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QS 평가 첨단 기술 분야에서 中·싱가포르에 밀렸다

전 세계서 2번째로 많은 순위 향상 기록, 재료과학·사회정책은 강세 KAIST·서울대, 첨단 기술 분야 성과에서 中·싱가포르 대학에 뒤처져

2025-03-20     정수정 기자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12일 ‘2025 QS 학문 분야별 세계대학평가(QS World University Rankings by Subject 2025)’를 발표했다.

QS는 매년 1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1700개 이상의 대학을 대상으로 55개 학문 분야에 걸쳐 1만 8300개 이상의 학문적 성과를 비교 분석한다. 다섯 개의 주요 교수 영역(예술·인문학, 공학·기술, 생명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이 평가되며, 평가 항목은 △학계 평판 △기업계 평판 △논문당 인용 수 △H-INDEX(연구자의 생산성과 영향력)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 연구 등 다양한 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올해 평가에서 국내 대학은 전체 과목 중 60%(328개)가 순위 상승, 2%(12개)는 하락, 13%(69개)는 순위를 유지했으며, 136개 항목이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홍콩에 이어 중국(본토)과 공동 2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위 향상을 기록한 국가로 선정됐다.

주요 대학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서울대학교는 국내 20개 대학 중 상위 10위권에 6개 학과를 포함하며 국내 최고 대학의 입지를 다졌다. 연세대학교는 총 55개 세부 학문 분야 중 38개가 세계 100위권에 오르며, 아시아 사립대학 중 가장 많은 학문 분야에서 랭크되는 성과를 거뒀다. 한양대학교는 100위권 내 학문 분야가 18개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기술 전공에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재료과학’ 분야에서 KAIST(21위→18위), 서울대(22위→19위), 포항공대(45위→24위), 연세대(49위→35위), 고려대(100위→49위), 성균관대(74위→49위) 등 6개 대학이 ‘톱50’에 올랐다. ‘전기·전자공학’ 분야에서도 KAIST(31위→22위), 서울대(35위→33위)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경쟁 상대인 중국 대학들이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료과학’ 분야에서 칭화대(12위→6위), 베이징대(17위→14위), 상하이교통대(25위→16위), 저장대(40위→23위) 등 중국 대학들이 빠르게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기·전자공학’에서도 칭화대가 10위에 오르며 한국 대학을 앞섰다.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의 핵심인 ‘컴퓨터공학·정보시스템(컴공)’ 분야에서도 카이스트가 29위에 오르며 성과를 거뒀다. 카이스트는 작년 50위(2023년 29위)로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29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에 밀렸다. 1991년 카이스트를 모델 삼아 만들어진 난양공대는 최상위권 6위에 오르며 하버드대(7위)를 넘어섰다. ‘데이터과학·인공지능’ 전공에서도 난양공대(5위), 싱가포르국립대(7위)가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한국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는 서울대(25위)였다.

국내 대학들이 4차 산업 분야에서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연구 투자 및 정부 지원 규모 차이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中国制造2025)’ 정책을 통해 반도체·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연간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칭화대·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은 국가 전략 연구소와 연계해 연구 자금을 지원받으며, 핵심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7년부터 ‘인공지능 싱가포르(AISG)’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난양공대에 정부 지원을 통해 AI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단과대를 신설하고 교수진을 대폭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인재 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는 2025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작년보다 2조 9000억 원(13.2%) 늘어난 24조 8000억 원으로 확정했지만, 이는 2023년 주요 R&D 예산 24조 7000억 원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2023년보다 줄어든 금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