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재 양성 위해 논·서술형 평가 필요…개방형 평가로 대입 변화해야”
국교위, 20일 중구 은행회관서 제10차 대토론회 열어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학생 평가 방식도 변화해야” 현 수능제도로 고교학점제 취지 퇴색될 수 있어…개혁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 위주의 줄 세우기식 대학 입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논·서술형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 이배용, 이하 국교위)는 20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학생 평가 및 대입체제’를 주제로 제10차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배용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교위는 지난해 9월 ‘출범 2주년 대토론회’에서 그간의 논의 내용과 고민을 정리해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방향을 공개한 바 있다”며 “이후 주요 방향의 세부 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쟁점을 구체화하기 위해 위원회 회의에서 보다 심도 있는 집중 토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교위 산하 전문위원회·특별위원회·국민참여위원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함께 주제별 대토론회와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교육관계자들과 함께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배용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저출생·고령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는 우리 교육제도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지식 습득에 집중하던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평가제도와 대입체제 역시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과 다양한 학습경로를 반영하고, 성장 과정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토론회가 학교 내신과 평가, 그리고 대입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축사 후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지은림 경희대 학무부총장은 ‘대입제도와 고교내신·평가체제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가며 미래 사회 학생 평가의 방향은 논·서술형 평가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은 “미래인재 역량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고 적합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며 “창의성, 다양성, 자기 주도성,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됨에 따라 학습 과정과 연계해 교수·학습개선을 지원하는 학생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 평가 방식도 성취평가제, 과정중심평가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취평가제는 교육과정에서 정해놓은 성취 기준에 기반해 학생의 성취 수준을 판단함으로써 이에 대한 절대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평가를 말한다. 또한 과정중심평가는 교과의 성취 기준에 기반해 평가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과정을 이해하고 진단해 교수·학습 개선을 지원하는 평가 방식을 의미한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은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5지선다형으로 이뤄진 평가 방식에서 나아가 논·서술형 평가를 비롯한 개방형 평가로 변화해야 한다”며 “상대적인 서열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성취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평가 항목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논·서술형 평가 방식에서 불거질 수 있는 채점의 객관성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훈련을 토대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은 “교육청 차원에서 컨설팅도 해드리고, 선생님들 간 교차 채점이 이뤄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하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교수 역시 해외의 대입 사례를 들며 논·서술형 평가 방식의 필요성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이용하 교수는 “대학 입시 제도라는 것은 교육 현장과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 나라별로 입시 포맷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신 평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정성 평가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며 싱가폴, 영국은 논·서술형 평가가 높은 수준에서 요구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대를 기준으로 내신에 큰 비중을 두고 대학입시를 진행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며 “일본에서는 논·서술형 평가를 시행하다가 채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논·서술형 평가를 실시할 시 공정성 이슈와 함께 교사의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평가 기준이 공개돼 학교도 예측할 수 있고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 또한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행 입시 방식은 재구조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미라 경기 병점고 교사(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는 “고교학점제를 잘 하면 추구하는 미래의 교육 방향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장점을 지닌 고교학점제도 현장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안착하기 어렵다. 고교학점제는 유연한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적인 운영 지침에 의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따르면 학생들은 진로에 따른 과목을 선택하고 수업에서도 창의 융합 학습을 추구해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수능 중심의 EBS 연계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정 교사의 설명이다.
정 교사는 현 수능 제도로 인해 학생들이 계속해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정 교사는 “강남 학원으로 아이들이 몰리고 학생들이 유명 강사의 인강을 치열하게 들으면서 공교육이 소외되는 이유는 수능이라는 체제 때문”이라며 “공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알려줄 시 징계를 받는 반면 학원은 문제를 알려주고 답을 짚어주고 있다. 수능으로 인해 고교학점제는 퇴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들이 연수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많이 하신다. 우리도 주체성을 갖고 교육을 마련할 수 있지만 체제 자체가 그렇게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에게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나”라며 “스무 명 이상의 학생들을 앉혀 놓고 서·논술형 문제에 피드백을 반영하라는 건 쉽지 않은 이야기다. 대학 입시를 논하기 전에 교육과정 정상화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책임교육 시스템, 독서와 토론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 지원 센터 센터 등이 마련돼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틀 내에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