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교협 정기총회] 염재호 태재대 총장 “현 고등교육, 과거 시험 꿈꾸던 19세기 말과 동일…정부 차원 투자 필요”
대교협, 22일 서울시 웨스틴조선호텔서 정기총회 개최 “AI로 문명사 바뀌는데 사회적 DNA는 과거에 남아 있어” “우리나라는 보편교육에 투자…정부에서 고등교육 투자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은 “21세기 완전히 다른 세상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박상규, 이하 대교협)는 22일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5년 대교협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 염재호 총장은 강연을 통해 AI의 등장으로 인해 문명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염 총장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문명사가 바뀌고 있으며, 이는 대학 캠퍼스 역시 마찬가지”라며 “20세기 후반에 컴퓨터가 등장하고 AI가 나오면서 문명사가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사회적 DNA는 과거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은 과거 시험에 붙으면 양반으로 먹고 살 것으로 생각했던 19세기 말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염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1900년대 자동차 산업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많은 이들이 마부가 직업을 잃는 것을 우려했는데, 마부라는 직업은 줄었지만, 운전기사의 직업은 수백 배 늘었다”며 “가속화는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만 현재 우리는 마부를 키우고, 마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염재호 총장은 변화한 시대에 발맞춰 대학 교육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에 AI로 대표되는 디지털화 물결이 나타나며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2030년에 평균 수명이 제일 높은 곳을 조사해 보니 2017년 기준으로 1위가 한국이었다.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건강보험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는 50대가 다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때가 왔지만, 우리는 아직 그대로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학은 전공을 가르치는 상황이지만, 현재 우리는 한 가지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모든 것을 잘하는 프로페셔널을 양성해야 한다”며 “지금 대학은 전공을 가르치고 있다. 19세기 유생들이 머리카락 자르라고 했더니 목을 자르라고 저항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염 총장은 ‘미래 대학 쇼룸’을 목표로 세워진 태재대의 교육 방식을 설명하며 “현재는 지식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이므로 학생들의 지식 근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에 따르면 현재 태재대는 교육에 필요한 모든 책을 e북으로 변환했으며, 2학년부터 학생들이 샌프란시스코, 뉴욕, 러시아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교육을 받고 있다. 염 총장은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모든 관심이 연구와 논문을 쓰는 일에 집중된다”며 “이에 학부 교육은 반복되는 것은 물론 교과서로 강의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는 1960년대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재대의 경우 전 과목 20명 이내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며 수업 끝나고 모든 학생이 몇 분을 발언했는지 그래프가 뜬다”며 “AI가 말한 내용을 텍스트로 바꿔주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비판적 사고가 강한지, 창의적 사고가 강한 학생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진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염재호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태재대 교수님은 12주 동안 훈련을 받는다. 3년마다 연봉 협상하고 3년마다 재계약하는 것”이라며 “스탠포드 출신 교수님들이 온라인 교육을 기반으로 장소의 제약 없이 수업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말씀하신다. 다양한 학습 지원 시스템이 존재하고 서포트해주는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교수님들에게도 매 시간 피드백을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염 총장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고등교육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기시다 총리가 되자마자 첫 번째로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10조엔을 대학에 주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우리는 보편교육을 하고 있다. 경쟁력은 고등교육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럽 국가에서는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재대는 21세기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답을 찾고 제시해야 한다”며 “많은 총장님들이 교육 문제를 혁명적으로 고민하고 계실 텐데 작게 고민하지 마시고 크게 고민해 틀을 바꾸시길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