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장 “‘대학-지역-기업’과 함께 유학생 지원 확대할 것”

교육부·외교부·대통령실 거쳐 지난해 국립국제교육원장 취임 유학생 ‘지역 정주’ 주목, ‘지자체-기업’ 네트워크 구축 나서 해외 현지 유학박람회에 지자체, 교육청, 기업 참가 계획도 ‘유학생 취업’ 목표로 ‘유학생 전용’ 인재 채용 플랫폼 마련 한국어 교육 수요↑ ‘한국어능력시험 디지털 전환’ 준비 집중

2025-03-17     주지영 기자
지난 6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에서 한상신 원장을 만났다. 한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해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 협의체 등 글로벌교육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대한민국 교육계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K-컬처 인기와 정부의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발표가 더해져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글로컬대학30’ 등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한 교육부 정책이 더해지면서 유학생 유치에서 ‘지역 정주’가 화두가 됐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의 핵심 기관인 만큼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장은 교육계의 이러한 변화에 맞춰 교육청, 대학 등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지역자치단체와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한상신 원장은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연계·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에서 교육개혁지원관으로 근무하며 지역 현장을 피부로 느꼈다. 지역 기업들의 인력 수요와 유학생 정책을 어떻게 엮어야 할지 알게 됐다”며 “올해부터 지자체와 교육청 등과 함께 박람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해외 현지 유학박람회를 운영할 때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 기업이 함께 나가면 한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졸업 이후의 청사진도 수월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국립국제교육원장으로 취임한 한 원장은 LA한국교육원 부원장, 전북대 사무국장, 교육부 사회정책협력관, 외교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역임했다. 국립국제교육원에 오기 직전 경상북도 교육개혁지원관으로 근무하며 지역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의 협력을 지원했으며, 글로컬대학30 준비를 위해 지역 대학과 적극 소통하기도 했다. 한 원장은 교육개혁지원관으로 지역에 머무르며 경험한 바를 살려 ‘지역 정주’를 목표로 교육원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한 원장은 “유학생 유치 지원을 위해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 협의체 등 글로벌교육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라이즈 본격 시행에 따라 지역 산업 수요에 기반한 유학생 유치를 위해 지자체 특화 한국유학박람회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지자체 외국인 유학생 담당 부서, 지역별 라이즈센터 담당자 대상 (가칭)국제화 역량강화 연수를 새롭게 추진해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 지원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장이 지난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스터디코리아 300K 발표로 인한 국내 교육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제20대 국립국제교육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교육원 역할 강화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인지.
“변화하는 국내·글로벌 교육 환경에 대응해 국제교육협력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학생 유치 지원을 위해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협의체 등과 협력체계를 강화해 더욱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글로벌 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산업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 특화 한국유학박람회도 개최한다. 처음으로 지자체와 협업해 개최하는데, 오는 5월 후쿠오카에서 부산광역시글로벌도시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교육원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정부초청외국인장학사업(GKS)도 대학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한다.

먼저 국제기구 트랙을 신설해 아시아개발은행과 세계은행으로부터 우수한 장학생을 추천받아 연간 총 1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학이 학과 특성을 반영한 자체기준을 수립해 장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한다. 이를 활용한 해외 대학과의 공동학위제·편입학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에 글로벌 네트워크 트랙 대상으로 시범운영 후 2026년 이후 특화 트랙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면서 한국어능력시험 수요도 급증했다. 이를 위한 대응책도 마련한다. 국내·외 응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시행 규모를 확대하고 한국어능력시험 디지털 전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 스터디코리아 300K 발표로 외국인 유학생과 국립국제교육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교육원 현장에서도 체감하는지.
“그렇다. 과거에 유학생 5만 명 유치가 목표일 때도 있었는데, 이후 10만 명을 목표로 했었다. 이제는 30만 명까지 확대됐다. 경상북도 교육개혁지원관으로 근무할 때 지역민들도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스터디코리아 300K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 우리나라가 국제적 위상도 많이 올라간 영향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가치가 많이 맞물려져 화두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재정적 필요에 의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교수 가운데 한국 유학을 한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에 와본 적이 없는 교수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로 부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GKS 동문 중 국내에서 교수가 된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우리 선배들이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교수하는 거랑 같은 상황이다. 교육원 역할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모해 왔다. 원래는 동포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제는 동표 교육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들의 초중등, 고등교육도 맡게 됐다. 교육원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고, 특히 대학 관계자들이 우리 교육원과 접점이 많이 생겼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육원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어깨가 무겁지만, 이전보다 교육계 관계자들과 만나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많고 공감대도 형성돼 더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께 됐다.

스터디코리아 300K에서는 30만 명이라는 유학생 수를 채우는 것보다. 어떤 유학생들로 30만 명을 채우는지가 중요하다. 지역, 산업체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해야 한다. 또 국내 대학 졸업 후 한국 사회가 이들에게 어떤 걸 보여줄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학생 30만 명이 들어왔을 때 유학생 개인과 이들의 출신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줄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교육원을 운영하고자 한다.”

- 국내 대학의 국제화도 더욱 중요해졌으며,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대해 진단을 내려주신다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유력한 대안이자, 대학의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다만 유학생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유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속적인 유학생 유치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때 대학의 국제화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의 국제화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색하고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국제교육원은 한국대학국제교류협의회(KAFSA)와 협력해 북미국제교육자협회(NAFSA), 유럽국제교육협회(EAIE) 국제 컨퍼런스에서 한국대학 공동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대학들이 세계 여러 대학들과의 공동학위 교류, 교환학생 운영 등을 논의해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장이 부임하기 전 경상북도에서 교육개혁지원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외국인 유학생의 지역 정주 방안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외국인 유학생의 ‘지역 정주’까지 이끄는 게 최근 유학생 정책 동향이다. 이런 점에서 이전의 지역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경북에 교육개혁지원관으로 근무하며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중앙부처에 있었을 때 몰랐던 지역 상황을 알게 됐다. 지역에 있어서 지자체, 지역 대학 관계자들과 여러 이야기를 깊이있게 논의할 수 있었다. 특히 글로컬대학30 사업에서 지역 대학과 한 팀처럼 일할 수 있었는데 이때 지역 대학에 대해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지역 산업 현장도 직접 볼 수 있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같은 관점으로 외국인 유학생 정책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도 알게 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 정책에서 ‘취업’이 중요하며 또 취업 연계는 교육부, 교육기관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역 기업, 산업체 수요와 맞물려서 유학생 취업 연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부가 처음으로 내국인 학생 취업을 강조하며 대학에 취창업지원과를 만들 때 대학들이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안착했지만 유학생 취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에서 유학생 취업 수요가 없으면 대학에서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지역 기업들의 수요와 어떻게 엮어 나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국립국제교육원에서도 이런 점을 염두하고 올해부터 기업, 지자체와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 기업과 협업 일환으로 한국유학종합시스템에 인재 채용 플랫폼을 탑재했다. 협력 배경이 궁금하다.
“과거에 한국 유학 후 한국 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에게 취업한 방법을 물어본 적이 있다.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힘들었다고 하더라. 대학, 기업, 지역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각각 나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업들도 외국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기업들이 외국인력을 구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른다. 대학도 유학생들이 취업하면 취창업 부서로 관리가 넘어가서 국제교류처에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유학생 취업에서 유학생, 대학, 기업 모두가 단절된 상태였던 셈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연계가 가능한 상황이고 교육원에서도 이를 확대하고자 했다. 교육원에서 찾아가는 유학생 상담도 하는데, 상담 결과 유학생들은 ‘취업’ ‘비자’ 두 가지에 관심이 많다.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기회만 닿으면 한국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이 많다.

인재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에 대한 수요, 즉 시장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 협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K워크, 사람인, 잡코리아, 원티드랩, 인크루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1400여 건의 외국인 채용정보를 한국유학종합시스템에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업해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해외 현지 유학박람회에 지자체, 인력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 지역 산업체 등이 함께 나갈 계획이다. 유학생들이 대학 관계자도 만나고 지역 기업, 산업체 관계자들도 만나면 졸업 이후의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취업에 필요한 정보도 얻고 궁금한 점도 직접 물어볼 수 있다. 유학생들이 안정적인 삶을 설계하도록 힘쓸 계획이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한상신 국립국제교육원장(오른쪽)이 지난 6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글로벌 인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국립국제교육원장으로서 ‘글로벌 인재’를 정의한다면. 
“‘글로벌 역량’ ‘글로벌 인재’가 많이 언급된다. 우리 교육원 미션과 비전에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글로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법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글로벌 인재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바로 외국어 능력이 있는 사람과 타문화를 인정하는 사람이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글로벌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사람으로 의미를 넓히면 앞으로 국제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모두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건 어렵다. 최소한 이해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곧 글로벌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국가 간 협력이 필수인 시대다. 기후변화, 국제 정치, 경제 불균형 등 여러 이유로 세계가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 가운데 글로벌 역량 즉 타인을 인정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나와 다른 문화,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다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며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갖춘 미래세대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한상신 원장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사이타마대학교 대학원에서 공공정책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육과학기술부 LA한국교육원 부원장, 인재정책과장, 대통령실 행정관, 교육부 장관비서실장을 지냈다. 전북대 사무국장, 교육부 사회정책협력관, 학생복지정책관을 거쳐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교육부 대변인, 외교부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경북 교육개혁지원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국립국제교육원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주지영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