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발표…전문대학의 ‘미소’와 ‘쓴웃음’

지난달 28일 글로컬대학 본지정 결과 발표, 전문대학 총 7개교 선정 전문대 ‘초광역’ 연합 첫 선정, 보건·의료 분야 이끄는 선두주자로 도약 연합·통합형, 일반대·전문대 협력 통해 지역발전 이끌고 인재 양성 주력 비(非)선정 아쉬움 커…‘원인 분석’ ‘선도적 모델 구축’ 재도전 의지도

2024-09-13     임연서 기자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최근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결과가 나온 가운데 ‘본지정’ 관문을 통과한 전문대학들의 미소와 안타깝게 이번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전문대학들의 아쉬움이 눈길을 끈다. 결과 발표 이후 이번 사업에 최종 선정된 학교들의 소감, 향후 운영 계획과 선정되지 못한 학교들의 사업에 대한 견해, 재도전에 대한 의지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본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예비지정을 거쳐 최종 10곳(17개교)이 선정됐다. 이 중 전문대는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광주보건대 △대구보건대 △대전보건대 △원광보건대 △한국승강기대 등 총 7개교가 선정됐다. 반면 △목포과학대 △연암공대 △울산과학대 등 총 3개교는 선정되지 못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일반대학, 전문대학 30곳을 지정해 1개교당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이다.

광역시의 경계를 넘은 연합 형태인 이른바 ‘초광역’ 연합형으로 올해 처음 선정된 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는 단일 거버넌스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각 대학의 캠퍼스를 학과 중심에서 △헬스케어 △헬스테크 △재활치료 △늘·돌봄 등 4개의 스쿨제 중심으로 개편해 대학별 기존의 보건·의료 전공학과를 재구조화할 예정이다.

국립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는 국립대·공립 전문대 통합을 이루고, 한국승강기대는 사립 전문대학으로서 연합형으로 선정됐다. ‘K-방산·원전·스마트제조 연구중심대학’ 혁신모델을 제안했고 각 대학이 역할을 분담해 국립창원대는 연구와 첨단과학 분야를, 경남도립거창대와 경남도립남해대는 기술·현장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한국승강기대는 글로벌 국제 협력 분야와 스마트제조 분야의 승강기 기능 제안사업을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협약을 맺고 해당 국가에 대학교를 만들어 훈련기관을 구축한 뒤 승강기 기능 인재를 양성해 한국승강기대 또는 국립창원대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반대·전문대 통합형으로 선정된 원광대·원광보건대는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 비전과 전라북도의 ‘생명산업의 글로벌 거점도시 구현’ 비전에 맞춰 원광대의 ‘의·치·한·약’과 원광보건대의 보건·의료학과를 결합해 생명 분야를 이끄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목포과학대는 동신대·초당대 등 4년제와의 연합형으로, 울산과학대·연암공대는 전문대 연합형으로 도전했지만 이번 사업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목포과학대·동신대·초당대 연합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지역 캠퍼스를 만들자는 것이 중점 과제였다. ‘지역 공공형 사립 연합대학(UCC, University Community Collaboration)’ 혁신모델을 통해 지역 인재와 외국인 정주 인력 등을 양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울산과학대와 연암공대는 전문대학 연합형으로 지원했다. 울산과학대는 기계와 로봇 등 이차전지 생산인력을 양성하고 연암공대는 인공지능(AI) 등 분야를 특성화해 우수한 인재가 지역과 산업체에 정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었다. 또한 학교에서 가상현실과 연계된 실습을 할 수 있는 생산공장인 ‘심팩토리(SimFactory)’를 구축해 생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표준모델을 만드는 등 목표를 설정했다.

이번 사업의 최종 문턱을 넘은 대학들의 소감과 안타깝게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 ‘초광역’ 연합, 혁신모델 통해 보건·의료 선도하고 ‘한달빛’ 단일 거버넌스 체제 구축 = 이번 글로컬대학30의 2차년도 사업에서 첫 ‘초광역’ 연합 모델로 도전한 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는 ‘보건·의료’ 연합을 통해 선도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학교들을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와 ‘한달빛 글로컬 보건연합대학’을 설립해 단일 의사결정 체제 구축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수 대구보건대 글로컬사업추진단장은 “좋은 모델을 제시하면 다른 지방대학, 지방 전문대학들이 우리 대학들의 모델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우리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선진국이라고 봐야 한다. 3개교가 아시아 지역의 낙후돼 있는 보건·의료 분야를 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계대학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연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단장은 “3개교의 강점은 보건·의료 분야의 간호사와 의료기사들을 양성하는 것인데, 이런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다”며 “또 한달빛 사단법인을 만들어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고, 단일 의사결정 체제하에 ‘한국보건대학교’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숙 대전보건대 미래융합사업처장은 “3개교는 단일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단일 거버넌스를 토대로 3개교가 선정된 것은 구성원들의 힘과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구성원들은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각 대학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3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총장님끼리 연합이 잘 됐다. 또한 총장님, 지자체, 보고서 집필진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초광역’이라는 어려운 모델이었지만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글로컬대학30 사업 이후에도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면서 5년 후에도 함께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또한 양질의 의료기사를 양성해서 지역 정주율을 높이고 지역의료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일봉 광주보건대 교무처장(글로컬사업단장)은 “총장님을 비롯해서 주요 보직자, 여러 학과 교수, 재학생들이 한마음·한뜻으로 차분하게 축하하는 분위기다”며 “3개교 총장님들, 보고서 집필에 참여하신 교수진, 3개 광역 지자체도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문일봉 교무처장은 “이번 연합을 통해 전문대학의 모태가 되는 보건·의료계열의 노하우들을 하나로 집적하고, 집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해 주변 전문대학에 이 모델을 확산·파급시켜 상생·협력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교무처장은 “3개교가 ‘시너지(Synergy)’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사단법인 형태의 연합 단일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 체제 내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연합·통합형 통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 지역 발전도 이끌어 = 연합·통합 모델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일반대·전문대가 각 대학별 강점을 활용해 지역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서영호 원광보건대 기획조정처장은 “10여 년 전부터 통합을 준비해 왔었다. 지방 인구도 소멸하고 학령인구도 감소하니까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통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았다”며 “단순히 ‘물리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아닌 각 대학의 강점인 부분을 통합하는 ‘화학적 통합’을 통해 대학이 새롭게 제2차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영호 기획조정처장은 “이제 시작단계라서 사실은 준비해야 될 것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학이 이 사업을 토대로 전라북도 지역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홍태 경남도립남해대 교무처장은 “전체적으로 대학은 굉장히 환영하고 있고,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통합형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대학의 경쟁력 제고, 교육혁신 등에 중점을 뒀다. 또한 통합 모델과 연합 모델이 함께 가면서 지역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부분을 특성화해서 교육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호 한국승강기대 총장직무대행(기획처장)은 “지금도 글로컬대학은 일반대·전문대 상관없이 중요한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대학 구성원들도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 선정된 점이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고,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호 총장직무대행은 “기능인재와 고급인재를 양성해서 지역의 정주요건을 개선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경섭 경남도립거창대 교무처장은 “지방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 보니,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이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4년제와 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보겠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며 “국립창원대·경상남도 등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합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해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를 통해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조영태 국립창원대 기획처장은 “지난 4월 국립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 3개교가 글로컬대학 통합을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며 “워낙 선정되기 어려운 사업에 예산 규모도 크기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의 자부심 또한 있다”고 말했다.

조영태 기획처장은 “2년제와 4년제가 한 대학에서 운영될 수 없다는 고등교육법 때문에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법 개정이 준비되고 있다”며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되면 지방의 특성화대학으로 자연스럽게 지정되게 돼 있고, 특성화대학이 되면 최근에 개정된 ‘지방대육성법’을 통해 대학에서 규제 특례를 신청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 선정 결과에 대한 아쉬움 이어져…‘심기일전’ 통해 재도약 예고 =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었지만 본지정 문턱을 넘지 못한 전문대학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계획을 재정비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연합형 모델로 지원했던 A전문대학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대학끼리 협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내년 사업에 선정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A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의미는 지방대학이 지자체, 산업체와 거버넌스를 체결해 지역정주형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산업체들이 지역에 정착하면 자연스럽게 지·산·학이 연합되고, 연합을 통해 지역에 정주형 인력이 많이 양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각 학교별 교수·총장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계획된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연합형 모델로 지원했던 B전문대학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며 “해당 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금전적인 재정지원보다는 명예, 혁신성, 책임감 등 전문대 측면에서 다른 대학들에게 새로운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글로컬’이라는 브랜드를 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B대학 관계자는 “이와 함께 떨어진 이유에 대한 내부적인 분석을 하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고서 작업과 사전에 실행 가능한 작업 등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며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준비할 때 준비과정에서 힘들었다. 요구사항이 다른 사업들에 비해 너무 많았다”며 “내년에 10개 대학을 선정하고 사업을 끝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년에 5곳을 뽑고 내후년에 5곳을 추가로 지정한다면 복잡한 준비과정 때문에 많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형 모델로 지원했던 C전문대학 관계자는 “올해 한번 도전해 본 경험이 있으니,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함께 선정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고, 어느 부분에 좀 더 집중을 해서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C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교육부에서도 어렵게 선정 방식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 사업을 계기로 해서 지자체, 산업체와도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