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N 리포트]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글로컬대학 지원…지역별 준비 상황은?
피로감 호소‧한계 도달 의견 반영해 올해 10곳 선정 예정 글로컬대학 선정 안 된 지역 중심으로 적극적 행보 ‘부각’ “글로컬대학 선정돼야 라이즈 체계에서도 유리하다는 의견”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 한 곳당 5년에 걸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올해 10개 대학 선정으로 바뀌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면서 대학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글로컬대학 선정 여부가 올해부터 시작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 지역 예산과도 연동돼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도 사활을 걸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2025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시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당초 올해와 내년에 걸쳐 각각 5곳씩 선정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올해 10곳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달 21일까지 혁신기획서를 접수한 뒤 4월 예비지정 결과 발표, 7월 본지정 실행계획서 접수, 8월 본지정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년간 사업 지정을 위해 준비해 온 대학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에서 나올 수 있는 혁신기획서가 한계에 달했다”며 “올해 라이즈 체계가 시작되는 만큼 대학과 지역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전‧충남, 광주‧전남, 제주 지역 대학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지역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거점국립대들이 글로컬대학 선정에 실패한 곳으로, 거점국립대가 우선적으로 선정된다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사립대들의 선정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리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충남대다. 지난해 국립한밭대와의 통합을 전제로 예비지정에 선정됐지만 통합 논의가 종결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국립공주대와의 통합을 타진 중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통합을 전제로 한 혁신기획서 준비를 시작했으며,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도 실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충남대는 지난 14일 국립공주대와 통합을 위한 구성원 대상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의견수렴 과정 결과 교수의 70%, 직원·조교의 71%, 학부생의 9%, 대학원생의 47%가 통합기반 사업 추진을 희망했고, 국립공주대는 교수의 93.8%, 직원·조교의 86.8%, 학생의 45.2%가 통합기반 혁신기획서 제출에 동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교육부가 2025년 글로컬대학 사업계획 시안을 발표한 이후부터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혁신기획서를 준비한 두 대학은 이번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글로컬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추진 과제를 발굴해 ‘대학통합기반’ 글로컬대학 혁신기획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의 경계를 뛰어넘는 두 대학의 통합 기반 글로컬대학 추진 시도는 우리나라 대학 역사의 새로운 도전”이라며 “올해에는 꼭 글로컬대학 선정에 성공해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학이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충남대와의 통합이 어그러지면서 예비지정 지위를 상실한 국립한밭대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타 대학과 통합을 위해 결성했던 글로컬대외협상위원회는 해체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연합, 혹은 단독으로 글로컬대학에 도전할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단독 모델로 지원해 예비지정에 성공한 한남대는 올해도 단독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배재대와 목원대는 재차 연합 모델로 지원하되 제3의 대학을 합류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전대는 단독 모델과 연합 모델 두 가지 안을 마련하고 주변 대학들의 의사를 타진 중이다.
광주‧전남 지역은 거점국립대인 전남대의 총장 자리가 아직 공석인 관계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두 차례 연속으로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전남대의 행보에 따라 주변 대학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다수 대학과의 통합, 연합 전략을 제시했던 조선대의 경우 같은 재단 산하인 조선간호대와 통합+조선이공대와의 연합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을 확정한 상태다.
지난해 연합 모델로 예비지정에 선정된 동신대·초당대·목포과학대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광주대, 광주여대, 남부대, 송원대 등 광주‧전남 지역 대학들은 아직도 다양한 전략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국립대인 제주대 또한 올해에는 글로컬대학 선정에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에 다양한 계획을 두고 고심 중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제주대는 통합이나 연합 등 주변 대학을 활용한 전략보다는 제주라는 지역적 특징을 활용해 싱가포르 대학과 같은 글로벌한 대학으로의 전환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지역 대학들 또한 글로컬대학 선정을 앞두고 합종연횡이 활발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해양대와의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에 도전한 국립부경대는 올해 단독 모델로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본지정에 실패한 동명대와 신라대는 재차 ‘연합’ 모델로 지원할 예정이며, 한국해양대는 지난해와 달리 대학의 특징을 강화할 수 있는 목포해양대와 통합모델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경성대와 동의대는 각각 단독 모델로 신청할 예정이며, 부산외대와 영산대, 고신대는 단독과 연합 모델을 두고 고심 중이다.
올해 글로컬대학을 준비 중인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역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 올해 글로컬대학이 선정돼야 라이즈 체계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글로컬대학과 라이즈 둘 다 준비하기엔 대학의 행정적 압박이 큰 상황이긴 하지만 올해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