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대교협 공동기획③] 라이즈(RISE) 내년 전국 시행…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지역소멸 우려 속 ‘싱크탱크’ 지자체‧대학 역할 커져 정부‧지자체, 대학 고유한 특성 반영해 지원해야 예산 둘러싼 수도권-비수도권 온도차…“공정하게 배분돼야” “정부‧지자체‧대학, 삼위일체 돼야…우수사례 확산되도록 노력”

2024-12-02     김영식 기자
내년 라이즈가 전국 단위로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본지는 대교협과 함께 라이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한 교육부의 라이즈 계획 시안 표지 모습. (사진=김영식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2024년 한 해가 빠르게 흘러갔다. 2025년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가 전국에 도입되면서 새로운 교육개혁의 시대가 도래하고, 2023년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일몰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공동으로 ‘2025년 고등교육 정책, 향후 전망 및 주요 이슈’라는 주제를 통해 내년 고등교육의 정책 주요 이슈를 살펴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2025년 일몰 위기
② R&D 위기, 이대로 괜찮나?
③ 라이즈 체계 본격 도입,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고등교육 관련 신규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가 올 한 해 7곳 지역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내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라이즈는 최근 인구구조·산업구조 급변에 따른 지역·대학의 공동위기 극복이 필요한 시점, 국가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지역을 위한 대학의 적극적 역할 확대 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인 지방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한다.

실제 총 인구수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현안은 특히 지방대학에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89곳의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비수도권 85곳이 집중됐으며, 미충원 신입생 4만 586명 중 3만 458명(75%)이 지방대학에 몰렸다.

이는 대학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조사‧연구기관 IMD에 따르면 2024년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위인 반면, 대학교육 경쟁력은 46위에 그쳤다.

라이즈는 대학지원의 행·재정적 권한을 기존 중앙에서 지자체로 위임·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정에 밝은 지자체·지역대학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를 지역발전과 연계해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결국 지역의 ‘싱크탱크’인 대학과 지자체 역할 강화 및 협력 등을 통해 ‘인재양성-취·창업-정주’에 이르는 선순환 발전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협력에 기반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도모해 지역발전을 이끌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 라이즈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의견수렴 및 보완 절차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 대국민 공청회 개최…사실상 마지막 의견수렴 = 불과 1개월 남짓 라이즈 시행이 임박함에 따라 정부는 물론 권역별 라이즈센터, 지자체, 대학 등 라이즈 실행 주체들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5일 라이즈 관련 대국민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내년 추진될 라이즈의 얼개를 공개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2025년 라이즈 관련 예산에 총 2조 10억 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라이즈에 1조 7000억 원가량을 편성해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여기에는 기존 대표적 대학재정지원사업이던 RIS(지역혁신)·LINC(산학협력)·LiFE(평생교육)·HiVE(직업교육)·지방(전문)대 활성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 △첨단분야 혁신 융합대학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 △전문대학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대학 산학협력단지 조성 지원 △마이스터대 지원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형(전문대학 미래기반 조성) △대학 창업 교육체계 구축 등 사업에도 예산을 각각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라이즈 준비 과정에서 조직 정비 등 사업 초기 인프라 구축 작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부분은 라이즈 관련 전담 조직을 꾸려 운영하고 있으며, 광역지자체의 경우 산하에 지역라이즈센터를 비영리법인으로 지정 또는 신설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에는 중앙라이즈센터가 설치돼 연계‧협력 등을 통해 지역라이즈센터에 대한 컨설팅 및 평가지원업무 등을 담당한다.

중앙-지역 라이즈 거버넌스 구조도 (자료=교육부)

이런 가운데 라이즈 시행 이후 각 지역에 꾸려질 ‘지역라이즈위원회’는 성공적 제도 안착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구심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교육부 시안에 따르면 각 지역은 지역라이즈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도(지역라이즈센터)·대학·산업계·교육청 등 지역혁신기관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운영한다.

지역라이즈위원회는 지역의 라이즈 추진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지역의 라이즈 기본계획, 사업 수행 대상 선정 평가결과, 성과관리 등 주요 추진사항에 대한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지자체·대학의 협력적 관계 조성을 위해 지자체장과 지역(전문)대학 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위원회 구성에서도 교육계 위원을 절반 이상 위촉해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지자체 내 분산된 대학 관련 업무 담당부서를 통합·재배치해 라이즈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시도별 조직·정원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구성·운영하되, 총괄부서는 최소 ‘과’ 단위 이상 및 관련성이 높은 업무를 총괄부서와 동일한 ‘실·국’으로 편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예를 들어 산업부 사업을 시도에서 라이즈와 연계해 추진하는 경우, 이를 담당하는 지자체 부서와 라이즈전담부서 간 정보 및 성과지표 공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라이즈 계획 이행을 위한 총괄담당자(팀)를 지정하고 산학협력, 인재양성, 평생교육 등 시·도 대학지원 업무의 경험이 있는 인원으로 배정한다.

대학은 학내 분절적 사업운영 방지를 위해 학교가 수주하는 단위과제 수와 무관하게 1교당 1개의 라이즈 사업단을 구성한다. 대학의 비전·발전전략 등을 고려해 대학의 라이즈를 추진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은 적정한 조직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의 경우 글로컬대학사업단장과 라이즈사업단장을 동일인으로 해 라이즈 체계 내에서 지역·대학의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컬대학의 의미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 제시, 재정지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라이즈 추진과정 전반 내내 지자체·대학과 수평적 관계인 ‘파트너’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즈를 통해 지자체·대학 위에 군림하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최근 본지 주최로 열린 ‘UCN PS 1차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방대 경쟁력과 지역의 경쟁력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는 점에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라이즈의 정책 방향이 결정된 것”이라며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전면 개정, 기본역량진단·일반재정지원제한대학 폐지 등을 통해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내려놓았다. 대학에 간섭하기보다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고영훈 전북도 교육개혁지원관은 대교협을 통해 △전국적 수준의 정책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지자체 간 좋은 혁신사례 공유 및 효율적으로 대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 △지자체에 라이즈 관련 컨설팅‧정보 등 적극 제공 △라이즈 예산 확보 및 배분에 만전 △규제개혁 과제 신속 추진 △다른 중앙부처와의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라이즈 간 연계성 강화 등 교육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우려 속 기대 공존…라이즈 성공 위한 요건은? = 이 같은 정부·지자체·대학 간 역할 분담 속 라이즈 체계에선 그동안 이어온 대학 관련 사업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대학은 사업이 아닌 ‘체계’로 인식하고, 지자체의 경우 여러 지역대학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철우 라이즈위원회 재정성과평가분과 위원장은 ‘UCN PS 2차 콘퍼런스’에서 “라이즈는 지자체와 대학이 서로 역할을 해내 협력해야 하는 구조로, 체계적이고 조심스러운 기본계획 설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라이즈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이즈를 통해 고등교육정책의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이유는 지자체가 깔때기 역할을 해내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해달라는 의미를 가진다”며 “대학은 라이즈를 사업이 아닌 체계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중앙정부의 재원 지원 방식이 그대로 재현되고, 이로 인해 지자체의 역할이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이즈 시행이 임박한 시점, 오는 12월 최종 기본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지자체‧지역라이즈센터‧대학 등 현장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 지역별 라이즈사업 공고가 실시되는 등 실질적인 사업 집행에 들어가는 만큼, 특히 예산배분 및 평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지역 간 눈치싸움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사업수행 대학 선정 구조도 (자료=교육부)

이 중 예산 배분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의 우려가 크다. 수도권 대학들의 역차별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취지로 라이즈가 시행되는 만큼, 지방에 과도한 예산이 배정돼 이미 전국 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몰린 서울권 대학이 되레 역차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김헌영 라이즈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교육부 공청회에서 “지역별 예산 배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자체별 라이즈센터 예산 배분 기준에 대한 의견수렴은 이뤄진 상황”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 총액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조만간 가안 수준의 지자체 예산안이 통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많은 대학과 학생이 몰려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점들도 모두 감안해 잘 배분할 수 있도록 기준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점의 의견도 공존한다. 수십조에 달하는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 예산의 몸집을 감안하면 1000억 원 남짓의 라이즈 관련 예산 비중이 매우 미미해 결국 지방 대비 수도권 관심도는 턱없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본지 취재 결과, 추진 속도 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엇갈려 보였다.

비(非)수도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본지에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라이즈 관련 준비 상황이 매우 더딘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즈센터 설치 준비단 또는 TF 구성 등 수준에 머무는 양상”이라면서 “그러나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소멸 위기감과 맞물려 예산 비중도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미 라이즈센터를 개소해 운영하는 등 한발 앞서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자체-대학 간 관계 설정에도 우려가 뒤따른다. 지자체 역점사업에 대학 프로젝트를 맞춰 여기에 라이즈 예산을 끼워넣는 등 대학이 지자체 하부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중앙 주도형 재정지원에서 지자체로 예산집행 주체만 바뀌었을 뿐, 이제부터 교육부와 지자체 두 곳의 지도‧감독기관이 생겨 부담만 가중됐다는 대학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육부 차원의 지자체 통제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정책관은 “지자체에 교육부의 권한이 이양되면서 제2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고 염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자체도 곧 주어진 역할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다른 부처에서도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한 사례가 있는데, 거기에 맞는 인력을 확충하는 등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전면 개정을 통해 지도·감독 권한을 일부 내려놓을 계획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잘 통과시켜 대학의 방향과 비전, 역할 설정 등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지자체에 교육부가 간섭하는 부분에 대해 말을 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길 건양대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는 대교협에 “지자체에서 제시하는 사업이 기존 중앙정부가 해오던 사업과 차별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라이즈에 대한 최대 우려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지자체와 대학이 충분히 생각하고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인구급감에 따른 지역소멸 우려를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혁신’이라는 평가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자체·지역대학 등 지역으로부터의 혁신을 추구하는 첫걸음으로 라이즈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라이즈를 통해 과거 사실상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온 지자체와 대학이 이제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작하고 있으며, 지역 특색을 반영한 실질적인 재정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대학과 지자체가 독특한 형태로 발전 가능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추진 중인 라이즈가 성공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대학이 삼위일체가 돼 합심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특히 라이즈 추진 과제를 함께 모색하면서 각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라이즈 체계의 틀과 내용을 정립·추진하면서 의도한 목적이 달성되도록 지원과 점검을 하고, 지자체는 대학과 소통하면서 자체 재정을 추가 투자하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과제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대학들은 대학 특성을 반영한 과제를 지역 사회 및 산업체와 협력해 수행하면서 지역과 대학의 발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우수 사례들이 많이 만들어져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