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덕의 미래 유망직업은] ⑧공간을 재창조하고 연출하는 사람들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2024-12-17     한국대학신문
최귀덕 안양외국어고등학교 교사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 일반적으로 ‘좋은 집’이라고 하면 새로 지어진 신축 주택을 떠올린다. 부동산 시장에서 사용되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은 신축 주택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렇다면 새롭게 지어지는 주택은 얼마나 될까? 2024년 신규 주택 건설을 위한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지표통합서비스 ‘지표누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은 최근 10년간(2014년~2023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은 42만 8744가구로, 2022년 대비 공공주택 부문은 약 3만 8000가구 증가했지만 민간주택은 13만 1000여 가구가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 감소세는 올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해 10월 주택 통계 자료에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은 24만 4777가구로 지난해 동기(30만 2744가구) 대비 19.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18.5%, 19.6% 감소해 지방에서의 감소세가 더욱 심한 상황이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가구 수가 증가하며 신축 주택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집을 지을 땅이 없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늘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주택 재고가 거주 가구 수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전국 주택보급률은 2010년(100.5%)부터 2019년(104.8%)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2020년 103.6%로 꺾였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20년부터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보급률이 동시에 하락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2020년 96.0%에서 2021년 94.9%, 2021년 94.2%, 2022년 93.7%로 줄었다. 2022년 수치는 2009년(93.1%)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경기(98.6%), 인천(97.9%), 대전(97.2%)도 주택보급률이 100% 이하다. 집도 부족한데 새로 짓는 주택도 줄어든다. 정녕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통주택의 평균 수명은 30여 년으로 주요국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주택 건설의 단기간 반복은 자원낭비, 환경오혐,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長) 수명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문제를 유발하며 새로운 집을 짓기보다는 기존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훨씬 더 효율적 방법이란 얘기다. 2023년 전체 리모델링 시장에서 주택 리모델링은 3%,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는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파트 리모델링 비중은 3년(2010년~2012년) 누적으로 15.9%에서 2021년~2023년에는 38.4%로 급증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서설이 길었다. 자, 이번에 소개할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주택, 사무실, 상가 건물의 내부 환경을 기능과 용도에 맞게 설계하고 장식하는 일을 한다.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1980년대 대규모 개발된 것을 감안하면, 30~40여 년이 지난 아파트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과 요구에 잘 맞지 않는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전통적인 4인 가구는 줄어든다. 통계청에 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의 1인 가구 비중은 2052년에는 23.8%로 가장 많아질 전망이며, 2022년 27.3%였던 ‘부부+자녀’ 가구의 비중도 17.4%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평균 가구원 수도 2.26명에서 1.8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좋은 집’은 보편적 모습이 아닌, 가구의 구성원에 따른 개별적 모습일 것이란 말이다. 각자가 원하는 좋은 집의 모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실내디자인학과, 실내환경디자인학과, 라이프스타일디자인학부, 인테리어디자인학과, 생활공간디자인학과 등으로 진학하면 된다. 디자인의 이론을 배우는 실내디자인, 디자인을 계획함에 있어 필요한 공간, 설비, 배관과 관련된 실내건축환경, 2D 설계 내용을 3D로 입체화해 공간감을 익히는 실내건축 모델링 등을 배우며, 전문적 지식을 쌓는다. 관련된 자격증으로는 실내건축기사, 건축기사, 시각디자인기사, 전산응용건축제도기능사 등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 ‘리모델링 평균 비용’을 검색하면 평당 100만 원~500만 원 정도의 리모델링 비용이 눈에 많이 띈다. 필자도 근래에 이사를 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는데 비용이 상당했다. 고수입을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집’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꽤 보람찬 직업이 아닐까?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