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학 전문가들 “라이즈서 전문대 유기적 참여 활성화…정책적 이점 많다”

21일 제주서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 협의회 하계 세미나 개최 전국 130개교 전문대, 교육부·라이즈위원회 등 관계자 200여명 참석 내년 전국 전면 도입되는 라이즈 추진 방향, 정책 대응 전략 모색해

2024-08-21     임연서·김의진 기자
21일 제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4년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하계 세미나에 참석한 130개교 전문대학 산학협력단장, 교육부, 라이즈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임연서 기자)

[제주=한국대학신문 임연서·김의진 기자] “지역과 산업, 대학이 하나로 연계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내년부터 전국에 전면적으로 도입된다. 지·산·학(地·産·學)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지금,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전문대학의 미래 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도록 전문대 산학협력처·단장들이 더욱 선봉에 서야 한다.

교육부와 라이즈(RISE)위원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관계 부처·기관과의 연계·협업 측면에서도 더욱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향후 라이즈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전문대 산학협력단이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한다.”

이상석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부산과학기술대 부총장)이 21일 열린 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이상석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부산과학기술대 부총장)은 21일 제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4년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하계 세미나’ 개회를 선언하면서 전문대 산학협력단이 미래 환경 변화 대응에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상석 회장은 이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산업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이는 산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교육계, 특히 전문대학 교육 패러다임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제까지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전문대는 실무 중심 교육을 더욱 강화·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가 급변함에 따라 지역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심에 서서 지역발전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전문대는 그동안 지역·산업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발전했고, 그 중심에 산학협력단이 있었다. 향후 지·산·학 협력에도 전문대 산학협력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전국 130개교 전문대 산학협력단장들을 포함해 교육부·라이즈위원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관계 부처·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지역 정주 실무인재 양성, 전문대학 산학협력으로’라는 표어를 주제로, 내년 도입 예정인 라이즈 내에서 전문대의 역할을 모색하고 현재 지역별 정책·전략 방향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다.

■ 김동원 전 전북대 총장 “지역라이즈센터·위원회에 더욱 힘 실려야…수평적 관계에서 전문대도 유기적 참여 필요” = 전북대 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동원 라이즈위원회 위원(전북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라이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전문대가 더욱 유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이즈가 궁극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라이즈위원회·지역라이즈센터 등 지역 기반의 거버넌스에 현 수준보다 더욱 강한 힘이 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동원 라이즈위원회 위원(전북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전 전북대 총장)이 지산학 협력 기반의 라이즈 구축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김동원 위원은 “라이즈 위원회 위원으로서,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뿐만 아니라 지역·향토기업에 취업해 종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교육 데이터에서 전문대가 일반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학 재학생 출신 지역을 분석해봐도 일반대보단 전문대에 해당 지역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역점 추진하고 있는 라이즈가 내년부터 전국에 본격 도입된다. 지역에서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이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연결되고 지역대학은 혁신 플랫폼을 창출하는 데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게 라이즈의 핵심”이라며 “지역 내 일반대·전문대가 협업하는 형태, 전문대끼리 힘을 합쳐 과제에 참여하는 형태 등 유기적으로 운영되면 지역전문대도 라이즈 성공모델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기존 수직적·지배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협력 체제가 되지 않으면 지·산·학 협력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중앙·지방정부는 지배적 구조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초연결 사회 허브’ 역할로, 지역라이즈위원회는 ‘지·산·학의 커플링(coupling) 플랫폼’으로, 지역대학은 ‘혁신 플랫폼을 창출하는 생태계’의 주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성훈 제주한라대 총장 “미래 예측 못하면 20년 후엔 생존 담보 못해…라이즈서 산학협력단 중심의 모델 만들어달라” = 김성훈 제주한라대 총장도 이날 제주를 찾은 전국 전문대 산학협력처·단장들을 격려하면서 대학 내 과감한 혁신에 산학협력단이 더욱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지만, 유독 대학만큼은 변화에 무딘 분위기를 지적하면서 산학협력단장들이 앞장서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성훈 제주한라대 총장이 21일 열린 하계 세미나에서 전국 전문대학 산학협력단장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김성훈 총장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춘 대학의 미래 생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라이즈를 단순히 교육부 주도의 재정 지원·배분 방식에서 지자체로 옮겨가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결국 실패할 것이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춰 지역혁신·생존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학의 모습은 근대 이후에 형성된 대학들의 모습이 기본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결과”라며 “인류 문명사에서 영원한 제국은 없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문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듯 대학도 기존 모습으로는 20년 후 결코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학별로 산학협력처·단장들은 대학 보직자 가운데 핵심 중 핵심”이라며 “일반대·전문대를 통틀어 교수 출신 총장들 가운데 산학협력단 보직을 경험하지 않고 선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래에 대학을 훌륭하게 경영하게 될 자격이 충분한 예비 총장의 자세로서 지금의 전문대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고 생존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산학협력단이 더욱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 박상윤 한국산학협력학회 학회장 “해외 산학협력 구축 모델 본보기로 발상의 전환 필요” = 해외 교육 선진국의 산학협력 사례를 참고해 국내 전문대가 도입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발상의 전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이어졌다. 지역과 대학 간 산학협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지·산·학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국내에 적합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상윤 한국산학협력학회 학회장(대림대 기획처장)이 21일 열린 하계 세미나에서 해외 주요 교육 선진국들의 지역중심 산학협력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박상윤 한국산학협력학회 학회장(대림대 기획처장)은 ‘해외의 지역중심 산학협력 사례 고찰’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해외 주요 교육 선진국들의 지역 산학 클러스터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박상윤 학회장은 스웨덴 일렉트룸(Electrum) 재단·독일 라인 베스트팔렌 아헨 공과대학교(Rheinisch-Westfälische Technische Hochschule Aachen) 산학협력 사례를 통해 “스웨덴 일렉트룸과 독일 아헨공대는 지역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대학이 역할을 하고 있고, 기업과 대학이 상호·개방적으로 운영되고, 물리적으로 가까워 원활한 협업이 이뤄진다. 공동 연구개발(R&D)이라든지,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하고 창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시사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과 산업체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소개됐다. 박 학회장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의 TRI(Teaching-Research-and-Impact) Lab’ 사례에서 “TRI의 경우, 지역사회혁신센터를 설립해서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들을 도출해 그 프로그램을 공동 이행을 하면서 대학과 지역이 함께 문제해결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학회장은 “1단계에서 계획, 문제 발견이 이뤄져 지역의 주체들과 학생들, 세미나를 통해 기초적인 분석이 이뤄지고, 2단계 연구에서는 문제 해결에 대한 실질적인 실용 연구가 진행된다. 2단계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행이 된다고 본다”며 “그러나 3단계 문제해결 이행에서는 실제 문제 해결에 대한 부분을 지자체와 공동으로 펀딩을 유치하고 문제해결을 하고 있다는 부분을 우리가 해결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대학 교육에 지역의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역 중심 대학 체제 혁신 사례 중 박 학회장은 오스트리아 FH JOANNEUM 응용과학대학 사례에서 “이 대학의 경우, 산업경영연구소에서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스마트 프로덕션 랩(SPL)’을 설립해서 운영한다”며 “SPL 사례는 대학이 보유하는 다양한 역량 활용 가능 시설을 구축하고,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연구 활성화,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 지원 등 중소기업과 응용과학대학이 연결되는 사례고, 전문대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라이즈를 앞둔 상황 속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갖고 발전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학회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지역 클러스터 운영 쪽에서는 역시 클러스터가 구축돼야 한다. 그 클러스터는 전문대학의 산학협력을 살펴보면 정부 중심의 산학협력이었고 대학별 산학 협력이었으며, 기업의 ‘원웨이(One Way)’ 산학협력이었다”며 “그러나 이제 지역 중심의 산학협력으로 간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산업에 지향적인 수요 중심이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학회장은 “또한 라이즈 아키텍처(Arcitecture)에 전문대학이 콘텐츠(Contents)를 갖고 어떤 부분에서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 고민하고, 라이즈 모델(Model)에서 전문대학의 어느 부분을 각 광역의 해당 콘텐츠에 맞춰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의 ‘창업 활성화를 위한 대학의 역할’ △홍영일 재미와의미연구소 대표의 ‘진화하는 챗지피티(GPT)와 인간의 진화’ △박병수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명예회장 ‘라이즈 체계를 통한 전문대학의 역할과 전략적 대응’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