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화사회 속 요양보호사가 나아가야 할 길
김영달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 회장
한국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목받는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았다. 요양보호사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요양보호사 권익 추진을 위해 앞장서 온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는 초고령화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에 이 칼럼에선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의 역사적 변천사를 재조명하며, 그 발자취 속에서 오늘날 요양보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첫째, 급격한 사회변화 과정에서 협회 설립의 배경과 초창기에 대한 부분을 알 필요가 있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는 요양보호사의 권익 신장과 자긍심 회복을 위해 17년 걸음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사회적 인식 속에서 단순 보조의 개념에 머물렀다. 노인 돌봄 현장에서 이뤄지는 육체적, 정서적 헌신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로환경 그리고 사회적 인정의 부재는 요양보호사의 큰 고민거리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당시 협회는 몇몇 선구자들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현장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기록하고, 정책 개선 요구와 함께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초기 활동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둘째, 사회·정책의 변화와 함께한 협회의 성장과 발전의 역사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사회 변화, 그리고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진행된 노인 인구 증가 추세는 대한민국 전반에 큰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는 단순 권익 향상에서 벗어나, 전문성 강화와 조직적 대응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은 제도 개선의 첫걸음이었으며, 2010년대 초반 자격증 국가시험제도를 거쳐 급속하게 진행된 초고령사회에 종합 돌봄 체계가 마련돼 논의하게 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국민적 사회보험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요양보호사의 헌신과 역할이 컸으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와 권익은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요양보호사를 대변하는 법적 단체를 만들기 위해 관련 단체 통합을 요구했고,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는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의 권유를 받아 2016년 12월 27일 전 비영리민간단체 한국요양보호사협회(회장 김영달)와 전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민소현)와 통합을 통해 현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통합 단체로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민소현 측은 2017년 4월 11일 일방적으로 통합 해지를 선언하고 통합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이하 모든 사법부는 합법적 통합 단체로 현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를 인정하면서 법인설립의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무효소송에서 패소한 전 중앙회 민소현 측은 법원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해서는 아니된다는 판결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현재 활동하고 있으나 이는 법률적으로 해산된 단체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것 또한 불법적인 활동이다.
셋째, 초고령사회 속 변화하는 역할과 도전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속도로 고령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단순히 가족의 역할이나 사회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다음 세 가지 주요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
우선 ‘돌봄의 전문성과 인격적 지원’에 관련된 사항이다. 과거에는 기본적인 신체적 돌봄에 치중됐던 역할이 이제는 정신적·정서적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신체 간병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정서와 사회적 연결망을 지탱하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전문 교육은 요양보호사들로 하여금 심리·사회적 지원 능력을 함양하도록 돕고 있다.
다음으로 ‘자기돌봄 및 역량 강화’ 측면이다. 요양보호사는 돌봄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돌봐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자기돌봄의 문화와 지속가능한 근무 환경 마련은 모든 요양보호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를 위해 협회는 다양한 워크숍, 상담 프로그램, 그리고 동료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요양보호사들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도입과 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선’ 사항이다. 디지털 혁신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은 돌봄 서비스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기반의 건강 예측 및 데이터 관리 시스템 등은 요양보호사가 보다 효율적인 케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이 기술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요양보호사는 자신의 역할을 혁신적 돌봄 전문가로 재정립할 기회를 얻게 된다.
넷째, 요양보호사에게 전하는 제언이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의 역사적 여정은 단순한 조직의 발전 이야기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요양보호사 개개인의 삶과 미래에 깊은 영감을 준다. 이에 초고령사회에서 요양보호사로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전문성 강화와 평생 교육의 중요성 △자기돌봄과 정신 건강 관리 △기술과의 융합으로 효율성 증대 △협력과 연대의 힘 등을 꾀해 요양보호사의 권리와 역할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을 제언해본다.
다섯째, ‘새로운 시대에 맞춘 새로운 다짐’이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가 걸어온 길은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과 돌봄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역사로 귀결된다. 협회의 변천사를 통해 우리는 변화의 불가피성을, 그리고 그 속에서 전문성과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초고령사회는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바로 그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변화의 선구자임을 잊어선 안 된다. 엄청난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전문성과 인간미를 겸비한 돌봄 전문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요양보호사가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하지만 과거의 발자취와 협회의 지원 그리고 여러분 각자의 노력이 한 데 모여 큰 변화를 이뤄낼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누려야 할 따뜻하고 인간적인 미래를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더 나아가 이번 칼럼을 통해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작은 영감과 힘을 얻으셨길 바란다. 앞으로의 변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대한민국의 돌봄 문화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돌봄 사례나 최신 기술 적용 사례, 국제적인 비교 분석 등의 주제도 앞으로 함께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논의들이 여러분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내일을 위한 작지만 강렬한 동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협회)는 함께 걸어온 지난 발자취에 감사하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다시 한번 힘차게 새겨본다.
<한국대학신문>