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평생교육 ‘고도화’ 교육과정 ‘혁신’ 강조

4일 서울서 ‘2024년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정책연구 세미나’ 열려 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 등 20여 명의 교육계 관계자들 한자리에 지역사회에서의 전문대학 역할 모색, 평생교육 고도화·내실화 필요 “라이프 2.0, 하이브 사업 등 평생직업교육의 본래 취지 유지돼야” “지역 특화, 유연한 학사제도 등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필수”

2024-09-09     임연서 기자
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다이아몬드홀서 진행된 ‘2024년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정책연구 세미나’ 참석자들이 이범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평생교육실 실장의 ‘전문대학을 통한 지역 평생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인구감소와 지방소멸로 인해 전문대학이 위기인 가운데, 교육계 전문가들이 모여 내년에 도입될 라이즈 내 전문대학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현안연구에 대한 제언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전문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해 지역 평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이 먼저 지역사회의 성장·지속가능성을 이끌 수 있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라이즈 도입 이후에도 기존에 진행됐던 평생교육 사업의 목적이 이어져야 하며, 사회변화 속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다이아몬드홀서 ‘2024년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정책연구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을 비롯한 교육계·전문대학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해 전문대학에서의 지역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문대학 교육과정 운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오고갔다. 2011년에 개소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고등직업교육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해 고등직업교육과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 지역사회 위기 속 직업교육의 선두주자로서 전문대학 역할 ‘중요’ = 인구소멸·지역감소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의 평생교육이 강조됨에 따라 전문대학이 이러한 위기에 앞장서서 맞춤형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역·청년 인구 감소 등 전문대학도 위기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위기 속 전문대학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학령기 학생, 평생직업교육 등을 통해 전문대학이 지역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에 대해 지역별로 학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개회를 선언하면서 “이번 세미나는 고등직업교육의 구성원들의 공동 노력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기술 변화, 인구 통계학적 변화,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직업교육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분명해졌다”며 “전문대학은 이러한 교육 환경 변화에 가장 앞서서 교육과 노동시장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사회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육성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전략을 세워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병진 소장은 “22대 총선을 대비한 전문대학 아젠다(Agenda)를 발표한 바가 있고, 이 중 현안 연구로 ‘전문대학을 통한 지역 평생교육 내실화’와 관련된 연구가 추진됐다”며 “이와 함께 오늘 발표된 연구 내용이 세미나에 참석한 소속 대학의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이후 대학의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범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평생교육실 실장이 ‘전문대학을 통한 지역 평생교육 내실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 ‘LiFE 2.0’ ‘HiVE’ 사업의 방향성 유지 필요, 평생교육 데이터 확보도 이뤄져야 = 내년에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도입되면서 ‘라이프 2.0(LiFE 2.0)’ ‘하이브(HiVE)’ 사업 등 평생교육 사업이 종료되지만, 기존 사업이 추구했던 목표와 방향은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범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평생교육실 실장은 ‘전문대학을 통한 지역 평생교육 내실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법 체제에서는 직업교육과 관련된 법률이 산학협력법,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 등으로 혼재돼 있고 지원 대상, 적용 범위도 중복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에 걸친 직업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고,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을 통한 지역 평생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에 대한 토론에서 권도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총무(연성대 기획처장)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권도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총무(연성대 기획처장)는 “이제 라이프 2.0 사업이 라이즈(RISE)로 통합된다. 각 지자체마다 사업의 방향이 잘 유지되면 좋겠지만, 지금 그 형태가 그대로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이와 함께 평생 교육 관련 데이터 확보·활용도 정책 제안에 포함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재정·자치연구실 총괄은 “얼마 전 발표된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전문대학 연합이 선정된 것을 알게 됐고, 글로컬대학에서도 ‘평생교육 혁신’ 부분이 있었다. ‘성장 경쟁’을 통해 뽑힌 전문대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향후 평생 직업교육의 혁신 분야나 내용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이와 함께 지역별 평생학습 참여율에 대한 데이터도 정리되면 그에 맞는 전략도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범수 실장은 “내년에 라이프 2.0 사업이 라이즈로 통합되면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국가평생교육을 진행하고, 대학 평생교육의 대표적인 재정지원 사업이 라이프 2.0 사업인만큼 이와 같은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가 ‘전문대학 교육과정의 진단과 대응’을 주제로 한 2차년도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연서 기자)

■ 내년부터 도입되는 라이즈, 전문대학 교육과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 이와 함께 내년에 라이즈가 시행되는 가운데, 전문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과정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 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정표 한양여대 교수는 ‘전문대학 교육과정의 진단과 대응’을 주제로 한 2차년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정표 교수는 “1차년도에서는 전문대학의 학부 과정, 즉 전공·교양·비학위 과정 등을 전면적으로 진단해서 향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2차년도 연구에서는 ‘지역 혁신’을 주제로 전문대학 교육과정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재정지원사업들이 전문대학의 교육 체제 변화와 교육과정의 개발, 운영 등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재정지원사업에 기반을 둔 전문대학의 지역혁신 교육과정은 사업단이 분절되고, 연속성을 갖지 못해 특정 사업이 종료될 때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연속적인 피드백(Feedback)이 없다. 라이즈가 도입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성과관리 시스템과 피드백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대학 교육과정의 진단과 대응’을 주제로 한 2차년도 연구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이상석 한국전문대학산학처단장협의회 회장(부산과기대 부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연서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석 한국전문대학산학처단장협의회 회장(부산과기대 부총장)은 “전문대학 교육과정은 4년제 대학의 교육과정을 2년 안으로 축소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어, 교육과정에 속에서 한 가지라도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는 교과목을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석 회장은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과 똑같은 형태의 교육을 진행해 왔다”며 “현재, 미래형 교육 과정을 보면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변화를 토대로 개인화 중심으로 교육이 바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대학의 역할은 ‘직접 해보는 교육’ ‘협동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실무 인재 양성,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사회 협력 교육, 지역사회 기반 교육을 하나로 묶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며 “라이즈는 지방 교육의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고, 단순히 한 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통합적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 실장은 “지역사회 대학으로서의 존재감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공헌’이 중요한 것 같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함께 동반자로 뛰어들고 성과를 냈을 때, 지역 대학으로서의 위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경애 실장은 “성인학습자의 가장 큰 특징을 ‘자발성’이라고 한다. 라이프, 하이브 사업에서 성인학습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수요 측면, 감사 등에 참여하기를 원해서 이러한 부분을 교육과정 분석 틀 안에 반영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정표 교수는 “각 교육과정을 위해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하나의 과제를 통해 지속성을 갖고 연구분석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과를 분석하는 등 면밀한 작업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세미나에서는 △장광남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고등·평생직업교육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의 ‘전문대학의 지역사회 기여도와 영향력 분석모델 개발’ △김성중 안산대 교수의 ‘사립전문대학 재정지표와 경영효율성 분석’ 등 연구에 대한 발표·토론을 진행했고, ‘고등직업교육연구소 발전방안’에 대한 자유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