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의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 체계로부터 배우는 ‘한국형 라이즈’에 대한 시사점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2025-02-05     한국대학신문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일본의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은 2013년도부터 시작해 벌써 10년을 맞이했다.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은 COC, COC+, COC+R 사업을 통해 지역 제휴와 교육개혁을 적극 추진해 왔고, 2022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와 대학 등이 일체가 돼 문제해결에 도전하는 ‘지역활성화 인재육성 SPARC(Supereminent Program for Activating Regional Collaboration)’ 사업을 이행하고 있다.

COC사업은 일본의 국공립대학, 단기대학 및 고등전문학교가 지자체 등과 연계해 모든 학년에 걸쳐 진행하는 지역 중심의 교육·연구·사회공헌 사업이다. 사업의 목적은 첫째로, 지역의 과제(수요)와 대학과 지자체 자원을 매칭해 지역과 대학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실시하며 교육커리큘럼·교육조직을 개혁하는 것이다. 둘째,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학의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대학과 지자체의 대화 장을 만들어 대학과 지자체가 조직적·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COC+사업은 2013년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시행됐던 COC사업을 발전시켜 대학이 지방공공단체나 기업 등과 협력해 학생에게 매력 있는 취업처를 창출·개척함과 동시에 교육커리큘럼의 개혁을 통해 지방창생(創生)의 중심이 되는 ‘인재’의 지방정주를 목적으로 한다. 일본문부성은 COC+사업을 통한 대학의 개혁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심사 기준을 채택했다. ‘사업은 대학전체의 개혁의 일환으로서 자리 매김되어 있는가’, ‘신청의 기초가 되는 교육개혁의 시스템은 충분한 것인가’, ‘앞으로도 개혁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가’ 등이다.

한국 대학은 올해부터 지자체와 대학, 산업체가 연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본격 진입한다. 이에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인 COC, COC+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신슈대학(信州大学), 가나자와공업대학(金沢工業大学)의 교육 시스템 및 프로그램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대학의 라이즈체계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달  ‘일본 라이즈 사업 우수사례 벤치마킹 총장 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국내 전문대학 22개교 총장단이 신슈대학에 방문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역 토대 산업 재정립, 창신(創新)하는 인재배출 프로그램 강점 ‘신슈대학(信州大学)’
신슈대학의 COC+사업은 인구감소, COVID19, 그리고 새로운 ‘아동·교류·체험’의 가치를 경험하면서, 배움의 환경을 구축하고 관광이나 생활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모빌리티나 시설활용 및 건강산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인재를 육성·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슈대학은 차세대 지방창생을 위한 산업 키워드로서 ‘교통’, ‘먹거리’, ‘관광’, ‘인프라활용(IT기술 포함)’에 주목하고, 전문적 학술적 견지를 획득하며 실천적 경험을 통해 변화에 대응력·돌파력을 지닌 탑 리더를 육성하고자 한다.

신슈대학은 도야마대학(富山大学)·가나자와대학(金沢大学)과 연합해 3개 지역에 걸쳐 산학관(産学官)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천적 이수증명 프로그램인 ‘ENGINE’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ENGINE 프로그램은 각 대학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서로의 교육자원을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3가지 단계를 몇 년에 걸쳐 학습해 지역과 대학의 배움과 인재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점도 주목된다. 1단계인 ‘리터러시(문해) 강화단계’에서는 문제분석력을 기르는 데이터사이언스 및 탑 리더에게서 혁신적 마인드를 배운다. 2단계인 ‘캐리어 형성단계’에서는 철도나 고속도로와 같은 지역시설 및 관광 등의 실제 현장과 온라인을 융합해 다양한 직업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다. 3단계인 ‘실천력강화단계’에서는 도전적 사업을 하는 지역기업에서 PBL형 인턴십을 실시한다.

지난달 ‘일본 라이즈 사업 우수사례 벤치마킹 총장 연수’에서 방문한 가나자와공업대학 학생들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세대·분야·문화를 넘어, 공동 배움 시스템 갖춘 ‘가나자와공업대학(金沢工業大学)’
가나자와공업대학은 대학-산업체-지자체가 연계해 白山麓 캠퍼스에 지방창생연구소(地方創生研究所)를 개설했다. 白山麓캠퍼스에는 1·2학년이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국제고등전문학교가 병설돼 있으며, 지역과제를 소재로 하는 STEAM교육이 영어로 실시되고 있다. 연구소장을 겸직하는 大澤敏(오오사와사토시) 총장은 “사회의 과제를 찾아서 해결책을 제시해도 그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에는 세대, 분야, 문화를 넘어서 서로 배우는 共創(서로 창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산업, 대학, 지자체, 그리고 연구자와 지역 주민을 포함하는 시스템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방살리기 연구소(Innovation Hub)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장기적 인구감소와 도시인구집중을 배경으로 지방재생을 위해 대학 내 부속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지방재생 프로그램을 里山都市(농촌도시)라고 명명하고 있다. 농촌도시(里山)가 가진 자연과의 공생, 풍부한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IT, AI, Big Data 등을 구사해 방재, 에너지, 교육, 의료, 복지, 산업의 진흥으로 연결 지어, 지방도시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한 이노베이션 창출형의 비즈니스로 혁신시키는 것이 연구소의 목적이다. 그 성과는 도시, 나아가 세계 각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지방기업-산업계-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미래의 산업을 창조하며 대학-지자체-산업체가 연결되는 이노베이션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地域 GX共創 프로젝트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 GX 공동창업 프로젝트란 NTT에너지주식회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역 특성을 활용한 재생 가능 에너지 공유 시스템이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이 세이코전기(成宏電気) 주식회사, 키타비시전기 주식회사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 ‘지역 특성을 활용한 재생 가능 에너지 공유시스템’은 산학 협력을 통한 사회적 구현의 결과로, 이시카와현(石川県)의 제11회 이시카와 에코 디자인어워드 서비스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또한 北菱電興주식회사에서 경영하는 딸기농장은 딸기 수확기인 12월에서 5월까지 연간 5500명이 찾는 성공적 스마트팜 모델이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은 北菱電興 회사와 협업해 실험도 같이하며 학생들의 인턴십과 취업도 시킬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인간력 프로그램·지역학과목 개설’ 주목
필자는 일본의 지역활성화 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신슈대학과 가나자와공업대학을 두 차례 방문했다. 방문 당시, 한국 대학이 꼭 벤치마킹하기를 바랐던 프로그램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인간력 프로그램’이었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인재육성의 키워드를 ‘知力+人間力=総合力’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대학에서 수행해 왔던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던 교육과정에 ‘인간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것을 정규 교육과정이나 비교과프로그램에 넣어 학생들이 체험하고 배워서 종합적 능력을 갖춘 사회인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지역학을 교양과목으로 넣거나, 지역의 축제에 참여하게 하거나, 지역 문제 현안에 참여하는 비교과프로그램(다문화가정과 소통하기,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식이다. 또 모든 수업은 PBL학습이 적용된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이 이뤄지며,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문제해결중심의 수업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COC, COC+사업 등 지역활성화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지역학과목’을 개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학은 전 학부·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지역학 과목을 대학의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이처럼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은 ‘지역정주형 인재양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정주형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각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기업과 지역의 특성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데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필자가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을 추진하는 국립대 모델인 신슈대학과 사립대 모델인 가나자와공업대학을 방문하고 느낀 점은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은 대학의 체질을 바꿨고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이 성공한 배경 중 하나는 일본문부성이 대학혁신의 청사진을 체계적·단계별로 잘 짜놓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지역활성화사업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문부성을 방문했을 때도 일본문부성은 한국의 라이즈체계가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특별히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지역활성화사업인 라이즈가 대학의 체질로 자리 잡아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대학을 혁신하고 특성화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