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전문대교협 공동기획②] ‘내년 라이즈(RISE) 도입’ ‘등록금 동결 기조’ 속 전문대학 위한 예산 지원·재정 확보 이뤄져야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등록금 동결’ 현안 속 전문대학 위한 재정 확보 촉구 이어져 내년 시행 예정인 RISE, 일반대보다 전문대 사업 예산 비중 적어…전문대학 소외 우려도 하이브(HiVE) 등 기존 사업 취지 바탕으로 ‘지역 정주형 인력’ 양성 역할 지속할 수 있어 16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현실화해야…우수 교원 확보 등 통해 지역 발전·성장 도모 필요

2024-11-13     임연서 기자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도입과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현안 속 전문대학가에서는 재정 확보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청년 유출’ 등으로 대학들이 휘청이고 있다. 국내 고등교육의 과감한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전환이라는 중요한 변화도 앞두고 있다. 특히 라이즈 도입 과정에서 일반대 위주의 정책이 설계되면 직업교육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전문대학가에서는 대학별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며 ‘공유·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본지는 새로운 고등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새로운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전문대학가에 놓인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오는 2025년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도입되는 가운데 전문대학가에서는 라이즈(RISE) 사업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등록금 현실화를 통해 라이즈 목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라이즈 사업에 포함되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등 전문대학들이 이전부터 수행했던 재정지원사업들의 목표가 라이즈가 추구하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 라이즈 내 전문대학의 비중을 늘려 예산 확보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이를 위해 16년 동안 지속된 등록금 규제를 완화해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고 교육의 질과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 산업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대학가에서는 일반대학 졸업자보다 전문대학 졸업자의 높은 지역 정주율을 바탕으로 지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방대육성법 이후 지역인재의 입학 및 취업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대학 졸업자 중 지역 취업 비율은 일반대학 43.8%, 전문대학 60.5%으로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이 16.7% 높은 지역 정주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을 통해 지역 정주 인력 양성에 기여해 왔다. 하이브(HiVE) 사업은 전문대학과 기초자치단체가 협력해 청년 인재의 지역 정주를 위한 특화분야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성인학습자의 전 생애 역량개발을 위한 지역기반의 평생직업교육을 고도화해 지역사회 공헌을 이끄는 사업이다.

실제로 하이브 사업에 참여한 대학들이 지역 정주 인재 양성에 기여한다는 점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대구보건대의 경우 다양한 지역 특화 분야 연계 직업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광역시 북구 지역에서 500여 명의 인원을 재교육하는 등 지역 안경산업 인력 수급에 기여한 바 있다. 한림성심대는 지난 2년간 △취업자 47명 △창업자 8명 △본교 진학자 5명 등을 배출하며 지역 정주 인력을 양성했다.

또 8월 이전 기준 17개 시도별 라이즈 예산 비율에 따르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비율은 30대 1로, 전문대학의 비중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아울러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COSS, 코스) △마이스터대 지원사업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등 기존 전문대학의 5개 사업이 추가로 라이즈에 통합되며 전문대학이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대학의 교육부 의존도가 일반대학보다 높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지원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이양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으로,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받던 전문대학이 라이즈 시행 이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 입학정원 변동 현황 표. (표=전문대교협 제공)

16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을 완화해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지 오래다. 특히 전문대학은 일반대학보다 입학정원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일반대학은 약 3만 6000명(약 10.3%)의 입학정원을 감축한 반면, 전문대학은 약 8만 1000명(약 36.5%)의 입학정원을 감축해 주요 재원인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다. 저출산 등을 이유로 대학 입학 자원이 급감해 입학정원의 미달이 예상되는 점을 본다면, 재정 확보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대학가를 둘러싼 이 같은 우려섞인 상황을 고려할 때, 라이즈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확보의 필요성, 등록금 규제 완화를 통한 재정 확충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라이즈 전환 속 ‘지역 정주’ 이끄는 전문대학 소외 우려…전문대학 예산 확보돼야 = 전문대학은 기존 하이브 사업, 라이프 사업 등을 통해 현장 실무인력을 양성하며 평생·직업교육 고도화를 꾀하는 한편,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힘쓰는 등 지역 발전에 주력해왔다. 이를 통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목표를 가진 라이즈 사업에서도 전문대학이 지역 정주 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 여기에 맞는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대학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문제는 R&D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 치중될 경우 전문대학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부처의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 확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전문대학가에서는 증가하는 성인학습자 수에 대비해 성인학습자 장학금을 신설해 경제적 지원을 통한 학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전문대학이 자격증 취득 과정, 산업체 연계 프로그램, 직무 관련 교육 개설 등에 집중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라이즈 계획 내 일반대학 중심의 R&D 사업에 예산이 편중될 우려에 대해선 전체 전문대학 차원의 예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전문대학은 현장실무형 인재 양성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며 “R&D 인력이 우선시 되는 경향 속 전문대학이 라이즈 사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라이즈 사업에서 연구비 지원에 대한 사업비보다,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에 있는 한 전문대학 산학협력처장은 “첨단기술, 전략산업으로 편중된 R&D 사업에 전문대학이 강점을 갖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 기술 보급·확산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지원 등 분야에 대한 예산도 배정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는 전체 2만 4303명으로, 전년대비 7174명이 증가했다. 또 전체 외국인 유학생 대비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비중은 11.6%로, 지난해 9.4%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부총장)은 전문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정주형 인력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훈 국제협력실장은 “전문대학은 단기간의 학제를 갖추고 있어, 짧은 기간 동안 직무 기술·한국어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대학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실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경제적 완충망을 갖고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보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대학보다 비교적 저렴한 학비의 전문대학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사업 등 전문대학에 지원되던 사업이 라이즈에 통합돼 일반대학과 함께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대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교육부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이양하는 라이즈 사업이 시행됐을 때, 교육부의 의존도가 높은 전문대학은 예산 확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의 복지, 혜택 등을 성인학습자 교육에 투입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타 부처의 예산이 라이즈에서 함께 지원된다면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6년째 등록금 제자리…‘우수 교원 확보’ ‘질 좋은 교육 환경’ 위해 규제 완화돼야 = 등록금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대학들의 목소리는 십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일반대학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입학정원을 감축한 상황이다보니 등록금 현실화가 더욱 절실하다. 등록금 동결 기조가 16년째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피폐해져갈 뿐만 아니라 우수 교직원 확보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김영도 회장은 “등록금 동결 속 신규 교원 채용 시, 학교별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정년트랙 전임교수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수한 교원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는 인력 감축이 지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수 교원 확보 또한 재정 압박으로 인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등록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은 “등록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교직원 수를 줄일 수는 없다”며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 학생들을 위한 실험·실습·기자재 등 교육 환경이 낙후될 수밖에 없고, 교직원들의 급여 동결 또는 삭감도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승주 기획실장은 등록금 동결을 해소할 경우 교육, 경영 수준이 개선돼 지역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기획실장은 “등록금 규제가 완화되면 교육의 질과 학교 경영 상황도 좋아진다. 또 직업교육에 좀 더 충실하게 돼 고등직업교육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고, 이는 지역 산업 발전과 함께 국가 사업 발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라이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전문대학의 예산 확보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학이 지역 내 인력을 키우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통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 확보 필요성이 강조된다. 또 16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속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 확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