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대교협 공동기획③]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 성패…대학·기업·정부·지자체 협력에 달렸다
‘Study Korea 300K’와 함께 시작된 본격적인 유학생 유치 경쟁 인재 확보‧지역 소멸 막을 ‘묘수’…정책 완화로 입국 문턱 낮춰 1년 만에 유학생 15% 늘며 20만 명 돌파 “목표 달성 긍정적 상황” 정주의 핵심은 ‘취업’…대학‧지자체‧정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교육개혁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할 10개 대학이 선정됐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에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스터디 코리아 300K’도 제도 정비를 통해 밑바탕을 다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개혁의 올바른 방향과 과제 그리고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통해 이번 정부에서 시도한 교육개혁을 살펴보고, 성공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필요한 해법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율전공선택제(무전공) 안착 위한 과제
② 글로컬대학과 라이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③ ‘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정착까지 연결점은
“현재 약 16만 명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30만 명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
지난해 8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신기술 분야와 제조업 분야 인재 부족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그간 파편화돼 진행되던 유학생 정책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해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인재 확보와 지역 소멸 위기 타파라는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국외 응시기회도 기존 4회에서 올해부터 8회로 2배 확대했다. 한국어능력시험 수요가 증가하는데 비해 국외 시험 응시 횟수가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에 따른 조치다. 지필시험(PBT)는 90개국 이상, 인터넷 기반 시험(IBT)은 3회에 걸쳐 10개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지난 7월에는 2025학년도 9월부터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 학습자를 선발할 때 학령기 학생과 달리 모집 일정을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모집이 보다 원활해질 전망이다.
정책의 최고 수혜자가 될 대학들 또한 정부의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3년에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교육’에 대한 관심이 35.5%로 7위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52.7%로 3위로 대폭 상승했다.
다만,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제도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도 미리 준비해 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로 인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거나 숫자에 매몰돼 정작 우수한 인재 유치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세심한 정책 마련도 주문했다. 비수도권에서 공부한 유학생이 인프라가 밀집된 수도권으로 취업을 할 경우 ‘지역 소멸’이란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목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20만 명 돌파한 외국인 유학생…“긍정적 상황” = 지난 4일 교육부가 발표한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1주기 점검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거나 어학연수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만 8962명으로 작년 18만 1842명보다 15% 늘어났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20만 명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며, 정부가 유학생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최다 인원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2012년 8만 6878명에서 2019년 16만 165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반등하면서 3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긍정적인 부분은 학위 과정(4년제, 전문학사) 유학생과 단기 어학연수 등 비학위 과정 유학생 모두 늘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유학생이 다니고 있는 대학은 한양대로 8264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희대가 6929명, 연세대 6621명, 고려대 5520명, 중앙대 5355명 순이었다. 비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우송대가 187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계명대가 1118명으로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 20곳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대 중에서는 서정대가 3804명으로 유일했다.
이들 유학생 중 대다수는 아시아권에서 온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권 유학생은 18만 9635명으로 전체 유학생 중 90.8%의 비율을 차지했으며, 유럽 1만 681명(5.1%), 북아메리카 4217명(2.0%), 아프리카 3011명(1.4%), 남아메리카 1034명(0.5%)이 뒤를 이었다.
또한 국적별로 봤을 때는 중국이 7만 2020명(34.5%)으로 가장 많은 유학생이 온 국가였으며, 베트남 5만 6003명(26.8%), 몽골 1만 2317명(5.9%), 우즈베키스탄 1만 2025명(5.8%) 순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스터디코리아 300K 프로젝트 추진 이후 유학생 증가율이 상승해 2027년 30만 명 달성이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라이즈 사업으로 유학생 정책 전환점 마련은 물론이고, 지역 수요에 기반한 인재 유치‧정주 전략을 수립해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세계는 이미 유학생 유치 전쟁 중…관건은 ‘취업’ =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미 각 국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몸살을 앓으면서 각국의 유학생 숫자는 급감하고, 이로 인해 대학들 또한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유학생 60만 명 및 연 350억 파운드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프랑스는 2027년까지 유학생 50만 명 및 비자취득 간소화, 일본은 2033년까지 유학생 38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학생 유치 경쟁은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첨단분야 인재 수요가 급증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분야 인재는 물론,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성장을 위해서라도 유학생 유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이 됐다.
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이 해소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윤명숙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원 졸업 후 국내 진학 또는 취업 희망 비율은 55.5%에 달하지만 졸업 후 진로는 본국 귀국 29%, 국내 진학 11%, 국내 취업 8%였다. 즉, 석·박사급 해외 인재의 높은 취업 의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고급인력의 정착 유인이 크지 않아 결과적으로 실제 국내 취업·정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민숙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교육에 기고한 ‘외국인 유학생 진로교육과 취업지원을 위한 과제’라는 글에서 “그간 우리나라는 유학생에 대한 고등교육기관의 교육 및 관리 체계의 질 제고를 위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통해 대학의 역량을 진단하고 체제를 개선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 및 취업지원에 있어서 대학의 교육과 유학생들의 눈높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학생의 유치 및 관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유학생에 대한 양성 체계, 그중에서도 진로교육 및 취업지원에 있어서 역량 강화와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정책적 노력이 성과로 이뤄지려면 양성의 주체인 대학은 물론 지역기업의 수요 파악과 유학생-기업 간 연계를 위한 플랫폼 마련, 유학생의 진로 및 취업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뤄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학생에게도 나타난 ‘수도권 쏠림’…지역 정주 위한 세심한 정책 필요 = 최근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들을 지역에 정주까지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주 여건을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민청 설립과 외국인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이같이 말하며, 유학생 혹은 외국인 근로자 등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민자 시각’에서 지역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본지 취재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각 대학 관계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비자와 관련된 문제가 가장 많았으며, 언어트랙, 취업 조건 등에 대해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 A씨는 “최근 특정 국가에서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급증하면서 비자발급 신청 시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지연 및 비자 거절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비자에 문제가 생기면 입학 시기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 B씨는 비자 문제와 관련해 비자 발급을 위한 표준 입학서의 유효 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개월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학생 유치 시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지역에 따라 개강 시점까지 비자를 못 받는 경우가 있다”며 “2025년 가을학기부터 외국인 유학생 유치 기간의 제한이 풀리지만 법무부의 표준입학 허가서의 유효 기간을 3개월에서 최소 5개월, 6개월로 늘려 발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B씨는 대학과 정부, 지자체의 역할 구분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는 유학생 선발‧유치‧유지를 강화하고, 인턴‧취창업‧정주 방안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해결해 줘야 한다”며 “한정된 대학 예산으로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미스 매칭되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어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교협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에 취업을 하고 정주까지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맞춤형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재학 중 교육은 물론이고, 졸업 후 취업 및 원활한 정주를 위해 한국어 교육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내 한국어 교육기관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대상 수업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했다. A씨는 “대다수 대학이 한국어트랙, 영어트랙을 운영 중이지만 실제적으로 가장 많은 학생이 오는 국가는 중국, 베트남 등이다”며 “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취업시키기 위해서는 영어, 한국어만이 아닌 다양한 외국어트랙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계 관계자들은 실무적 역량과 언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유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사회에 원활하게 융화되기 위해서는 언어는 기본이고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지자체‧정부 모두가 나서 지역마다 센터를 구축해 이곳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관리부터 취업, 정주까지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