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소비·유통 힘 키워야”…안성시, K-컬처산업 인력양성 전략 포럼 개최

지난 9일 안성서 포럼 열려…지자체장, 지역 대학 총장 등 참석해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정책연구위원 자리해 미디어 클러스터, K-컬처 산업군 모인 거리 등 조성해 ‘청년 유입’ 경기도 전문대학, K-컬처 관련학과 모집정원 전체의 41.4% 차지 “K-컬처 전공자 일자리 마련하고 지역 산업체 매칭하는 작업 시급”

2024-12-10     주지영 기자
지난 9일 안성 청년문화공간에서 개최된 ‘안성시 K-컬처산업 인력양성 전략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청년들에게 다양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있다. 그런데 이를 지속시킬 원동력이 약하다. 콘텐츠 기획·생산은 가능한데 소비·유통이 어려운 것이다. K-컬처가 산업으로 확대되려면 ‘기획-생산-소비-유통’의 과정이 잘 이뤄져야 한다.”

지난 9일 김혜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정책연구위원(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안성 청년문화공간에서 열린 ‘안성시 K-컬처산업 인력양성 전략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혜리 연구위원은 지역 내 K-컬처 소비·유통 과정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 대학 간 ‘미디어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브랜딩의 일환인 셈이다. 미디어 클러스터가 청년들이 지역에 모일 계기가 되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K-컬처진흥원 같은 조직을 구성하거나, 관내 대학 간의 미디어 클러스터를 구성해 지역 내에서 소비·유통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며 “청년이 모여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나아가 지역 정주도 이끌 수 있다. 지역 청년들이 직접 만나서 ‘기획-생산-소비-유통’ 일련의 과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K-컬처 산업군이 집약된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에 K-컬처 집적단지가 없다. K-컬처는 17개 분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산업군을 모아놓으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문화도시 안성에 국내 최초로 K-컬처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K-컬처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4일 발표한 ‘고등직업교육연구소 하반기 이슈브리프-전문대학의 K-컬처산업 인력 양성과 지역 정주 유도 방안’에서 K-컬처 산업을 △게임 △공연 △관광 △광고 △문화콘텐츠 △디자인 △디지털 콘텐츠 △미용 △방송 △애니메이션 △영상 △영화 △음식 △음악 △의류 △출판 △캐릭터 등 17개 분야에 이르는 산업군으로 정의했다.

이번 포럼은 세계적으로 관심 받는 K-컬처를 산업군으로 인식하고 K-컬처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계청,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의 2023년 매출액은 151조 원, 수출액은 약 18조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정책 동향에서도 K-컬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부는 국정과제 58번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에서 “K-콘텐츠를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해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K-콘텐츠 매출액을 오는 2027년까지 200조 원으로 확대하고, 2020년 기준 1억 명에 달하는 한류팬 수를 2027년까지 2억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제3차 콘텐츠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 전략과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열린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K-컬처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향후 협업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전문대학 ‘K-컬처산업’ 인력 양성 최적화 = 인구와 지역 소멸 시대에 K-컬처 산업이 경기도의 주력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가운데 전문대학의 현장맞춤형 직업교육은 K-컬처산업 인력 양성에 최적화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들이 K-컬처산업 17개 분야 관련 학과를 골고루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예산·지역 일자리 불균형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전문대학의 K-컬처 관련학과는 총 775개다. 전체 개설학과 중 30%가 K-컬처 관련학과다. 이 가운데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의 K-컬처 관련학과 모집정원은 1만 5429명으로 전체의 41.4%를 차지한다. 오병진 연구소장은 “경기도에 게임, 공연, 관광 등 K-컬처산업 17개 분야 관련 학과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정책·예산 지원이 있으면 K-컬처산업 인력 양성에 최적의 조건을 갖출 것이다. 경기도가 인력 댐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전문대학으로 봤을 때 관광, 음식, 미용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 산업체 수, 종사자 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전문대학은 이 세 분야에 관한 지속적인 직업교육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의 K-컬처산업 지역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 지역 사업체가 비수도권 사업체보다 고용인력 규모가 더 커 수도권으로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산업 사업체 수 비율은 각각 60.2%, 39.8%다. 종사자 수 비율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수도권 콘텐츠 산업 종사자 수 비율은 77.1%, 비수도권 콘텐츠 산업 종사자 수 비율은 22.9%다. 오병진 소장은 “비수도권에서 양성되는 K-컬처산업 인력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K-컬처 전공자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지역 산업체에 매칭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오 소장은 지자체 관련 조례 제정, 규제 검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 개선, 예산 분배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NCS에서 24개 분얄 나눠 훈련과정을 설계하고 있다. K-콘텐츠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현재 K-컬처산업과 관련 있는 항목으로는 문화예술, 디자인, 방송이다. 이 항목에 807개 훈련과정이 설계돼 있다. 관련 산업체, 대학이 함께 교육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이 안성시에서 진행된 만큼, 안성시 문화관광과 관계자와 문화도시 센터장 등이 참석해 안성의 문화인프라와 지역문화 진흥정책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또한 안성에 있는 동아방송예술대에 재학 중인 GKS 장학생이 안성시의 K-컬처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한 이상길 동아방송예술대 총장은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우리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이 음향 공부를 위해 입학하기도 하고, 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연수를 온다”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 대학은 K-컬처 융합 교육이 가능한 국제학부를 2026년도에 신설할 계획이다. 유학생들과 내국인 학생들이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는 김혜리 연구위원, 오병진 소장을 비롯해 이상길 동아방송예술대 총장, 이승태 안성시 문화도시 센터장, 정혜련아 안성시 문화관광과장, 이제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정책 후원센터장, 멜리사 동아방송예술대 GKS 장학생이 참석했다. 또한 김보라 안성시장, 김병규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이 자리해 지역과 전문대학 간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포럼은 대화형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추후 디마TV(DIMA TV)와 MBS 미주방송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