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의 교육법 산책]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안의 쟁점들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25-02-09     한국대학신문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학령인구는 2021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에 이르지 못하게 됐다. 대학 재학생 연령대의 인구 추계를 보면, 2040년까지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입학정원의 절반 수준인 20만 명에 가까운 학령인구가 급감한다는 예측이다. 앞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더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서 대학이 처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안이 발의됐다. 작년에만 여야 의원들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지원하는 법안 5개를 발의했다.

법안들의 주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먼저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회를 둔다. 다음으로 전담기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재정진단 실시, 경영위기대학 지정과 해제, 구조개선 조치, 자율개선과 경영자문 그리고 특례 규정을 담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잔여재산 처리 관련 특례다. 먼저 기존 구조를 살펴보고, 특례 조항의 쟁점을 순차로 보겠다. 법안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 공통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피고자 한다.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회 설치
첫째,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회를 둔다. 이 심의회는 학교법인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강경숙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사립대학위기대응위원회로 이름을 지었으나 본질이 다르진 않다. 현행법상으로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에 관한 사항들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유사한 기구로는 사립학교법 제35조의2에서 정하는 사학정비심사위원회뿐이다. 고등학교 이하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만 대상으로 한다.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해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에 시·도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해산, 잔여재산의 처분, 재정지원에 관한 사항만 다룬다. 지금과 같은 대학의 위기 상황에서 대학구조개선을 총괄하는 논의 단위가 없다는 건 입법 공백에 가깝다. 전체 사립대학 차원의 구조개선을 심사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법률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반영하고 있다.

구조개선 지원 전담기관의 역할
둘째, 구조개선 지원과 관리업무를 전담할 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전담기관으로 정한다. 실제 업무를 실행하는 기관이다. 재정진단과 실태조사, 구조개선 이행계획 수립 및 제출요구, 구조개선조치 이행실적 보고, 경영자문, 청산절차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다. 폐교대학 청산지원 융자사업, 폐교대학 종합관리사업, 사립학교 교육환경개선자금 융자사업 등을 담당한다. 재단 내 대학경영진단원, 대학구조개선센터, 폐교대학지원센터도 두고 있다. 더 분명한 법률상 근거를 갖추고 전담기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대학 구조개선 조치와 경영위기대학 관리
셋째, 재정진단과 경영위기대학의 지정과 해제, 구조개선 조치 등도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구조개선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립대학들의 재정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매년 사립대학 재정진단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사립대학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도 할 수 있다.

나아가 전담기관의 장은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의 학교법인에 구조개선이행계획 수립·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보유자산의 활용·처분 등 재무구조의 개선, 학부·학과·사립대학의 통·폐합, 사립대학의 폐교 또는 학교법인의 해산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선이행계획이다. 이행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영자문을 제공하거나 지원할 수도 있다.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이행사항에 대한 점검 및 시정명령을 할 수도 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학생 모집 정지, 학교법인 폐지 등의 구조개선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도 담고 있다. 지원뿐 아니라 제재처분의 근거도 있다.

잔여재산 특례와 해산장려금 논란
마지막으로 특례 조항이 첨예한 쟁점이 된다. 특례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립학교법상의 제한을 살펴봐야 한다. 사립학교법에는 교육의 특수성에 비춰 공공성을 높이는 조항들이 있다. 가령 적립금의 사용목적을 제한한다. 사립학교법 제32조의2는 교육시설 신·증축과 개·보수, 장학금 지급과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만 적립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특례 조항은 예외를 추가했다. 구조개선 이행계획 수행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사립대학 폐교와 해산 규제 완화
재산 처분에도 특례를 두고 있다. 기존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매도나 담보 제공이 불가능했던 교지, 교사, 체육장 등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의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처분 가능한 재산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더불어 임시이사의 권한도 확대한다. 임시이사는 본래 한시적·임시적 특성으로 권한에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일반적 운영을 넘어서는 사항의 경우 임시이사의 권한 밖의 일이라 보고 권한을 좁게 인정한다. 법안은 법원의 해석을 입법으로 변경한다. 임시이사들이 재산처분 내지 사업의 일부양도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아울러 대학 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경우 학교의 설립 기준, 시설·교원·수익용 기본재산 및 정원 등의 기준을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과 달리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 조항이다. 이른바 해산장려금 논란이다. 경영위기대학의 학교법인은 잔여재산의 일부를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또는 평생교육기관의 재산으로 출연하거나 사학진흥기금에 귀속시키고 해산장려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다. 해산장려금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경숙 의원 대표발의안에는 해산장려금을 포함하지 않았다. 해산장려금이라는 용어가 학교법인 해산을 부추긴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해산정리금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 법안에서는 해산장려금을 규정하고 있다. 장려금 또는 정리금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퇴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 외에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평생교육시설, 교육연수시설, 장학재단 등 다양한 출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사람에게 일정 비율의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는 견해도 있다. 정성국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는 잔여재산의 30%라고 비율을 명시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학교법인의 원활한 해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 또는 매각할 때 조세감면 혜택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폐교와 해산에 대한 기존 규제도 완화한다. 종래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서 정하는 사유 외에도 폐교와 해산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구조개선 이행계획 중이나 구조개선명령에 따라 폐교해야 하는 경영위기대학 외에도 재학생을 포함해 구성원의 과반수 이상이 폐교를 동의하면 폐교 또는 해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눈에 띈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이 지탱해 온 규제의 근간을 바꾼다는 점에서 구조개선 지원법안은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구구조 변화와 대학의 위기를 외면하고 방치할 수는 없다. 공익을 위한 연착륙을 유도하면서도 무임 내지 부정승차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