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은 왜 등록금을 올리는가?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16년 동안 대학들은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이 증가했지만 대부분 국가장학금(연간 4조 원 이상)으로 지원됐고, 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2025년은 그러한 대학들이 중대한 결정을 내린 해다. 2024년에도 등록금 인상 대학이 여럿 있었지만 2025년만큼 절대 다수의 대학이 등록금 결정을 내린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올해 등록금을 올리기로 한 대학은 131개교다. 수도권 사립대는 58개교(64개교의 90.6%), 비수도권은 62개교(87개교의 71.3%)가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이 이처럼 등록금을 올리는 게 맞을까?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첫째, 그동안 정부 부담이 늘었지만 정부 부담의 증가 폭이 민간부담의 감소 폭보다 적어서 전체적으로 GDP대비 대학교육 투자비율은 크게 감소했다. 2011년 이후 정부 부담은 GDP대비 0.7%에서 0.6%로 0.1%p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민간부담은 1.9%에서 0.9%로 1.1%p나 감소했다. 둘째, 그 결과 대학의 학생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65%에 불과함은 물론,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보다 못해 초등의 84%, 중등의 66%다.
셋째, 이는 결국 대학의 재정난을 가중시켜 사립대학의 지속적인 재정난과 적자구조를 가져왔다. 적지 않은 대학들이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버거워 십수 년째 월급을 동결 혹은 인하했고, 대학교육 핵심인 우수교원의 채용이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사립대학의 학생과 ‘교육을 위한’ 재정 투자 규모는 10년 넘게 계속 감소해 왔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 우수교원 채용이 무산되고, 기본적인 교육 인프라 확충마저 연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해 부산 D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나서서 등록금 인상을 요구했겠는가. 넷째, 대학 재정난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경쟁력을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며, 국내대학이 2류로 추락한다는 우려를 가져온다.
다섯째, 국가장학금 도입 이후 학생당 평균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은 50%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저소득층은 등록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으며, 실제 납부등록금은 고지된 등록금의 절반 이하다. 실질 평균등록금은 연간 3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여섯째, 물가상승률 및 1인당 국민소득, 가계 평균소득대비 등록금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에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할 경우 2020년 실질 등록금은 2008년 대비 17.9%나 인하됐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학은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재원 확대방안의 하나로 등록금 적정화를 단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등록금 인상에 따라 학생의 경제적 부담 증가와 대학 간 격차 심화, 저소득층 학생들의 고등교육 접근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다. 일반대학 학생들이 납부하는 평균등록금은 월 3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23년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에 따르면 등록금이 가장 부담스러운 자녀교육비라 응답한 부모 비율은 2010년과 비교해 20%p 이상 하락했다. 또한 대학 간 격차는 등록금 이외에 다른 요인에 의해 더 크게 발생한다. 대학교육의 기회균등 개념에 근거할 때, 낮은 등록금 수준은 고소득층 가구 자녀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돼 오히려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근본적으로 대학에 다니기 불가능한 저소득층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고등교육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률적인 저등록금보다 고등록금과 함께 학생에 대한 보조 확대가 필요하다. 적립금이 많으므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대부분의 적립금은 용도가 이미 정해져 있다. 더욱이 대학재정의 적자구조에 따라 적립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적립금의 사용은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등록금이 대학교육비의 가장 중요한 재원인 관계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대학교육 기회균등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는 서로 대립된다.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투자의 증대가 요청되고, 교육투자의 증가를 등록금으로 충당할 경우 대학교육 기회 제약을 우려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교육 기회의 확대는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생활비 지원의 확대를 통해 가능하지만, 다른 재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은 등록금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2010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됐고, 등록금 수입의 적립을 법적으로 규제함은 물론, 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로 인해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는 등록금 인상은 불가능하게 됐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수혜자는 분명 학생과 학부모였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이 계속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피해자로 바뀌었다.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선택과목과 이수학점은 줄었으며,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은 추락했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대학과 함께 대승적 판단을 할 때라고 본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