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직업교육기본법 제정 시급하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원장,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2025-03-19     한국대학신문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원장, 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우리나라 직업교육이 위기상황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문대학의 신입생 모집인원은 13만 5000명으로 2023년 대비 3%가 줄었고, 일반고 직업반을 합한 직업계고교 졸업자 수는 2021년에 9만 명에 가까웠는데, 2024년에는 6만 3000명으로 줄어 불과 4년 사이에 약 2만 5000명 이상이 급감했다.

우리나라 직업교육체계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 일이 아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일반고등학교 입학자가 22% 줄어든 반면, 특성화고등학교 입학자는 65%가 감소해 특성화고 입학생 수 감소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 학교 수도 특성화고등학교는 지난 20년간 32% 정도 줄었으나, 일반고등학교는 오히려 21.9%가 늘었다.

고등교육기관도 상황은 유사하다. 4년제 대학의 입학생 수는 조금 증가했으나, 전문대학 입학생 수는 36.2%가 감소했다. 전문대학 수는 17% 감소한 반면, 대학 수는 9%가 증가해 4년제 대학 대비 전문대학 학교 수 비중이 약 24% 감소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넘어서 인구감소시대에 진입한 현재 상황의 반전이 있기 전에는 직업교육체제의 위기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2040년에 지방대학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4년제 대학과 신입생을 놓고 경쟁하는 전문대학의 타격은 더 클 것이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직업을 가지면 평생을 먹고 살았는데 노동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최종적으로 은퇴할 때까지 여러 개의 직업을 가져야만 하고 관련해 여러 숙련(Skills)를 배워야하는 평생학습시대에는 노동시장 진입 전에 배우는 한정된 기존의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직업교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더욱 커져야 한다.

직업교육이 미래 사회, 평생학습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주관의 직업교육체계와 함께 우리나라 평생교육체계의 다른 축인 고용노동부 주관의 직업훈련체계와의 연계 강화 등과 함께「직업교육기본법(가칭)」의 제정이 매우 시급하다.

직업교육은 비용이 많이 드나 취약계층의 자립을 최소 수준에서 담보할 수 있는 등 사회·경제적 기대효과가 상당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나 현재의 법체계로는 평생에 걸친 직업교육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일과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과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일반고’에서의 교양직업교육의 근거가 부재하며,「고등교육법」은 고등직업교육 관점에서의 전문대학의 역할 등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고,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은 직업교육을 산업교육의 범위 내에서 규정하고 있고, 「평생교육법」은 직업교육을 정규학교 교육 대상에서 제외하고 7개 프로그램 유형의 하나로 ‘직업능력 향상교육(비학위자격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을 포괄하는 통합법으로서의 「직업교육훈련촉진법」도 현장실습 직업교육훈련에 중점을 직업교육에 관한 기본법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전국민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교육 및 훈련 간의 횡적, 종적 연계를 강화하고 담보하는「직업교육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제시하는「직업교육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흩어져 있는 직업교육기관, 직업훈련기관 그리고 관계자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네크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법과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출범한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ational Future Vocational Education Forum : NFVEF)의 출범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산업계, 교육계, 중앙-지방정부, 연구기관이 함께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직업교육체계 구축으로 국가미래직업교육포럼(NFVEF)이 평생학습시대에 걸맞는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