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DX시대, 나이 많은 교원들에겐 위기인가?
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디지털 전환(DX)의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립하고, DNA(Data·Network·AI)를 3대 혁신 신산업으로 삼아 분야별 대책을 발표와 함께 대폭 지원을 해왔다. 2019년 12월에는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해 AI 기술의 발전과 활용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2022년 9월에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디지털 역량을 확보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어 2023년 1월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전략을 발표했는데 AI·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통합적이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계획했다. 또한 동년 9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추진 실적·2024년 실행 계획’을 통해 디지털 교육 혁신과 데이터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이라는 도전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국정과제와 정책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응전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추동하고 있다. 2024년 10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인공지능·디지털(AID) 30+ 프로젝트’를 통해 AI·Digital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30대 이상 성인들의 역량 강화와 재교육을 시행해 미래를 리드하는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겠다고 계획했다. 이 프로젝트의 대표 추진 과제인 ‘AID 선도대학 100교 육성’ 사업은 일반대학, 전문대학, 사이버 대학 등이 오프라인 중심, 온라인 중심, 온·오프라인 중심의 각종 캠프, 묶음 강좌 등을 제공함으로써 AI·디지털 역량의 업스킬링, 리스킬링과 AX·DX에 맞춰 유턴 성인 학습자 등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교원의 AI·디지털 역량 제고,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교육 제공·개방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잰걸음을 주목하며 필자가 속한 대학의 현실을 살펴보게 됐다. 디지털 대전환과 함께 고등교육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비대면 교육이 대학의 일상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다양한 에듀테크와 디지털 콘텐츠 활용 등 디지털 리터러시는 교수들에게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30여 년간 대학에 재직하면서 60대에 들어선 필자에게도 최근 대학 교육에 불어닥치고 있는 각종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스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의 2024년도 ‘전국 대학 연구 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살펴보니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중 50대는 39.1%, 60대 이상은 22.1%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61.2%를 차지했고, 2년제 대학은 50대는 45.4%, 60대 이상은 24.3%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69.7%로 나타나 상당히 고령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교육학이나 교육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고령의 교원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부족해 최신 교육 매체와 방법론을 전공수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교원들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적절한 대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디지털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 사회의 위험이 단순히 피해야 할 위험(danger)이 아니라,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복잡한 상황(risk)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필자도 고령의 교원들이 AI·Digital 시대라는 위험을 단순히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대응한다면 분명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몇 가지 기본적인 제안을 한다. 첫째, 2024년 7월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교육 규범’을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 디지털 교육 규범을 통해 디지털 심화 시대의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원칙, 교육자와 학습자가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행동 원리에 기초한 교수자로서의 디지털 교육의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고등교육 전 영역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고등직업교육협회 등이 다양한 주제의 전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 시스템을 마련해 보기를 권한다.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젊은 교수나 학생들이 50~60대 교수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교수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학생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질 수 있다. 넷째, 대학 내 교수학습지원센터(CTL) 등에서 교육자원 공유 플랫폼을 개발해 볼 수도 있다. 교수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이를 통해 교수들은 최신 에듀테크 기술과 교육 방법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테크놀로지가 ‘에듀테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교수는 교과 내용을 잘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에 적절한 에듀테크를 선정해 이 둘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육에서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서 미시라와 콜러(Mishra & Koehler)가 제시했던 테크놀로지 교육내용지식(Technology Pedagogical Contents Knowledge)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교수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통합한 ‘하이테크 교육’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 다양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교수와 학생 간 긴밀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활성화해 학생들의 사회·정서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하이터치 교육’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의 울타리를 확장시켜 AX·DX에 살아갈 성인 학습자 대상의 AI·디지털 맞춤형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그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성인 친화형 대학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