증하는 데 오픈배지를 사용하고 있다. 한양여대, 성공회대, 삼육보건대, 동강대에서는 학위증을 오픈 배지로 발행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 오픈배지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직원의 리스킬링과 업스킬링 분야에서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오픈배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경우 KT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시험(AICE)’에서 발급된 5종의 오픈배지가 최초의 도입 사례다. 현재까지 매회 시험 합격자들에게 인증서와 함께 발행했으며, 30개 이상의 기업이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연수 전문기업인 능률협회(KMA)와 HUNET이 자사의 교육 전 과정을 오픈배지로 인증하는 교육을 개시했다. 이와 함께 UDEMY의 한국 사업자인 웅진씽크빅과 고용노동부의 디지털 인재 역량강화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고려아카데미컨설팅이 IT-UP에 오픈배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기관에서는 국립국어원의 K-TEACHER 오픈배지, 교육부의 직업계고 디지털배지 시범사업,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AI 신약개발 교육 플랫폼(LAIDD) 멘토링, 공학교육인증원의 반도체역량강화교육, 연구개발특구재단(INNOPOLIS)의 산업분야 R&D 전문역량강화 교육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레코스에 따르면 오픈배지를 활용 중인 대학은 올해 7월말 기준 192개로, 국내 오픈배지의 사용자 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3년간 발급된 배지의 수는 총 10만여 개이며, 확산 속도가 가속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생애주기 오픈배지 활용도표. (사진=레코스)

■ 인증 과정 투명하고 손쉽게 공유 가능…“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 줘” = 이와 같이 오픈배지의 장점과 활용 가치가 큰 만큼, 오픈배지가 교육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발급 기관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픈배지의 대표적 장점으로 꼽힌다. 특정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발급받은 오픈배지는 해당 교육 기관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해 공신력 있게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오픈배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사용자는 소셜미디어, 이메일, 개인 웹사이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배지를 공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습자 또는 전문가 등은 자신의 성과를 널리 알릴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개인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디지털배지를 발급받지만, 배지가 하나씩 쌓여가면서 학습 경험 이력이 디지털 지갑 안에 하나씩 축적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오픈배지는 학습자의 필요와 목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맞춤 설계가 가능해 특정 기술, 지식, 경험 등을 강조해 보다 개인화된 인증서를 받아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배지를 따로 분류해 특정 언어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할 수 있다. 다양한 학습 환경과 프로그램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해 교육 기관과 기업 모두에게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원석 레코스 대표는 “오픈배지를 활용하면 학습자나 전문가가 어느 나라에서나 자신의 자격을 증명할 수 있다. 덕분에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국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받은 오픈배지는 전 세계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과의 호환성이 뛰어나 디지털 생태계 내에서의 확장성을 제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