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실대학, 퇴출 촉진 길 열리나…교육위 법안소위 통과

교육위 법안소위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 법률안’ 통과 재정 부실 대학에 학생모집정지‧폐교‧해산 명령 가능해져 ‘해산장려금’ 여전한 불씨…본회의 통과까지 거칠 관문 많아

2025-02-21     백두산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9일 국회 본관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법률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국회에서 재정 악화로 각종 진단서 제외되거나 임금 체불 등으로 분란에 휩싸인 부실 대학을 퇴출시킬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다. 재정 부실 대학에 학생모집정지‧폐교‧해산 등에 대한 명령이 가능토록 한 것이 골자로, 부실 대학 퇴출의 법적 근거가 담긴 법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을 통과시켰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조치 등으로 재정 위기를 겪는 사립대와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이번 법안은 교육부가 재정 부실 대학에 대해 경영진단을 거쳐 학생모집정지, 폐교, 해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2010년 이후 네 차례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해산장려금’ 이슈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해산장려금은 자발적으로 폐교‧해산하는 사립대학 법인의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 등에게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법인이 해산할 경우 남은 재산을 정관에서 지정한 다른 학교법인에 귀속해야 한다. 학교법인의 재산은 설립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부 지원과 학생들 등록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산’이라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직전 21대 국회에서도 해산장려금에 대한 이견으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통과가 무산됐다.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주고 ‘먹튀 해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 들어 학령인구 급감, 지역소멸 위기 등이 고조됨에 따라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이 해산장려금 지급 내용을 담은 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했고, 김대식‧서지영‧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강 의원안은 해산장려금 지급 조항이 제외돼 있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문정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이다. 법안소위는 해산장려금을 해산정리금으로 명칭을 바꾸고, 권고사항이었던 교직원·학생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의무규정으로 변경했다. 또한 해산정리금 한도는 잔여재산 귀속분의 15%와 사립학교법에 따른 결산상 설립자 기본금의 최솟값으로 규정됐으며,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됐다.

다만, 대학가 관계자들은 ‘해산장려금’이 여전한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사립대학 구조개선 법률안’ 공청회에서도 해산장려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발생했다. 당시 김명환 전국교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폐교나 해산이 결정된 대학, 법인의 재산이 제값으로 쉽게 팔려나가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설명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매각 재산 중 교직원 체불임금, 밀린 세금, 부채 등을 정리하고 남은 ‘잔여재산’이 얼마 되지 않을 대학들이 많아 한계 사학들에게 신속한 폐교, 해산의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폐교를 결정하는 지방 사립대학(일부 수도권 대학 포함)들 중에는 가치가 높은 건물과 토지가 있어 현행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막대한 해산장려금을 챙겨갈 대학들이 존재한다”며 “대학 부지 및 건물의 가치 상승 등으로 불어난 사회적 부의 큰 몫을 사학 운영자들과 그 가족에게 그들이 설립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남겨주는 부당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도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해산장려금이라는 독소조항을 배제하고, 개별 대학의 폐교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 법안의 기본 틀을 바꿔 권역별로 대학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종합계획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에서 가결되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이번 법안소위를 통과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의 제정·시행을 위해서는 교육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만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산정리금은 사학구조개선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재정 진단부터 여러 실태조사를 통해 충분히 검토를 거쳐 지급하게 된다”며 “연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