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새 학기, 새 출발…“잘 하고 있어”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새 학기를 잘 보내고 싶다. 학교 어디를 가도 새로움이 넘친다. 방학 동안에는 교내 건물들 여기저기에 보수 공사가 시작돼 학생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과제나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멋지게 마련됐다. 2025년인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대학에 자유전공이나 통합 학부 등이 신설되면서 단과대학들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준비하느라 쉴 새 없이 일상이 움직였고, 학과마다 입학을 맞이하는 행사가 열렸다.
학생들이 상시로 이용하는 학생상담소와 같은 부서도 새 학기 준비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SNS나 영상을 통해 시시때때로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한 달에 2~3번은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한 문구를 찾아 심리검사나 개인상담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교내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학기 초에는 다양한 정보가 한꺼번에 올라오기 때문에 눈에 확 띄는 문구를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 대학생활 동안 학생상담소를 통해 심리검사를 한번쯤 이용하는 것은 재학생들에게는 더없는 복지 서비스라는 것을 소리 높여 외친다. 모두 무료다. 학생상담소도 이런 심리상담 서비스를 통해 학생들의 자기 이해의 출발을 더욱 잘 돕고 싶다.
사실 이러한 새 출발의 모든 노력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없으면 준비할 수도 없고, 준비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다. 학생들 역시 새로움이 가득한 관계 속에 놓여진다. 교정 곳곳에는 “혹시 ○○씨 맞으세요?” 하고 첫 만남을 가지는 무리들이 보인다. 어색함과 불안감, 두근거림을 안고서 낯선 인간관계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본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나’를 너무 많이 만나게 된다. 실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누구였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 전혀 하지 않던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워버린 듯한 느낌도 쉽게 든다. 그저 잘 지내보려고 한 행동인데, 사람들이 나를 엄청 적극적인 사람으로 볼까 봐,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할까 봐 등등 하루하루 부담스러워진다. 어제의 나는 창피함 때문에 굳어버렸고, 내일의 나는 불안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 혼란스러움의 연속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관계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팀 과제도 해야 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어야 한다.
이처럼 새 학기에는 달라진 마음으로 각자 무언가를 바쁘게 준비한다. 모두들 1년을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 성장 동력이 된다. 학생, 자녀, 선배, 후배, 연인 등 다양한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걱정스럽지만 사실 막상 우리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더욱 힘들다.
그러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공간 안에서 사회적 존재로 사회적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 잘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적당한 수준의 피드백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관계 안에서도 혼자 있을 수도 있고, 함께 있을 수도 있는 상태를 만들어가야 한다. 내일 당장 학과 모임이나 교수를 만나야 한다면, 생성형 AI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질문해 활용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도 적절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미디언 이경규를 너무 좋아한다. 그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라는 저서에서 한마디 인용하고자 한다. 웃으면서 삶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어떤 일에 한없이 마음을 졸이다가도 지나고서 보면 웃음이 나는 것처럼 삶은 가끔 농담과도 같다. 그러니 자신의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격려를 해주자. 잘하고 있어!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