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동결’ 방침에…고3, N수생 타격 불가피
의대 정원 동결로 인해 혼돈에 빠진 수험생들 고3 최상위권 의대 정원 축소‧N수생 증가 ‘이중고’ “자연계 상위권 입결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것”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정부가 조건부 의대 정원 동결을 내걸면서 그 후폭풍이 입시판을 휩쓸 전망이다. 그간 대입을 준비하던 수험생 대부분이 최소 지난해 증원된 인원인 4567명을 기준으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11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학년도 정원이었던 3058명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입을 준비하던 고3과 N수생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매년 의대 합격선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에 희망을 걸고 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내신 합격선은 2022학년도 1.26등급에서 2023학년도 1.21등급, 2024학년도 1.19등급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시 합격선도 2022학년도 국수탐 백분위 평균 기준 97.6점, 2023학년도 98.2점, 2024학년도 97.9점으로 상승세였다.
고3 학생수는 2022학년도 44만 6573명, 2023학년도 43만 1118명, 2024학년도 39만 4940명으로 매년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 합격선 상승은 수능 상위권인 N수생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5년간 2000명씩 의대생을 증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의대광풍’의 부작용으로, 고3 학생수는 매년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의대 합격선만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N수생 증가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3000명대로 복귀할 경우 최상위권은 1000여 명 줄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N수생 증가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N수생 규모가 의대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상위권 대학이나 목표로 하는 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N수생 증가는 의대 문제만으로 국한해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의 경우 의료계의 강경한 반발에 부딪혀 2000명이 아닌 1509명이 증원됐지만 2026학년도 정원이 이전 정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입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N수생은 “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의대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재수를 시작했다”며 “내년 의대 정원이 적어도 올해 증원된 4567명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전 정원으로 돌아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제일 큰 피해는 고3이 보게 생겼다”며 “의대광풍으로 N수생은 늘었는데 정원은 오히려 줄어들어 경쟁률만 더 높아지게 생겼다. 처음이자 마지막 혜택을 본 것은 2025학번뿐”이라고 한탄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2026학년도 의대 입시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소장은 “2026학년도 정원이 다시 줄면 초고득점자만 살아남는 입시 상황이 형성될 수 있다”며 “2025학년도에 의대에 간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하는 학생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이 2024학년도로 회귀하면 의학 계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열 상위권 입결 역시 동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증원에 따른 입결 하락 기대 심리로 인해 공격적 지원이 줄면서 하향 안정 지원이 나타나면 결국 의대를 제외한 모집단위 역시 입결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들쭉날쭉한 정부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수험생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호 대표는 “2025학년도에는 의대 모집정원이 대폭 확대되고 2026학년도에는 모집정원이 축소됐으며, 2027학년도 모집정원은 미확정된 상황에서 의대 입시 혼란은 사실상 3년 연속 지속될 것”이라며 “2026학년도 의대 입시 전형은 전년도 4월에 발표돼 그에 따른 준비를 해온 올해 고3 학생들은 의대 입시 전형의 또 다른 변화로 인해 혼란이 예고된다. 올해 N수생 또한 입시 전형 변경으로 인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