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

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2025-01-15     한국대학신문
김차근 한국영상대 교수

현대인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정보를 접하는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할 수 있는 ‘생비자(prosumer)’ 역할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생비자 활동은 정보의 생산과 소비 경쟁을 심화시키며, 허위 정보(disinformation), 가짜 뉴스(fake news)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해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deepfake) 콘텐츠는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로 활용돼 심각한 사회적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0명 중 4명(41.9%)이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 뉴스를 판별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9명(94.5%)은 가짜 뉴스가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강력한 입법·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반면, 핀란드 국민들은 가짜 뉴스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이유는 핀란드가 2013년부터 전 생애 주기에 걸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국가 교육정책으로 시행한 덕분이라고 AFP 통신이 소개했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핀란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 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합해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성인과 고령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핀란드는 유럽 41개국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 조사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초등·중등교육과정과 성인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970년 중반부터 시민과 종교 단체 주도로 시작해 2000년대 방송법 개정 이후 정부 예산이 지원됐고 2010년대 이후부터 초등·중등교육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특정 계층이나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주요한 과제다. 지금 대한민국처럼 허위 정보와 편향된 정보로 국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혼란과 위기가 지속되는 사회 환경에서는 더더욱 필요해 보인다. 특히, 초등·중등교육뿐만 아니라 고등직업교육에서도 이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식별하는 비판적 사고 역량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양은 방대하며, 일부는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이거나 편향적이다. 가짜 뉴스는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편향된 정보를 생산·유통해 여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갈등과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개인이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개인이 직업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허위 정보를 식별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를 식별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지식적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잘못된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생산자·참여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것을 넘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콘텐츠 생산 능력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개인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며,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진실된 정보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셋째, 디지털 시대에서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은 필수적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 정보 보호, 초상권 보호, 저작권 준수 등의 행동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윤리와 책임 의식을 고취시켜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필수적인 시민 역량을 길러주는 핵심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은 정보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책임감 있는 생산자이자 참여자로 성장하며,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콘텐츠 강국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민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통합되고 의무화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