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만 4년간 4조 7255억 원 전망…예산 확보 차질 우려
시·도교육청 부담 학생용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 4년간 4조 7255억 원 시도교육청에 교육재정 투입 필요에도 사업 재정소요 추계 밝혀진 바 없어 “지방교육 특수성 저해 가능성 높아…별도 재원 조달 방안 마련 필요”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정부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공·사립학교 학생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로만 4년간 총 4조 7255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재정소요 추계에 관해 밝히거나 국회에 보고한 바 없어 관련 사업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디지털기기를 관리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교사의 업무과중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 포함 18책의 AI 디지털교과서를 현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매년 대상 학년과 교과를 확대해 2028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96책의 AI 디지털교과서를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학년도별 도입되는 책의 누적 합계는 2025년 총 16책, 2026년 총 44책, 2027년 총 65책, 2028년 총 76책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7일 발간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지방교육재정부담 전망과 과제—2025~2028년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의 재정소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NARS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8년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학생용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는 4년간 총 4조 725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된다.(평균 월 구독료 5000원, 학기별 분권 구독 기간 12개월 기준)
최소 시나리오인 월 구독료를 3000원으로, 학기별 분권 구독 기간을 6개월로 산정했을 때는 총 1조 9252억 원이, 최대 시나리오인 월 구독료 7000원, 학기별 분권 구독 기간 12개월로 산정했을 때는 총 6조 6156억 원까지 재정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계액에는 특수교육 교육과정용과 교사용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와 서책형 등 교과용 도서 금액과 각 년도 신간 인상 금액 등이 제외되어 있으므로, 실제 재정부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문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시·도교육청 등 교육재정이 대규모 투입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있으나,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가격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강의 범위를 포함, 동 사업의 재정소요 추계에 관해 밝히거나 국회에 보고한 바 없다는 점이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가격은 12월에 확정될 예정으로, 시·도교육청 2025년 예산안의 지방의회 제출시한이 11월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를 비롯한 관련 사업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김범주 국회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 집행으로 발생하는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부담 규모를 분석한 결과,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향후 4년간 최대 6조 6156억 원의 추가 재정소요가 발생하는 만큼, 별도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도교육청 교육비특별회계 편성의 자율성을 제약하거나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추계 결과를 고려할 때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책당 가격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강의 범위를 포함해 동 사업의 재정소요 추계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이 반드시 지적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김 조사관은 “AI 디지털교과서의 가격이 종전 서책형 교과서에 비해 크게 상승함에 따라 대규모 재원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책정하게 되는 기준 가격의 범위에 따라 소요되는 재정부담 규모의 변동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는 교육부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AI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하는 학년별·과목별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소요되는 재정부담 규모와 그 재원의 조달 방안을 조속히 보고하도록 하고, 그 내용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재정소요를 수반해 지방교육재정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등 기존 교과서제도의 변동을 야기할 가능성 높은 만큼, 사업이 국회의 조속하고 분명한 입법정책적 결단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관련해 논쟁이 제기되고 있으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하고 도입 방침에 대한 면밀한 재논의를 거칠 것을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지난 8월 상정되는 등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에 관한 입법자의 직접 결정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그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 정비가 이뤄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중앙정부가 필요하다면 교육에 관한 정책적 의사를 지방자치단체에 관철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재원의 조달과 재정의 운용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교육재정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범위 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국비를 투자하는 등 복수의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김 조사관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사업 재원 조달 방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4조(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의 유효기간 연장 또는 부칙에 따른 일몰 규정 삭제를 통한 고교 무상교육 경비 확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5조의3에 따른 특별교부금 한시 특례 제도 폐지로 보통교부금 재원의 추가 확보 △국고 일반회계의 교육투자 유도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재원 추가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구체적 가격은 최종적으로 AIDT 발행사, 출판사들과 협의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최종 액수가 안 나왔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거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이 부총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 제안한 사항과 관련해 “2026학년도 이후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 교과목을 조정하는 방안을 다듬고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속도 조절 의사를 밝혔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6일 교육부에 내년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되 2026년 이후부턴 적용 과목 수를 조정해달라는 내용의 제안사항을 보냈다.
이 부총리는 “내년 예정대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것이다.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재정 지원, 개인정보보호, 교원 연수 등을 면밀하게 살피겠다”며 “2026학년도 이후 교과목 수와 방식을 조정하자는 많은 제안이 있었다. 조만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제안한 사안들을 최대한 수용해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디지털기기 유지보수 인력 턱없이 부족…교사 업무 과중 우려 = 한편,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있어 재정 확보뿐 아니라 디지털기기 유지보수로 인한 교사의 업무 과중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 보급된 디지털기기를 유지보수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일선 교사들이 관리 업무까지 떠맡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용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적용 학년 학생(초3·4, 중1, 고1) 대비 전국 디바이스 보급률은 235.4%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이 333%로 디바이스 보급률이 가장 높았다. 이후 △대전 320.1% △충북 284.3% △경기 269.8% △경북 269% △광주 246.7% △강원 244.2% △인천 237.6% △부산 233.9% 등의 순이었고,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보급률이 낮은 세종은 127.2% 였다.
또한 2024년 12월까지 보급될 디바이스를 반영해 추계했을 때는 전국 보급률이 235.4%에서 288.9%으로 53.5%p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2028까지 확대될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적용해보더라도 전국 보급률은 90.8%에 달했으며, 올해 12월에는 111.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디지털기기 보급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교에 보급된 디지털기기는 397만 7705대에 달하지만 이 기기를 관리할 전문 인력은 도작 82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콜센터 인력 평균 67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관리를 책임하는 인력은 756명에 그쳤다.
이로 인해 전문 인력 1인당 평균 5262대의 기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유지보수 전문 인력이 단 4명에 불과해 1인당 3만 8893대를 관리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놓여져 있다. 충남 역시 1인당 2만 2793대를 관리해야 하며, 전북도 1인당 2만 2598대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유지보수 전문 인력은 각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지원받고 있다. 일부 학교는 시도교육청의 지원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외부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유지보수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지 않아 시도교육청의 전문 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기기 유지보수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학교 현장의 컴퓨터·정보 교사들이 본래의 교육 외 업무로 고장 난 기기 수리까지 떠맡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교사들 역시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수리 업무를 배워가며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호 위원장은 “현재도 일선 학교에 디지털기기를 관리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 3월 AIDT가 전면 도입된다면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심히 우려가 된다”며 “윤석열 정부의 막무가내식 AIDT 도입에 대해 여러 가지 교육 주체들의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