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편재하는 AI 기술, 대학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 본다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는 OpenAI와 협력해 교육, 연구 지원을 위해 개발된 ‘ChatGPT Edu’를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한 결과, 학생들의 논문에 대한 맞춤형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글쓰기 역량을 높이는 데 큰 성과를 보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ASU는 이미 2016년부터 AI 튜터 ‘알렉스’를 도입하면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해 수학 교과의 이수율을 크게 높인 성공 사례로 회자된 바 있다. 미국 콜롬비아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텍사스대 오스틴과 영국 옥스포드대 등의 우수한 대학들도 ‘ChatGPT Edu’를 통해 개인 맞춤형 튜터링, 연구자들에 대한 보조, 교수들의 채점·피드백 등 다양한 용도로 AI 기술을 활용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Wiley와 같은 글로벌 출판사들은 적응형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고 학습자 수준별 개인화된 학습경험을 제공해 전 세계 수백여개의 대학들의 적응형 교육과정의 구현을 지원하고 있다. 아주대도 교육출판업체인 McGraw-Hill의 AI 학습 프로그램인 ALEKS을 도입해 일부 교과목에서 적응적 학습을 구현하고 있다. 건국대는 2023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AI 튜터인 Dr.KU를 통해 수학·과학 영역의 AI 기반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과 Ivy Tech대학에서는 AI 기반 학습분석을 통해 낙제나 중퇴 위험 학생들을 빠르게 찾아내 필요한 학습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자의 재등록률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시건대학교에서는 교수가 수 백개의 에세이를 채점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된 ‘M-Write program’을 활용해 에세이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며 학습자의 글쓰기 역량을 계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주 시드니대학은 적응적 학습시스템을 구축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졸업률을 높인 우수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AI 기술이 대학을 돕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행정 지원 AI 챗봇을 들 수 있다. AI 챗봇은 학교 일정, 등록, 수강신청,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이수 교과 안내 등 학생들의 다양한 문의에 신속하게 응답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실시간 지원을 제공하면서, 행정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학생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조지아 주립대학은 학생 지원·행정 업무에 AI 챗봇 ‘Pounce’를 적용해 학업 포기 문제에 적극 대응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에서도 AI 챗봇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는 ‘스누봇’을 통해 입학상담에서 다양한 학사 상담 서비스로 학생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중앙대는 ‘CAU e-어드바이저’를 통해 입학에서 졸업 후 취업까지 종합적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AI가 학생의 수강 이력과 성적, 대외 학업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수강 교과 선택과 비교과 활동 추천, 진로 포트폴리오도 관리 등을 제공한다.
미국 경제잡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2023년 Intelligent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 대학의 82%가 당해 연도 입학 과정에서 AI를 접목할 예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처럼 전 세계 많은 대학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지능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AI 기술은 대학 어느 곳에서나 편재하는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대학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편재하는 AI 기술 속에서 학생들은 배워야 할 지식을 얻는 수만 가지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이 아닌, 지식을 활용해 문제의 해결책을 고안하고 실천하며, 해결책의 성과를 논의해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과정으로 구성돼야 한다. 대학 캠퍼스에 편재해야 하는 것은 AI 기술만이 아니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의 혁신이, 교수들과 학습자들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역동성이 편재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많은 대학들의 변화가 기대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