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역-기업 거버넌스 관건”…日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초청 특강 개최
17일 도쿄서 일본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초정 특강 열려 라이즈 거버넌스 중심에 지산학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존재 지역-대학 협정서로 지자체장 바뀌어도 기존 협력 영향 無 사립대학 폐교 지원, 대학 격차 줄이기 등 교육계 현안 질문도 1월 13일~17일 4박 5일 간 전문대학 22개교 총장 연수 성료
[도쿄=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대학-지자체-산업체 거버넌스 운영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부가 가지고 있던 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라이즈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이양하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10여 년 앞서 대학-지역 협력 사업을 진행한 일본도 대학-지자체-산업체 거버넌스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버넌스 내에서 세 개의 주체가 지역창생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주체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7일 도쿄에서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초청 특강’이 펼쳐졌다. 이날 특강은 ‘일본 라이즈 사업’인 ‘지역 거점 정비 사업(Center of Community, COC)’ ‘지역 거점대학에 의한 지방창생 추진사업(COC+)’ ‘대학에 의한 지방창생 인재교육프로그램 구축사업(COC+R)’ ‘스파크(Supereminent Program for Activating Regional Collaboration, SPARC)’ 등을 설명하고, 각 사업 대표 대학 사례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특강은 ‘일본 라이즈 사업 우수사례 벤치마킹 총장 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실시됐다. 이날 일본 교육부에 해당하는 문부과학성 관계자가 직접 강의를 맡은 만큼, 연수에 참가한 총장단의 질문이 쏟아졌다. 문부과학성은 국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행정 조직이다. 총장단은 한국과 일본 라이즈 사업 간의 차이점에 주목해 질문을 던졌다.
■ 라이즈 사업 운영 위해 ‘코디네이터’가 있는 일본…한국과 차이점은? = 특히 이날 특강을 맡은 히라노 히로키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은 대학-지자체-산업체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라이즈 사업 거버넌스에서 한국과 다른 점은 거버넌스 체계와 운영에 있었다.
일본 거버넌스에서는 대학-지자체-산업체를 연결하는 중심에 지자체가 아닌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있다. 히라노 히로키 담당관은 “일본 라이즈 사업 거버넌스에서 대학-지자체-산업체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코디네이터’가 있다”며 “대학 입장을 산업체, 지자체에 전달하고 반대로 산업체, 지자체의 의견을 대학에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송승호 충청대 총장은 “일본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국 라이즈에서는 지자체, 지방정부가 맡아 중심이 된다”며 “일본에서는 코디네이터가 중앙에 있다. 대학, 지자체, 산업체 중 중심 주체가 어디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히라노 담당관은 “코디네이터는 대학에서 세우지만 권력이 있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도 있고 이외에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놓기도 한다”며 “대학-지자체-산업체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트랜스레이터로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기존의 거버넌스 체계와 지원 내용이 유지된다는 점도 총장단의 이목을 끌었다. 지역과 대학 간의 협정서를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이즈 도입을 앞두고 국내 교육계에서는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 내 라이즈 사업 운영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전지용 경복대 총장은 “한국은 지자체장이 바뀌면 협력 사업에 영향이 있다. 일본도 그런 사례가 있었는가. 협정서 샘플 제공도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히라노 담당관은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 대학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기존의 협력 내용이 번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유지된다”며 “협정서에는 지자체와 대학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과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대학 간 격차 줄이고, 협력 늘리고 = 대학 서열화로 인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역 대학 간 협력을 확대하려면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지역과 대학 협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대학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이들 사업을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성희 총장은 “대학 교육과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것 이외에 대학 서열화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문부과학성의 지원 정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 기업에서 인재 채용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히라노 담당관은 “문부과학성은 기본적으로 각 대학이 강점 분야에 맞는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지원 정책도 있어야 하지만 대학 순위를 메기는 기준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히라노 담당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일본 내에서 대학 서열 기준이 다양화됐다. 과거 경제지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했다면 최근에는 ‘학생을 잘 돌봐주는 대학’ ‘학생이 4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하는 대학’ ‘지방 고등학교장이 추천하는 대학’ 등 여러 기준으로 대학 순위를 메기고 있다는 게 히라노 담당관의 설명이다.
■ “대학 없이 지역 진흥할 수 없어” = 일본에는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인 COC, COC+, COC+R 등의 사업을 거치며 총 277개의 지산학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지역 대학들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과 지역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공유한다. 학점 교류도 가능해 학생들이 여러 대학의 강점 분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과거 일본도 대학이 학문 연구에만 집중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대학이 지역과 지역 기업의 인재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교육을 하도록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을 진행했다. 이들 사업들은 시행착오를 거쳐 단계적으로 발전하면서 ‘스파크(Supereminent Program for Activating Regional Collaboration, SPARC)’ ‘지역핵심·특색있는 연구대학 강화 촉진사업(J-PEAKS, 제이픽스)’로 고도화됐다.
제이픽스는 대학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의 경제·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또한 대학의 학술 기능 발전, 사회 혁신 창출, 지역사업의 생산성 향상·고용 창출도 목표로 한다. 2023학년도 사업 선정 대학은 △신슈대 △훗카이도대 △치바대 △도쿄노우코우대 △도쿄게이쥬츠대 △게이오기쥬쿠대 △가나자와대 △오사카고우리츠대 △고베대 △오카야마대 △히로시마대 △오키나와가가쿠기쥬츠대학원대학 등 12개교다. 선정 대학은 2023년부터 5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히라노 담당관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애착을 갖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산업구조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며 “일본 지역의 과제는 아시아의 과제 나아가 세계의 과제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몰두하면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단기대학 라이즈 참여 사례 보니 = 일본 단기대학 학과장의 특강도 실시됐다. 일본에는 288개의 단기대학이 있다. 대부분 4년제와 같은 법인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다. 4년제보다 규모가 작고 운영하는 학과도 적다. 이러한 이유로 단기대학의 COC 사업 단독 참여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기존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나눠서 진행되던 사업들이 라이즈로 통합되면서 이른바 ‘대학 간 칸막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구분 없이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셈인데, 이 경우 일반대학에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재혁 경북전문대 총장은 “COC 사업을 할 때 단기대학도 독자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아니면 4년제 대학을 지원해주는 형태로만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히라노 담당관은 “단기대학이 단독으로 참여한 사례는 없다. 모두 일반대학과 협업해서 참여했다. 단기대학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지역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날 단기대학 특강은 카게야마 미사코 치바경제대학단기대학 비즈니스라이프학과장이 맡았다. 치바경제대학단기대학은 대학이 소재한 치바시와 협력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치바시 문화재단, 지역축제,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필요한 실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카게야마 미사코 학과장은 “지역 플랫폼 15개에 우리 대학이 들어가 있다. 플랫폼으로 지역 여러 대학과 연결돼 학생들이 타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학생들은 2년 동안 실무를 배우고 지역사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날 총장단은 사립대학 폐교 지원 여부, 대학 규모로 인한 정책 지원 차이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13일부터 4박 5일 동안 일본 나가노, 가나자와, 도쿄 세 지역을 방문하는 강행군에도 총장단은 한국과 일본 교육의 차이점을 하나씩 짚어가며 유의미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번 연수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했다. 올해 라이즈 도입에 대응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2013년부터 진행한 지역활성화사업 사례를 직접 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수에는 국내 전문대학 22개교 총장과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 관계자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