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복지부 ‘의대 정원’ 입장 차에 대학들은 ‘혼란’

의대 정원 동결안 수락한 교육부, 복지부 “사전 협의 없어” 4월 30일까지 대입전형 계획 제출해야 하는 대학들 ‘불똥’

2025-02-28     백두산 기자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부총리-보건복지부장관 합동브리핑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기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임지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서 대학들도 혼란에 빠졌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 자율’로 정할 수 있게 됐지만 교육 정상화를 원하는 교육부와 어떻게든 증원 기조를 이어가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갈등으로 인해 대학들은 의대 정원에 대한 기준점조차 잡을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의정 갈등의 해결책으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인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전 협의된 바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교육부의 대처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의료 인력 양성 규모(의대 정원)를 책임지는 부처인데 교육부가 합의되지 않은 안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감지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국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정부와 각 대학 총장에게 공문을 보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정원(3058명)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24일 의대 학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의대 학장들이 의대생 복귀를 책임지고 설득한다면, 정부도 ‘3058명’ 동결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교육부가 증원 ‘0명’인 동결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복지부와 사전 협의된 바 없다”며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돌리는 방안에 대해 복지부 입장이 당분간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인력 양성 규모(의대 정원)를 정하는 것은 복지부 소관”이라며 협의 없이 정원을 되돌리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문제는 대입전형을 확정해야 하는 대학들이다. 대학들은 올해 4월 30일까지 2027학년도 대학입학 전형계획을 발표해야 하며, 5월 31일까지는 2026학년도 수시 모집요강도 발표해야 한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계속되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올해도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학 자율로 의대 정원을 정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큰 틀은 정부에서 나와야 대학들도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국내에 필요한 의사 수 등을 산출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설치를 법제화하면서 부칙 특례를 통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일정 범위 안에서 ‘대학 자율’로 정할 수 있게 했다. 

특례조항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협의한 범위 내에서 의대 학장과 총장이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사실상 ‘대학 자율’과 다름없다. 그러나 각 대학들로서는 정부의 큰 틀이 없으면 대학 내부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딱히 반기는 모양새는 아니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대학 내 논의는 물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미 많이 늦은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입전형 계획 제출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 자율로 의대 정원을 정하는 부분도 대학본부와 의대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늘어난 정원을 유지하려는 대학본부와 정원을 줄이려는 의대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