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라이즈(RISE) 사업,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
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국가 비상사태’ ‘쓰나미’ ‘소멸’은 전쟁이나 태풍 등의 국가 재난이 발생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최근 국내 인구소멸 지역 연구결과에 따른 관련 보도 기사, 논평, 칼럼 등에서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 군, 구 중에서 소멸 위험지역이 130곳(57%)으로 나타났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가 국내 최초로 광역시 단위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부산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시가 지난 6년 동안 인구정책에만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청년은 떠나고 순유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부산시 인구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인구소멸에 따른 지방의 절박한 현실은 청년들이 모여있는 대학 교육 현장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학년도 이후 대학 입학지원자 수보다 대학 모집정원이 더 많아서 미충원되는 전공과 대학이 점차 늘어 학생이 없는 학과와 대학이 발생해 주변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확산되고 있다. 이런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자체 주도로 지역 대학이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정주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 라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즈(RISE)는 교육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기존 사업방식과는 다르게 대학 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이양해 지원 규모, 각종 규제 완화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 주도로 전환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지자체의 책무성이 한층 더 강화됐다. 이같이 막중한 권한을 이양받은 지자체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민을 책임지는 공무원으로서 진정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이 사업을 지자체의 일반적인 행정 서비스 업무의 일환으로 인식하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다. 혹자들이 말하는 ‘지역민은 떠나도 공무원 자리는 줄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사고보다는 지역과 나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제 더 이상 청년과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우리 지역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둘째, 진정성있는 소통으로 대학과 긴밀한 파트너쉽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지자체와 대학 간의 관계는 그저 같은 마을에서 각자 일하면서 필요할 때만 찾는 주민 관계였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주민 관계를 넘어 마을의 현안과 난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정겨운 이웃사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전보다 더 자주 찾고,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는 등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으로 본다.
셋째, 대학지원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위해 전국 시도별로 대학지원 부서를 설치하도록 하고 전문인력을 파견하며 컨설팅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가 처음 운영하는 대학지원사업인 만큼 전담하는 공무원들의 대학재정 지원사업에 대한 이해 역량부터 실질적 사업 계획 수립, 운영·관리, 평가 등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지역민들의 정주와 청년 순유입을 위한 혁신적 규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분석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민의 거주 환경·여건, 고등(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지원 정책, 기업 활동 여건, 청년·유학생 정주 정책과 여건 등 관련 조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소외되지 않고 차별없는 융·복합교육-취·창업-정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라이즈는 지역사회 모든 대학의 역량을 제고시켜 경쟁력있는 지역 역량으로 강화한 뒤 동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지역 내 학교 간 장벽을 허물어 융·복합교육으로 지역 학습자들의 다양한 역량을 제고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가 지역산업을 육성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량으로서 학제의 차이를 극복해 학습자들이 공동으로 지역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역량들로 하여금 지역산업이 활성화되고 청년·성인학습자들이 희망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워라밸을 실현하는 정주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이 정당을 위한 정치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자체에 대학지원의 행정과 막대한 재정적 권한이 위임과 이양돼 자칫 정치 갈등에 따른 정당 정치에 이용돼 예산만 낭비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만큼은 지역과 지역민들을 위한 성과 있는 정치로 발전시켜 지역민들에게 보답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