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수도권’에 몰린다…이민자 ‘지역 정주’ 이끄는 실질적 대책 필요”
11일 국회서 ‘이민청 설립과 외국인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 개최 법무부, 이민정책연구원, 지역·학계 관계자 등 참석해 이민정책 의견 교류 저출산, 청년인구 유출로 지역소멸 문제 심화로 이민자 유치에 관심 높아 지역서 필요 인력 ‘정확한 통계’ 나와야, 내국인 근로자·대학생 영향도 고려 “이민자 정주, 외국인 당사자가 정한다… 본국으로 떠나는 이유 파악해야”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저출산과 청년인구 유출로 지역소멸 문제가 극심한 가운데 국내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에게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민자가 지역 정주를 꿈꿀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요건을 만들고, 이들이 지역 정주를 ‘선택’하도록 이주민 관점에서 지역의 정주 여건을 분석·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각 지역으로 유입된 이민자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하지 않고 ‘실제 지역 정주’를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민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민청 설립과 외국인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러한 주장을 전했다. 이창원 실장은 이날 ‘인구감소와 이민정책의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유학생 혹은 외국인 근로자 등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민자 시각’에서 지역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지역 정주 선택은 이민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역정주 외국인 확보는 교육계와 산업계의 화두이기도 하다. 지역 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입학자원 확보를 위해, 지역 산업체는 생산 인력을 구하기 위해 ‘외국인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교육부도 지난해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방안(Study Korea 300K)’를 발표하며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발표안에는 오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로 담겨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 지자체에서도 이민정책 변화, 비자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민자 시각에서의 지역 문화, 교육 환경, 취업 여건 등을 고려한 이민정책이 필요한 때다. 이 실장은 “이민자들의 정주를 어떻게 유도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지역 정주는 지역 수요가 정하는 게 아니다. 당사자가 남을지 떠날지 결정한다”며 “외국인이 지역 정주를 선택하는 이유, 본국으로 돌아가는 배경 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들이 지역에 남으면 본인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민정책이 앞으로 ‘이민사회 준비’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민정책을 ‘인력수급 정책’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지금의 우리나라 이민정책은 과거 20년 동안 만들어온 결과다. 이제 논의되는 이민정책 개선점에서는 20년 뒤 우리나라가 만들고자 하는 이민사회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민자는 국내에서 단순 노동인구가 아닌 ‘사회구성원’이다. 인력 수요 대응 중심으로 이민정책을 펼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부족한 인력 수요 파악과 현재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규 인력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지역에 많은 이민정책 권한을 달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실제로 각 지역에서 인력 수요 파악이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광역 단위, 지자체별로 정확하게 파악한 인력 수요를 바탕으로 신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신규 도입과 함께 이미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취업 현황을 분석하고 이 가운데 미취업자들을 지역 산업체와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 뒤에 신규 도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확대되는 이민정책서 ‘관리자 인력 보충’ 필요 = 과거 이민자 정책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펼쳐졌지만, 최근 인구 문제와 결합돼 지자체를 중심으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유입을 계획하는 만큼 지역에서 이들을 위한 인프라, 인력 등 자원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기존 지역기반 비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민이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민전담기구 설립(안)과 설립효과의 전라남도 적용방안’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민이 위원은 “이민자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을 갖고 이민정책, 비자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이민자들을 ‘인력’이 아닌 ‘사람’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기존 비자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한 뒤, 새로운 비자 제도를 개설하는 게 논의돼야 한다. 지역기반 비자 활용도가 높지 않은 데는 제도적 한계, 지자체 인력 등 자원 부족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기존 비자 체계 내에서 지역기반 비자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이날 법무부, 광역자치단체, 지역산업체 등 관계자가 모여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는 이종철 법무부 외국인정책과장, 유영민 전라남도 이민정책과장, 이소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상근변호사, 김병수 다온산업 대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이 참석해 이민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난달 열린 ‘지역기반 이민정책 활성화 간담회’에서 언급된 ‘광역형비자’ 신설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유영민 과장은 “지방소멸을 막는 징검다리로서 지역주도의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이민과 외국인 관련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정부의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도 지역기반 이민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이민정책이 전 국가적으로 유행 중”이라며 “‘광역형비자’처럼 지역특성에 맞춰 실질적인 외국인력 도입권한을 인구감소지역 광역지자체장이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은 개회사에서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정책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이번 토론회가 이민청 설립과 외국인 비자정책 제도개선을 위한 올바른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돼 관련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