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갈등…경기대‧영남대‧조선대‧협성대 등 분란 지속
이사진 문제로 갈등 겪는 사립대들…지속된 파행에 속앓이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대두…사립학교법 개정 ‘불씨’ “비리 재단 복귀 길 터주는 것…모법에 명시해 효력 막아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이사진 구성, 총장 선출 방식 등을 둘러싼 일부 대학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대의 경우 이사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하는 등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기대, 영남대, 조선대, 협성대 등 일부 사학에서 반복되는 학내 구성원 간 갈등과 반목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대는 이사진 구성을 두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영남대는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대학본부와 총동창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조선대는 불투명한 개방이사 추천과 이사회의 인사개입, 협성대는 이사회의 장기 파행 등이 문제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영남대, 협성대의 경우 관계자가 지난달 24일 끝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경기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서 정이사 선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며, 조선대는 범조선인비상대책위원회가 김이수 이사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교육부에 공식 요청했다.
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8일에 공표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이 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개정안에서 비리 등으로 해임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포함된 협의체에서 사립 학교법인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제한하던 법적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경기대의 경우 이미 비리로 수감됐던 이사장의 가족이 정이사로 오겠다는 것인데 개정안에서 관련 문구가 삭제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교육부에서는 지나치게 법령으로 규제하는 부분 때문에 완화했다고 하는데 비리 등으로 해임된 전력이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경기대는 ‘사분위’, 조선대는 ‘교육부’가 키 쥐어 = 이사회, 이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대와 조선대는 각각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와 교육부가 키를 쥐고 있다. 경기대는 학교 법인 정상화를 추진 중으로 이사진 선정을 사분위가 하게 돼 있으며, 조선대는 김이수 이사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한 상황이다.
현재 신임 이사진 구성을 앞두고 있는 경기대는 과거 학내 비리로 수감 중인 설립자 친인척이 이사진 후보군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경기대는 지난달 15일 16명의 이사진 후보군을 교육부에 추천했다. 이들은 △학내 전·현직 이사 협의체 △학내 구성원으로 구성된 평의회 △교육부 파견 임시 이사, 교직원으로 구성된 개방 이사 추천 위원회 △교육부장관 등이 각 4인씩 추천했고, 사분위가 이 중 8명을 신규 이사로 최종 선정한다.
그러나 당초 예정돼 있던 지난달 28일 경기대 정이사 선출 안건이 사분위 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본래 사분위 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회의 자료가 예정된 회의 5일 전까지 제출돼야 하지만 교육부가 3일 전에 제출하면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연기된 회의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이다.
배정하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대의) 정이사 체제 문제가 학내에서 대두되고 지금 갈등이 되고 있는 과정에서 어떠한 분이 오시기를 특정인을 거명한 적이 없다”며 “단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동안 비리가 누적됐고, 우리 경기대의 사학 비리와 연루된 자가 다시 정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대 설립자의 손자로 알려진 A씨가 아버지인 손종국 전 총장으로부터 학교 경영을 위임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학교법인 경기학원 정상화 추진 기록’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지부장은 “교육부와의 면담 과정에서도 당연히 반대 의사를 전달했고 그동안 여러 성명서를 통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여러 번 천명한 상태”라며 “지난한 임시 이사 체제를 벗어나 경기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정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분이 경기대 정이사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대는 이사회 운영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조선대학교 범조선인비상대책위원회는 김이수 이사장에 대한 특별 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특별 감사 요청 이유는 이사회의 임원 보충 지연, 개방이사 추천 과정의 불투명성,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인사 개입, 의혹투성이 의약품도매합작법인 설립과 대학병원 건립 추진 등이다. 이들은 김 이사장의 끝없는 대학 사유화가 조선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조선인비대위는 “조선대의 이사회 운영 문제는 대학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번 특별 감사 요청을 통해 이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김이수 이사장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명식 조선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대학은 사립학교법 취지에 따르면 설립자라 하더라도 세부 사항에 대해 대학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조선대는 학사 개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최근 들어 이사회가 전임교원 T.O. 배정에서부터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 정년 계열 전임교원을 선발해도 비정년으로 뽑도록 한다든지와 같은 일들이 최근 4학기 동안 1건, 2건, 4건, 8건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범조선비대위가 특별 감사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외에도 영남대와 협성대도 갈등으로 인해 학교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두 대학은 이번 국정감사에 관계자가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참석했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남대는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대학본부와 총동창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영남학원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총장 초빙 공고문을 내고 총장 선출에 나섰다. 1일 후보자 등록 마감을 앞두고 최외출 현 총장을 비롯해 전‧현직 교수가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장 선임 절차와 과정, 평가 방법 등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라는 짧은 기간으로 인해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영남대 총동창회 현안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회의를 열고 영남대 총장 선출 절차의 불투명함을 이유로 1일 대구지방법원에 총장 선임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협성대는 이사회 간의 알력 싸움으로 인해 이사회가 장기 파행되고 있는 중이다. 협성대는 2022년부터 이사회가 이사들의 갈등으로 인해 ‘의결정족수 미달사태’ 장기화로 총장과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교회와 교단의 대립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11월 기독교 대한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을 개정해 그동안 학교 법인을 설립한 상동교회가 선임하던 재적 이사의 정원 과반수를 교단에서 파송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교단 파견 이사 5명, 교회 측 이사 9명 등으로 진행되던 이사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교단 측 이사 3명이 불참하면서 개최 정족수인 8명을 채우지 못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사장 선출과 총장 선출, 교수 재임용 등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논란의 불씨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비리 재단 복귀 길 터주나 = 대학가 일각에서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의 공포 시기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기대의 정이사 선출을 앞두고 비리 재단 복귀의 길을 터준 셈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해 제9조7(조정위원회의 회의) 5항을 삭제했다. 삭제된 조항은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켜 임원 취임의 승인이 취소된 적이 있거나 해임된 적이 있는 사람 등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협의체가 추천할 수 있는 이사 후보자의 수를 전체 후보자 수의 과반수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사분위는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임시이사의 선‧해임 및 임시이사 선임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해당 조항 삭제 전까지는 분쟁이 발생한 학교법인의 전‧현직 이사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이사 후보자 추천을 받을 때 후보자 수를 전체 후보자 수의 과반수 미만으로 제한됐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이사 후보자 추천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삭제된 시행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사학 비리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완화 조치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지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 개정은 사분위에서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인데 지나치게 법령으로 규제하는 부분이 있다는 문제가 꾸준이 제기돼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며 “사분위 내에서 자체적인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는 경기대 관계자들은 개정안 공포 시기가 공교롭다는 반응이다. 경기대 교수 A씨는 “이번 정이사 선임과 관련해 개정안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공포 시기가 참으로 공교로운 상황”이라며 “비리로 인해 해임된 전력이 있는 이사의 친인척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주는게 맞는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삭제되어서는 안 될 조항이 삭제됐다”며 “비리 전력 이사가 포함된 학교법인 협의체가 과반수 미만의 이사를 추천하는 조항이 사분위의 자율성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은 비리 재단 복귀의 길을 터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행령의 모법인 사립학교법에 비리 전력이 있는 이사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도록 명시해 시행령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