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한 해외 사례서 힌트 찾다
KEDI, ‘지역 주도 시대의 고등교육 거버넌스: 해외 사례에서 길을 묻다’ 발표 “미국·독일·일본, 고등교육의 책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 “대한민국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분권화’ ‘제도화’ ‘자율화’ ‘다양화’ 필요”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오는 3월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이양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시행된다. 지방정부와 개별 대학의 권한 확대가 강조되면서 그간 중앙정부 주도로 구성됐던 고등교육 거버넌스 개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미국, 독일, 일본 등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한 해외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교육개발원은 ‘지역 주도 시대의 고등교육 거버넌스: 해외 사례에서 길을 묻다’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주정부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직접적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중앙의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해 왔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국·공·사립 고등교육기관의 정책과 재정 지원을 주도하고, 지방정부에 공립대학 운영·관리 권한을 분산시켰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미국, 독일, 일본의 사례를 짚어보며 개선점, 대안 등을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미국·독일, 연방정부·주정부 간 독립·협력적 고등교육 거버넌스 구축…일본, 중앙정부·지방정부에 재정 지원·운영 등 권한 분산 = 미국 고등교육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협력·분담의 이원적 체계를 구축했다. 연방정부는 학생·연구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등교육을 지원하고 주정부는 주 헌법, 주법·의회의 결정에 따라 △예산 지원 △법적 통제·규제 △사립대학 감독 △조언·지원을 통해 고등교육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지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독립적·협력적 고등교육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있다. 주정부는 자체적인 ‘고등교육법’에 의거해 실질적 권한을 갖고 고등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며, 지역 고등교육과 연구 등을 담당하는 교육문화부 장관(Landeskultusminister)을 두고 있다. 고등교육의 기본 틀을 제공하는 연방정부는 주정부와의 협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교육·연구 정책을 수립하고 재정 지원을 시행해 주정부를 보조한다. 주정부는 공립대학의 전체 수입의 50% 이상에 달하는 규모의 경상비를 지원해 대학 재정 기반을 조성하고 있으며, 지역 공립대학의 운영·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에른주는 과학예술부가 고등교육, 연구, 국제화를 총괄하며 6개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과학연구예술부가 대학 교육, 연구, 재정을 담당하며 대학 발전과 디지털화 부서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고등교육법’이 대학의 법적 지위, 재정, 교수 고용, 연구기관 협력 등 운영 전반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고등교육의 경우 중앙정부 문부과학성이 중심이 돼 중앙집권적 하향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법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국립대학은 국가의 입법으로, 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은 ‘학교교육법’에 의해 문부과학성 장관의 인가를 얻어 설립된다. 문부과학성은 국·사립대학 모두 주요 경비를 지원하며, 사립대학 경상비를 보조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립대학을 관할하지만, 교육·연구를 위한 경쟁적 자금은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공립대학은 지방정부의 선택을 바탕으로 대학 특성을 반영해 설치되며 법인의 조직·운영 역시 유연하게 이뤄져, 상대적으로 자율적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운영이 가능하다.
■ 한국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분권화’ ‘제도화’ ‘자율화’ ‘다양화’ 돼야 = 이러한 해외 사례들을 종합했을 때, 연구진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개선의 시사점으로 △권한의 이양과 이임 △법령·제 규정 마련 △고등교육 규제 완화 △네트워크 외연 확대 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경우 90여 개가 넘는 교육부 소관 고등교육 관련 법령상 권한과 책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지방정부로 이양·위임 사항을 도출하고 단계적 분권화 절차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지방정부도 자체적으로 관련 법령과 제 규정을 마련했다. 현실에서 거버넌스는 법령과 제 규정의 집행을 통해 구현되므로 이는 거버넌스 구축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제다.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할 경우 단기적으로 라이즈(RISE)의 제도적 기반 조성부터 시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대학을 혁신의 주체이자 고등교육의 협력적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에 대한 우선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지자체, 고등교육기관 외 다양한 의사결정기구가 참여하고 범부처가 협력하는 고등교육 정책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