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병실 그리고 172번 버스를 타며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

2024-12-25     한국대학신문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

직장인이라면 지하철과 버스를 통한 출퇴근이 일상적이다. 필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이고 주로 172번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는 편이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버스를 타고 오가며 느꼈던 마음을 적어보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버스 타기’란 생각이 든다. 타이밍에 맞춰 버스를 타야 하고 또 출퇴근 버스에서 속상한 일과 행복한 일도 생기고 또 간혹 그 속에서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날씨로 말하자면 비가 올 때 타기도 하고 눈이 내리거나 때론 정말 쨍쨍한 날에도 탑승이 이뤄지는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버스를 타고 내리고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어렵고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필자가 아는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심란할 때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작은 여행을 즐긴다는 사람도 있다. 그분들에게 그때 뭘 하냐고 물어보면 핸드폰으로 애청하는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버스 코스를 지날 때면 창밖의 풍경을 보며 자신만의 그림을 마음에 그려본다는 낭만파 사람들도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인생의 답은 어디에도 있다 싶다. 우리가 병문안을 가는 병원에도 인생에 대한 많은 답이 있는 곳이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병원에 몇 달간 입원해 있었고 지금도 퇴원 후 재활 중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환자 지인들이 “병원에 입원한 김에 푹 쉬고 오세요”라고 하는 진담이자 농담이다. 병원 환자들에게 마음 편히 지내라고 하는 덕담이긴 하지만 새벽마다 혈압을 확인하러 오시는 병원 관계자와 오전 7시에 나오는 아침 식사, 입원 중의 여러 검사 등으로 깊은 잠을 자는 환자들은 드물다. 또 대부분 환자는 4인실이나 6인실에서 지내다 보니 방에 있는 사람끼리의 궁합도 중요하고 간혹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자신과 생활하던 환자가 퇴원하는 날이다. 그땐 솔직한 덕담과 자신의 경험 등을 이야기해주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주곤 한다. 함께 방을 쓰던 모 환자 분은 필자가 퇴원하는 날에 “퇴원 후 오히려 더 외롭고 자신의 아픔과 병에 대해 공유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라며 입·퇴원을 경험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해주셨다. 다시금 회사에 복귀한 현재, 사실 이 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2024년 12월, 나라도 대학도 그리고 우리도 뭐든 힘든 시절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힘든 시기일수록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고 고민을 나누고 힘을 합쳐서 이겨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전문대학에 고민이 되는 문제가 생길 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함께 노력할 것이고, 그 속에 전문대교협 직원들이 있고 또 필자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긴 가을 동안 함께 병원 생활을 해왔던 제일정형외과 중환자실, 한마음한방병원 5층 환자분들의 쾌유를 다시금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