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등록금 동결이 고등교육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나

황선욱 세경대학교 부총장

2025-02-05     한국대학신문
황선욱 세경대학교 부총장

2025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1달이 지났다. 지금 전문대학들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로 신입생 충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나 그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두 번째는 새롭게 출범하는 대학 재정지원 형태인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대학 재정 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한 등록금 인상이냐 동결이냐의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키기 위해 국가장학금 2유형의 교비장학금 대응 10% 인하 방침, 혁신지원사업비의 인건비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한 전문대학들의 반응이 차가운 것이 현실이다.

고등교육법에는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2008년 전 세계적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기업의 경영난과 고용시장의 위축, 가계의 재정적 부담 완화라는 취지로 정부와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반값등록금 정책 실현을 위해 국가장학금 제도가 신설되면서 5% 내외의 등록금 인하까지 이뤄졌다.

최초의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선 학생들과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킨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학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 여유를 가질 수 있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업 성취도와 만족도 향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이바지했다. 둘째,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대학 진학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줌으로써 대학 진학률이 증가해 대학들의 충원율 향상에 도움을 줬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평등의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의 평등성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일조했으며,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됨으로써 사회적 격차 해소에도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 동결은 이러한 표면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복잡한 정책이기도 하다. 이 정책의 실질적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그 부작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재정적 지속 가능성 문제는 등록금 동결의 가장 주요한 우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는 교수진의 급여 동결이나 감축,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축소, 캠퍼스 시설의 유지·보수에 대한 투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재정적 제약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습 환경의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졸업생들의 경쟁력도 자연히 감소하게 돼, 이는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많은 수의 대학들은 인건비 동결이나 감축 정책을 통해 재정 압박을 해소하고자 하고 있으며, 대학교수는 3D 업종이라는 인식 또한 사회 전반에 퍼진 지 오래됐다.

둘째, 학문의 다양성 감소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들이 재정적 여유를 잃게 되면 다양한 전공과 학문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전공이나 새로운 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전공의 강의가 축소되거나 없어지게 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문적 기회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개인적 진로 선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학들은 인문학 관련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축소하고 있으며, 졸업 이수 학점을 축소하는 등의 형태로 재정 압박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 장기적인 교육 투자 부족은 등록금 동결의 가장 큰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동결되면, 대학들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수진의 연구 기회 감소, 최신 교육 기술의 도입 지연, 그리고 교육 시설의 현대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이런 부족은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가 경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일부 어려움을 해소하고는 있으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사업 참여에 따라 달라지게 돼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교육 부분 국가경쟁력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초등·중등교육 분야의 국가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40위권 전후로 초등·중등교육 분야 대비 그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대학 등록금 동결은 단기적으로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재정적 지속 가능성 문제, 학문의 다양성 감소, 그리고 장기적인 교육 투자 부족과 같은 여러 부정적 측면들을 키워왔음을 이제는 인정하고 새로운 접근 방향을 고려해야만 한다. 고등교육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사회가 직면한 이러한 복합적 문제들은 신중한 분석과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대학들은 단순히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만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지점에 이르렀다. 대학 등록금 동결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 측면에서의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정책 제시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