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라이즈(RISE) 체계’에서 전문대학의 성과관리 방안] ⑤지자체-전문대, 지역 현안 공동진단 및 상생 협력체제 고도화 필요

이수경 거제대 기획처장

2024-10-02     한국대학신문
RISE 내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현안에 대한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지역 현안 관련된 과제를 두고 전문대학의 역할과 추진 방법에 대한 지자체와의 공유체계 확립, 전문대-지자체 상생을 위한 공동협력 체제 고도화도 이뤄져야 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내년부터 2조 원 이상 규모 대학 재정을 광역시도에서 집행하게 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가 전면 도입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산업구조의 급변 등을 맞아 지역대학은 지역혁신의 중심으로서 거듭나고 지역발전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그동안 지역 특화 인재를 배출하며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문제는 라이즈(RISE) 전환 이후를 걱정하는 전문대학들이 많다는 점이다. 일반대 규모와 위상에 가려 전문대만의 특성화와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대는 지자체와 함께 대학의 역량과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 등 라이즈 취지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 지역발전을 이끄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본지는 라이즈 연계를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 변화, 지역정주형 인재 양성 방안,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 직업평생교육의 혁신, 라이즈 내 전문대학의 지역 공헌 과제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윤우영 계명문화대 기획실장 
②김대곤 전남과학대 기획처장
③송경영 울산과학대 산학협력단장
④김지인 대구보건대 부총장
⑤이수경 거제대 기획처장

이수경 거제대 기획처장

조선업은 한때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넘쳐났으며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기술 교육 이후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성실하게 일하면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으로 대표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 조선불황과 함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생산가능인구는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갔고 지역경제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로 인해 필자가 몸담은 지역대학도 고통을 함께 감수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산업의 변화와 지역정주인구의 감소는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역사회는 계속되는‘탈 지방’행렬을 막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역대학과 연계해 지역 현안 문제를 직접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평생직업교육 고도화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지역의 특화산업과 연계한 학과를 개편해 지역정주 인재양성과 수요맞춤형 평생직업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후자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관계 강화를 추진하고자 2022학년도부터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김해대학교가 김해시의 특산품인 뒷고기를 활용한 육포가공 프로그램인 ‘금돈미락’은 지자체-지역 청년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적인 발전과 지역사회 공헌을 실현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24년 상반기에는 베트남 판로 개척을 위한 수출 기회 확대를 성사시킴으로써 지역 청년들의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각종 사례를 통해 전문대학교가 지역밀착형 각종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사회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다양한 직업교육과정 운영으로 지역 정주인력을 양성해 인구소멸 방지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음도 주지해야 한다.

정부는 2025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이하 RISE)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업해 대학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이 경쟁력 있는 대학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역정주형 인재양성,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직업·평생교육의 혁신, 지역 현안 해결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구상된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지역의 발전전략과 유리된 채 추진됐고, 결과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RISE사업에서는 지역 내 이해관계자 집단과 소통하며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한 밑그림인 RISE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RISE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협업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이 경쟁력 있는 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RISE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무엇보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과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 인력 양성 없이는 RISE 체계를 완성할 수 없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해 RISE 체계로의 전환은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지역공헌은 지금까지 전문대학이 잘 해오고 있는 것을 구조화·고도화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지역대학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HiVE 사업 등의 확대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내용이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공헌 이루려면 전문대학의 강점과 차별성을 확보해야
전문대학은 지역 산업현장 및 지역사회와 밀접한 교육을 실시해 지역 정주율이 높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강점은 지역과제 해결을 수행한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성 완성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LINC 3.0, HiVE 사업 등을 통해서도 지역사회 공헌에 힘써왔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강점을 활용한 지역 현안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전문대학 졸업생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및 진로 확대와 정주 여건 개선 등의 서비스 제공과 연결을 고려한 각종 정책이 수반돼야만 한다. 

RISE 내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현안에 대한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 지역 현안에는 △인구감소 해결 과제(ex. 결혼·출산장려 육아 보조 등) △인구고령화에 대한 해결 과제(ex. 고령인구 및 다문화 가구를 포함한 지역민 생활안전 및 재난 방지 프로그램 등) △청년의 정주여건 개선(ex. 지자체-전문대학-민간이 연계하는 문화향유(대중문화, 예술, 공연, 레저 등) 과제 △지역 중소기업 지원(ex. 지역 소상공인 직무역량 및 컨설팅 지원) △다문화 지원과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들 과제에 대한 전문대학의 역할과 추진 방법에 대한 지자체와의 공유체계 확립이 우선돼야만 한다.

다음으로는 전문대학-지자체 상생을 위한 공동협력 체제 고도화가 필요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지역정주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이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은 개별 대학별 강점을 분류하고 프로그램별 개별 대학이 수행할 과제와 공동으로 협력해 수행할 과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후 대학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설계해야 하며, 자원의 공유도 필요하다. 또한 지역 현안 해결과 학습이 수반되는 CBL(Community Based Learning), Living Lab, Domestic Service-Learning과 같은 교육방법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역량이 확대돼야 한다. 특히 지역 현안 해결과제와 연계한 Capston Design 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평생직업교육의 혁신에 전문대학이 중심돼야 
전문대학은 기존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민의 평생직업교육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특히 재직자, 실직자, 외국인 근로자, 취약계층 등 다양한 지역민의 수요에 부합할 수 있도록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특화 산업분야의 인력양성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성인학습자 친화적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양질의 인력 배출 및 해당 인력의 취·창업 실적 제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더불어 성인학습자의 경력 재설계 및 지역 정주형 창업 지원을 위해 유연한 학사제도, 다양한 수업의 형태, 창업플랫폼 구축, 창업친화형 학사제도 운영이 중요한다. 이밖에도 특화 및 일반분야 교육 운영, 재직 근로자 및 성인학습자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대학과 산업체 간 연계 협력과 주문식 교육과정 확대도 필요하다.

RISE 체계 내 외국인 유학생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제언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및 인구 순유출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부족 및 청장년층(15~49세), 고졸 이하 취업자 비중의 지속적 감소로 지역 산업체(중소기업) 인력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의 가속화로 인한 전문대학의 입학자원이 성인학습자(재직자),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확대 중이다. 즉, 전문대학은 글로벌 역량 제고를 통해 고등직업교육의 국제화 및 K-Culture 확산을 목표로 해외 우수 인재의 유치를 통한 인구문제 해결 및 지역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RISE 체계 내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일반대학과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전문대학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지역특화산업 및 신산업분야에 초점을 맞춘 고숙련 전문기술인력과 실무인재 양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은 지역 특화산업과 신산업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설계와 특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역 내 외국인 근로자의 일학습병행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비자제도를 활용해 인력 양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내 기업 외국인 근로자의 직무역량 향상 및 지역정주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학 간 자원 개방 및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어 교육에 대한 공동대응이 요구된다. 해외 현지에서의 한국어 학습기회 확대를 위한 지역 전문대학의 공동 대응방안 및 국내 한국어 과정의 질 제고 방안을 위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즉, 대학 간 외국인을 위한 전공 관련 기초한국어 등 교재 공동 개발, TOPIK 특강, 공동 콘텐츠 활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대학에서는 지역특화 분야 연계 산업맞춤형 유학생 전담학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유학생 채용 희망 산업체의 인력 수요를 파악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개설·운영 지원, 공동 교육과정개발-운영-취업-진로지원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대학 간 협력과 소셜 네트워크 매체(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활용해 유학생들의 지역 밀착성을 높여 지역을 홍보할 수 있는 전문화된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RISE 체계 내에서 지역발전 및 역량강화를 위해 위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현재 17개 시도에서 RISE 추진을 위해 지역특성 및 요구 분석 등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RISE 체계 추진계획을 수립 시 재정확보 측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즉, 교육부가 RISE를 왜 추진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전문대학은 How, What이 아닌 Why라는 접근법을 통해 대학과 지역의 발전 및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지역 내 발전에 기여해왔다. 전문대학은 학생에게 다가가는 친밀한 교육과 지도, 지역 산업기반의 현장성, 그리고 지역성의 강점을 활용해 지역사회 정주, 지역공헌 과제 등의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문대학은 RISE 체계 내에서 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RISE 체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성공 여부는 대학과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